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 시작되었고 추위도 시작되었습니다. 내일은 동지..긴긴 밤을 맞이하는 서울입니다.
그곳 멜번은 따스한 초여름이지 않을까..싶습니다만 크리스마스 파티가 한창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도 트리나 촛불같은 것들이 성탄 분위기를 한창 돋구겠지요? 서구의 문화라면 말입니다.
오늘은 영세받았던 성당과 성지를 다녀왔습니다. 친구 수녀님이 서울로 오시어 함께 나들이를 했습니다.
여러가지 생각들이 스쳤습니다. 가톨릭의 언어는 아니지만 인연들이 업을 지어서 흐르는 것이 아닐지..싶어서
궂이 지난 시간들은 부정하지도 긍정하지도 않고 흐르는대로 흘려보내고 삶을 살아가기로 하였습니다.
누구나 돌아보지 않고 싶어하는 삶이 있을 것이고 누구나 돌아보지 않고 싶어하는 시간이 있습니다.
그러나 스스로를 패배자라 여기면서 살아가는 것은 이제는 더이상 옳은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팥죽을 사다가 냉장고에 넣어두었습니다. 내일 데워먹으려고요. 어머니의 까다로움이 사실은 외로움의 표현..
알면서도 궂이 사사건건 비위를 못맞추는 자신에게 한계를 느낍니다. 아니 귀찮아하는 자신이 싫어집니다.
먼 사람에게는 잘하고 가까운 사람에게는 잘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허세를 알기 때문에 안그러는 것이 사랑이라..
그리 생각도 했었습니다. 그리고 가까운 이에게 잘하려고 애쓰던 지난 시간들을 기억합니다. 지난 몇년들..
마지못한 것만은 아니었지만 아버지를 간병하시던 어머니를 도와서 냄비를 들고 칼국수 한그릇, 곰탕 한그릇 사러
온갖 동네를 누비고 다니던 시간들을 기억합니다. 그것마저 입에 맞지 않으셔서 못드시다가 결국은 떠나셨던..
누구나 세상에 왔다가는 떠나는 것이 정리인데..받아들이는 가족의 마음이 중요한 것이란 것이 생각납니다.
이별은 쉬운 일이 아닌 것..누구에게나 그러하니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 정말로 중요한데..어머니의 외로움은
정말로 내가 도와드릴 수 없는 일..위로는 될지 아버지가 다시 살아나실 수 없으니 불가능한 일이긴 합니다.
내 마지막에는 돌보아줄 사람없이 기관에서 맞이하게 될 시간이겠지요. 그러나 담담히 떠나리라 준비합니다.
정말로 누구나 한번은 왔다가 한번은 가는 것이 인생..그렇게 살다가 떠나는 인생에서 어쩌면 예수님은 인간의
몸으로 태어나서 설흔 세살에 비참하게 세상을 떠나시고, 사람들은 그분을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부릅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선하지 못하게 살기도 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이유없이 죽어가기도 하며, 죽음의 자취도 없이
세상에서 사라지기도 합니다. 그 의미를 하나하나 부여하기가 너무 힘들어서 그저 신의 뜻이라 부르는가 싶었는데
그저 자신의 삶에 의식이 있는 한은 자신이 노력하면서 이해하면서 배려하면서 살아가는 삶이 중요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물론 현실에 발을 딛고 말입니다. 때론 도덕과 진리를 논하는 현실서 발뗀 사람들..
고통이 사람을 그리 만들기도 하지만 예수님을 신이라 부르는 것은 그 분이 현실서 살다가 고통겪고 가셨기 때문..
절대로 땅에서 발을 떼지 않으리라. 어리석어도 땅에 발을 딛고서 살아가리라.. 이득도 손해도 거룩도 찬미도
이 땅위의 착한 사람일뿐인 사람이 되어서 하늘의 영광을 노래하리라..하느님의 자리를 바라보리라..생각했습니다.
멜번의 성탄 즐겁게 준비하시길 바랍니다. 추운 서울서 동지 전날 어둑어둑해지는 저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