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의 서울

2008. 11. 21. 오후 7:13:28

글자

 

 

며칠전 서울엔 첫눈이 내렸습니다.

말이 눈이지 진눈개비처럼 쌓이지도 않고 땅이 젖다 말았습니다.

떨어진 낙엽들이 젖어서 뒹굴었습니다.

참 스산한 계절입니다.

 

길가는 사람들은 옷깃을 여미고 종종걸음을 합니다.

마음도 조금은 급해집니다.

한해가 가기 전에 무언가 마무리를 해야만 할 것 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일까요?

 

참 이상합니다.

작년에도 봄 여름 가을이 지나서 겨울이 왔건만

겨울은 그저 새롭게 맞는 것 같습니다.

늘 맞는 계절은 그채로 새로우니 그채로 '오래된 새로움'인 모양입니다.

 

하나의 마디처럼 늘상 있는 일들이지만

지나가는 삶을 정리하고 또 차곡차곡 다져봅니다.

전화나 메일에 답장 안하고 떼어먹은 일..

미워하는 사람에게 속으로 욕한 일..

심술이 나서 남에게 성질을 부린 일..

 

남이 나에게 하면 상처를 받았다고 펄펄 뛰면서

어쩌면 나는 스스로 남에게 상처를 주면서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생각만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조금은 그것을 넘어서는 것이 사람이라는 것을 생각해봅니다.

 

한해 한해 지나가면서 나이먹으면

배라도 불러지면 좋겠지만 허기만 늘어가니

배를 채우려 들지말고 나누려 들어보기로 맘 먹어봅니다.

 

사진은 여의도 성당가는 길입니다.

낙엽이 뒹구는 삭막한 아파트촌입니다.

하느님을 성당 안에만 가둬드리지 말고

이 세상 곳곳에 풀어놓아드리기로 생각해보니

궂이 성당에 가서 기도에 전념하던 것이 갑자기 이상해졌습니다..저는..

 

누구에게나 시간이라는 것이 주는 일탈의 시간이 있는 모양입니다.

그러나 일탈이 아니라 진정한 하느님을 찾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암튼 맘 속에 오신 하느님에게 말씀드립니다.

제가 당신의 한자락이라도 닮을 존엄성을 갖고 싶다고..

오늘은 속에 탈이난 어머니를 위하여 새우젓죽을 쑤고 굴전과 동태찌게를 끓여드렸습니다.

아이..속이 편하다..한마디 하시는 어머니..무척 고맙다는 표현이시라는 것을 이제는 압니다.

 

나의 언어와 나의 방식대로 사랑이 오고가지 않고

다른 이의 언어와 방식대로 오고가는 사랑을 존중하는 방법을 배우려고 합니다.

아직 멀었습니다..저는..

 

 

 

댓글 4

  • 2008년 11월 22일 오전 7:57

    경지에 오르셨습니다. 여의도 풍경이 생각나네요

  • 2008년 11월 22일 오전 8:21

    담담한 글이 겨울초입 느낌으로 와 닿습니다. 이곳은 여름이라고 하는데, 어제 오늘은 비도오고 으스스한게 추워요.

  • 2008년 11월 22일 오후 7:13

    효녀 송영경! 새우젓죽, 굴전에 동태찌게라 우리 엄마가 들으시면 얼마나 부러워하실꼬, 그대의 음식솜씨를 탐하는 남정네 빨리 나타나길, ㅋㅋ

  • 2008년 11월 22일 오후 7:24

    신아야 나를 그대로 내버려 두어다오..그냥 살다가 죽을란다..우리 엄마 등살에 눈치보면서 늘은게 음식솜씨 뿐이란다..그것도 엄마는 가끔 아주 못드시겠단다..쩝~

│ 이 │이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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