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바다 성산포 4 - 이 생진

2009. 2. 4. 오후 4:35:11

글자

그리운 바다 성산포 4
                               이 생 진

     살아서 고독했던 사람 그 사람 빈자리가 차갑다.
     아무리 동백꽃이 불을 피워도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그 사람 빈자리가 차갑다.
     나는 떼어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
     이 죽일 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
     술에 취한 섬 물을 베고 잔다.
     파도가 흔들어도 그대로 잔다.
     저 섬에서 한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달만 뜬 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달만 그리움이 없어질 때까지

     성산포에서는 바다를 그릇에 담을 수 없지만
     뚫어진 구멍마다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뚫어진 그 사람의 허구에도
     천연스럽게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은 슬픔을 만들고
     바다는 슬픔을 삼킨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이 슬픔을 노래하고
     바다가 그 슬픔을 듣는다.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죽는 일을 못보겠다.
     온종일 바다를 바라보던 그 자세만이 아랫목에 눕고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더 태어나는 일을 못보겠다.
     있는 것으로 족한 존재 모두 바다만을 보고 있는 고립

     바다는 마을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한 나절을 정신없이 놀았다.
     아이들의 손을 놓고 돌아간 뒤
     바다는 멍하니 마을을 보고 있었다.
     마을엔 빨래가 마르고 빈 집개는 하품이 잦았다.
     밀감나무엔 게으른 윤기가 흐르고
     덜컹덜컹 세월이 흘렀다.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죽어서 실컷 먹으라고 보리밭에 묻었다.
     살아서 술 좋아하던 사람
     죽어서 바다에 취하라고 섬 꼭대기에 묻었다.
     살아서 그리웠던 사람
     죽어서 찾아가라고 짚신 두 짝 놔 주었다

 

댓글 2

  • 2009년 2월 4일 오후 7:24

    바다의 서정성이 감격하게 한다. 옛날 남해 욕지도에서 20대 한여름을 섬마을에서 보내던 그 시절이 되살아 온다. 아름다운 남해여 그리웁다. 성산포는 제주도에 있지요? 나는 남해섬이 때로 많이 그리워요.

  • 2009년 2월 5일 오전 11:14

    파란 바다. 노오란 유채꽃, 낭낭한 목소리. 아름다운 시 듣고 또 듣고..너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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