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봄기운이 완연합니다.
공원엔 잔디에 푸른 기운이 돌기 시작합니다.
봄이 왔다는 소리는 아니지만 겨울은 가버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 계절이 지나야 다음 계절이 돌아온다는 것은
이제 오십해를 살고 나서야 알게 되니,
삶은 그채로 익숙해지는 것이 나이드는 일인가 봅니다.
어제 저녁 친구 신아에게 전화를 걸어서 싫컷 푸념을 늘어놓았습니다.
사실 오래동안 모르던 이야기들을 늘어놓으니 친구도 어릿했겠지요.
나도 속이야기를 풀어놓으니 정말로 속편한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고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전화를 끊고 이제 오십에 그것은 누구의 탓도 아닌 나 자신의 문제일 뿐이란 것도 인정했습니다.
인생에 고통이 없다면 궂이 종교나 신앙이라는 것이 등장할 이유도 없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고통만을 즐기면서 살다가기가 이제는 싫어집니다.
즐겁고도 기쁘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구체적으로 맘을 달래봅니다.
오랜만에 이태원이라는 동네에 가서 값싼 봄 옷들을 샀습니다.
큰 옷을 구하려면 그곳에 가면 많고 가격도 저렴하여서 자주는 못가도 봄바람이 불면
후딱 가서 잔뜩 입어보고 사오는 버릇이 있습니다.
치마 세개, 재킷 하나, 세타 하나, 티셔츠 하나 도합 십오만원이라는 돈을 지불하고서
봄바람을 즐기면서 돌아왔습니다.
내일 모래가 입학식이니
방학은 다 가버린 셈입니다.
이렇게 팔자가 좋은 직업이 어디 있는가..싶기도 하지만
이렇게 서러운 직업이 어디 있는가 싶기도 합니다.
자기 스스로를 관리해 나가면서 살아나가야 한다는 것은 이제는 알겠습니다.
그래도 꾸역꾸역 터져나오는 서러움은 가끔 막아내지 못하는 자신을 두어둡니다.
슬픕니다. 삶이 서럽습니다. 봄이어서 그런가봅니다.
봄은 서럽습니다. 나만 그런 것도 아닌가 보지만 봄이 오면 언제나 서럽습니다.
곱게 차려입어도 서럽고, 용기를 내어보아도 서럽습니다.
더이상 어쩔 도리가 없다고 하더라도 이제는 두발 뒷걸음질 치더라도 한발씩 나아가야 합니다.
내공을 쌓도록 침묵을 기도하는 묵주기도를 오늘부터 또 시작했습니다.
또 54일 완성해 내도록 기도중에들 기억해주십시오.
성모님과 함께 간다는 길이 결코 안락한 길만은 아닐거란 것도 이젠 알게되지만
그래도 더이상 흔들리지 않고 타박타박 내 길을 숨지기 전까지 가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