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 안먹는 선생의 똥

2008. 12. 18. 오전 4:06:24

글자

 

 

기말고사도 끝나고 성적처리도 끝났지만 성적정정기간은 정말로 짜증나는 시간입니다.

학생들은 자신의 성적에 의의를 제기하면 수정해주어야 하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학과 학생들만이 아니라 일반 교직과목도 담당해야하는 나는 수없는 학과의 수없는 분위기를 맛보며

우리학교 학생들에게 길들어갑니다..때로는 부드럽게..때로는 악을 써대면서 소리지르고..

 

대뜸 전화를 걸어서 자신이 왜 성적이 이렇게 나왔느냐고 악을 써대는 학생..나도 언성이 올라갑니다.

왜 자신이 화가 났는데 당신이 화를 내느냐..교수라는데 대하여 눈꼽만치의 인식도 없습니다.

시험문제가 똑같이 출제된 줄 알고 아무데나 가서 봤는데 모르고 한 일인데 왜 성적이 이렇게 처리되었느냐?

이런 귀신이 잡아갈 녀석..너는 배추흥정하러 전화했느냐..점점 더 악을써 전화를 끊어버렸습니다.

다시 전화가 옵니다. 차분히 이야기하자..어느 것이 너의 실수인지..여기가 고등학교도 아니고

출제교수가 다르면 시험문제도 다르고 시험채점도 달리 하는 곳이 대학인데 어떻게 취업했다는 이유로 그리..

사전에 내가 하지도 않은 말을 지어서 했다고 우겨대면 다 통하는 그런 어거지 세상이 있느냐?

 

차분히 이야기 풀어나가면서 조교에게 연락하여 네가 시험을 본 답안지를 가진 시간강사 선생님을 찾아서

성적을 찾으면 연락하도록 하여라..네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지 악부터 쓰면 누구나 악을 쓰게 되어있다.

교통정리를 해주고 성적을 정정해주었습니다. 그랬더니 다른 학생도 자신도 그 학생처럼 시험을 보았다고..

열불이 터지는 것을 참자니 속에서 울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그것을 말로 풀어내는 일은 정말 바보같습니다.

그래도 꾸역꾸역 설명을 해줍니다. 어떻게 저런 것을 모를 수 있을까? 그러나 모르니까 저러는 것입니다.

 

그 다음엔 시간표를 짜는 일..자신이 하고 싶은 이기적인 의사로 나를 밀어누르려는 맘이라는 것을 아는데

하늘에서 벼락이라도 떨어지기를 바라던 맘이 들던 교수는 나의 문제를 놓고 교무차장까지 들썩이면서

억장을 돋굽니다. 이젠 포기합니다. 그 여자의 어거지로 오래 상처를 받았습니다. 맘대로 안되면 악을 씁니다.

대화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압니다. 불가피해서가 아니란 것도 압니다. 그러나 변하지 않습니다. 그대로 둡니다.

내가 그런 인간의 동료라는 것도 불쾌한데 일년먼저 들어와서 웃사람이라고 우기니..속으로는 미친년..하지만

상처받았던 낮은 자존감을 내려놓고 인정해주고 내가 할 수 있는 한은 물러섭니다. 어거지의 여왕입니다.

갖은 거짓말로 이유를 들이대는데 나는 도저히 따라갈 수도 없는 사람인지라 존경(?)하기로 했습니다.

 

이전에는 이런 일들로 흥분하고 악쓰고 상처받고 또 집에서 이런 모습을 보는 가족들은 삼류대학 삼류교수라고

비양거려서 상처를 다시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나 그것이 무슨 상관입니까? 내게 중요한 것은 일터였고

이들에게도 하느님의 마음이 담겨져 어느 구석에서는 다른 이에게 소중한 사람들일지 모르는 일입니다.

단지 내가 불쾌했을 뿐이고 내가 지금 불쾌할 뿐 내게 그렇게 중요한 사람들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너무

친밀한 거리에서 그들을 끌어안고 내가 상처받으면서 마치 순수한 사랑을 나누기라도 하는양 생각않기로 합니다.

그것은 어리석음이지 사랑이 아니라는 것도 이제는 알아갑니다. 사랑이 친절하고 무례하지 않다는 것을 압니다.

 

가깝다는 이유로 때로는 사랑한다는 이유로 자행되는 폭행이나 폭언들..때로는 애교로 여겨주기를 바라지만

점점 싫어지는 것이 나도 늙어가기 시작하기 때문인가..생각합니다. 상처는 내가 받는 것이지 주는 것이 아니란

어디서 줏어들은 말이 생각납니다. 그들이 주려고 한 것이 아닐지라도 내가 받아버리고나면 다음은 끝입니다.

그것이 사랑을 방해합니다. 거리를 두는 것은 서먹서먹한 사이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지키는 일일지..

어머니에게 받아보고 싶었던 가까운 거리를 오십을 며칠 앞둔 아직까지 낯선 사람들에게 애근달근 하는 것은

정말로 꼴불견일런지도 모릅니다..스스로를 위로합니다. 내게도 사람들이 남아있다고..그리 안해도 되는 사람들..

 

품어야 할 사람들과 곁을 나누는 사람들 앞에서 내가 나를 방어하는 방법을 조금씩 배워갑니다. 아주 조금씩..

아직도 서툴고 아직도 어설픕니다. 그것이 잘 안되는 것이 모자란 지혜인 줄 모르고 순수함인줄 알았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내가 조금 커지면서 아득하던 세상은 조금 작아지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허우적거리던 맘도

이제는 가라앉습니다. 나를 사랑하는 길..정말로 사랑하는 일은 그렇게 남을 판단하는 일은 아니지만 또한

나를 지키고 나에게 상처주는 일들을 자초해내면서 상처받아내는 일도 아니란 것을 알아가는 선생,,

 

선생의 카리스마는 이런 실패의 경험들이 많을수록 설명력을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피가 되고 살이 되는

시간들이었다고 생각하면서 상처들에게 인사합니다. 좀 떨어져 있어달라고..ㅎㅎ

 

 

댓글 4

  • 2008년 12월 18일 오전 8:49

    격세지감을 많이 느낍니다.우리때는 감히 교수님께 내성적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 상상도 할 수 없었는데...욕 보십니다.(경상도 사투리로 수고가 많다는 뜻)

  • 2008년 12월 18일 오전 11:57

    한 학기 내내 출석 한번 안 한 학생에게 성적 주지 못 하겠죠? 그래도 졸업반 인데 취직을 생각 해서라도 성적 주라는 학과장 보다는 났네요...그래서 다음 학기부터는 출강을 안 했지만 ㅎㅎㅎ

  • 2008년 12월 18일 오후 12:39

    요즘 한국은 산아제한 세대가 대학에 진학하느라고 대학정원보다 고등학교 졸업생이 더 적습니다. 그래서 대학생의 질은 아주 낮아지는 경향이지요. 전반적인 분위기도 교수를 의식않고 틀지워진 수업 자체가 이전과는 다른게 교실현장이랍니다. 어디나..

  • 2008년 12월 19일 오전 12:36

    옛날 선생님과 달리 요즘은 선생님도 똥을 누십니다. 요즈음은 아이들이 말 안들어 오장육부가 다 썩어 전에 누지 않던 똥을 눈다고 합니다. 그러니 아무리 똥개라도 날로 먹기는 좀....

│ 이 │이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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