땅파기

2009. 2. 10. 오후 7:18:02

글자

땅 파 기


     내가 하는 일 중 제일 힘든 일..
     그것은 땅파기, 더욱 힘든 것은
     혼자서 하는 땅파기..

     땅파기는 마라톤과 같다..
     출반선에 서서 총성이 울리면
     페이스 조절 못하고 튀어 나가는

     초보 마라토너처럼 있는 힘을
     다해 괭이질을 하고 있는
     나를 보게 된다.. 마치 100미터

     달리기를 하는 스프린터처럼
     길고 긴 거리를 달려야 하는 것을
     잊은 우스운 모습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때쯤이면 손은 부르르
     떨고, 숨은 턱까지 차올라 스스로의
     미련함에 쓴 웃음이 나온다..

     오늘 파야하는 땅은 가로,세로 1미터
     깊이 1.2미터.. 초보티를 벗어보고자
     목표를 잊고 삽과 괭이만 바라보았다..

     길 잃은 고양이 가족이 무슨 일이
     있나 빤히 나를 쳐다보고, 갑자기 변한
     날씨에 처량해 보인다는 생각이 든다..

     열심히 일하는 사이 숨을 고르는 중에
     귀여운 새끼 네마리가 옆에 다가와
     바람에 날리는 나뭇잎과 노는 것을 본다..

     그래!! 너희들에게 이 세상 걱정
     거리가 어디 있을 것이며, 불쌍하다
     느낀 내가 더 불쌍하구나..

     온갖 생각이 흘러가고, 힘들어 하는
     모습이 보였는지 주인 아저씨 쉬면서
     하라며 쉴 의자를 가져다 준다..

     주인 왈 고양이 가족은 이웃집에서
     이사가면서 버렸다고 하는데, 누가
     누구를 버렸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살다보면 아픈 것처럼 집도 때때로
     아프다.. 사람들은 화장실에 앉아
     일 보고 꼭지만 누르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되는 줄 알지만 그 욕망의
     찌거기는 혈관에 끼는 콜레스테롤처럼
     하수도 배관에 끼고 그렇게 집은 아프다..

     도시 문명이 우리의 자랑거리이지만
     그 이면은 이렇게 아픈 뒷모습 뿐이다..
     고양이처럼 자연 그대로 살 수는 없을까?

     혼자서 파는 땅은 내게 많은 것을 준다..
     가뭄에 쇠처럼 굳은 땅은 우리 문명이
     진정한 문명이 아님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혼자서 하는 땅파기는 더욱 힘들다..



 



흐르는 음악은 Nathalie Fisher의『꿈의 끝』입니다.
 
 

댓글 1

  • 2009년 2월 11일 오전 10:02

    동감입니다. 제 생각하기엔 혼자 땅파기보다 더 힘든건 그거 메우는 거 그리고 다시 파는 거,.... 사람이 돈만 받으면 그런 거 매일 할 수 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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