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음 - 도반 신부님

2012. 2. 24. 오후 7:34:13

글자

 

요즈음 정치인들과 연예인들이 망언을 계속하고 있어서

우리 사회 안에서 가십 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특히 모 연예인은 할아버지가 된 나이에 자기 과거사를 책으로 낸다 해서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고,

망령 들었다는 등 철딱서니 없다는 등등의 말까지 듣고 있습니다.

 

그럼 왜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일까요?

1. 돈이 없어서 2. 고생을 덜해서 3. 머리가 나빠서 4. 이 중에 답이 없다.

 

오늘은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왜 철없는 말과 행동을 하는지에 대하여

같이 생각해 볼까 합니다.

우리는 흔히 우리 자신이 상당히 논리적이고, 합리적이며,

자기감정을 잘 통제하는 이성적 존재라고 생각하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스스로를 양반, 신사, 젠틀맨, 요조숙녀, 참한 여자라고 생각하고,

누군가가 엇나간 말과 행동을 하면 쌍것이라느니, 배우지 못한 것이라느니

하는 등의 독기 어린 비난을 내뱉습니다.

 

그럼 과연 우리는 죽을 때까지 점잖은 양반으로 살 수 있을까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사람의 마음은 그렇게 성숙하지도, 그렇게 완벽하게 철이 든 상태도 아닙니다.

왜냐하면 여러 번 말씀드린 바와 같이

사람의 마음은 어른의 자아와 아이의 자아가 함께 자리 잡고 살기 있기 때문에,

특히 사고뭉치가 하나 같이 있어서

완전히 성숙할 수도 완전히 철들 수도 없다는 것입니다.

 

사람을 철들지 못하게 하는 '내면의 사고뭉치',

이것을 'the inner brat'(내면의 문제아)이라고 합니다.

 

이 사고뭉치의 특징은 무엇인가?

온통 자기 자신의 욕구를 빨리 철저하게 채우기 급급합니다.

기다리는 것을 싫어해서 오래 기다리게 하면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결과가 어떻게 될지 상관없이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것은 무조건 거절합니다.

그래서 소리지르고, 대화를 중단하거나 욕설, 비난을 퍼붓듯

비이성적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마치 미운 네 살짜리처럼)

우리가 무엇엔가 중독되는 것, 파괴적 성향을 보이는 것도

바로 이 내면의 사고뭉치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이 사고뭉치가 발작을 일으켰을 때,

우리는 우리 스스로가 정상적이 아니라고 느끼면서도 거기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이것이 발동되면 냉정을 유지할 사람이 극히 드물기 때문입니다.

 

그럼 어떤 사람들이 이런 성향이 강한가?

대개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이거나 미성숙한 사람들,

그리고 어린아이들에게서 가장 많이 나타납니다.

즉, 자기 절제 능력이 부족한 사람에게서 자주 보는 현상입니다.

간혹 어른스러운 사람들이 사고치는 것은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지쳐 있을 때

내면의 사고뭉치가 통제되지 않아 사고를 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사고뭉치는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

제거할 필요까지는 없고, 제거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길을 잘 들여서 데리고 살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삶의 중심에서 후미진 곳으로 밀어내서

영향력을 최소화시키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소위 내 마음 안에서 적당히 왕따 시켜서 말을 듣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좀 더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조용히 앉아서 마음 안에서 어떤 소리, 어떤 지랄 발광의 조짐이 보여도

흔들리거나 끌려가지 말고,

기도 자리를 지키고 기도 시간을 채우는 훈련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아기 예수를 바라보면서 대화를 나누면

지루하지도 않고, 내면의 사고뭉치도 잘 견제할 수 있습니다.

 

간혹 어떤 분들은 자신 안의 그런 성향을 마귀라고 여기기도 합니다만,

내면의 문제아는 마귀와는 다른 것입니다.

악하다기보다는 충동적이고, 절제하지 못하고, 미숙한 자아이기 때문에

영악하고 유혹적인 마귀와는 전혀 다른 존재입니다.

마치 사과와 토마토가 다르듯이.

 

따라서 마귀라고 여기고 제거하려고 하다가는

문제아를 더 문제아로 만들고,

자칫 분열증적 증세에까지 이를 수도 있기에 식별을 잘해야 합니다.

 

매일 술만 먹으면 성당에 와서 주정을 부리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특히 성탄절이 끝나면 주사가 더 심해져서 구유 세트에 가서 시비를 거는데,

아기 예수를 보고는 “야, 꼬마야, 넌 부모 잘못 만나 하필 마구간에서 태어났냐.

네가 무슨 망아지냐.”하고 핀잔을 주고,

요셉 성인 상을 보고는 “어휴, 등신. 자기 애도 아닌 애를 뭐 그리 감싸고 드노.

네 엄마가 너 낳느라고 미역국 먹은 게 아깝다고 하겠다. 어우 등신.”

성모님 상을 보고는 “처녀가 애를 낳으면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왜 웃고 지랄이여, 지랄이.”

동방 박사를 보고는 “돈 많은 놈들이 뭔 할 일이 없어서 그 먼 길을 찾아다닌 게야.

배때지 부른 넘들.”하면서 밤새도록 주정을 하는데

하도 주사가 심해서 아무도 말리지를 못하였는데......

 

어느 날 이 사람이 술이 깬 상태로 얌전하게 고해성사를 보러 와서는

자기가 독성죄를 지었다고, 다시는 주정을 부리지 않겠노라고 하더랍니다.

궁금한 본당 신부가 자초지종을 물으니,

그날 밤도 술이 취해서 구유 세트에서 주정하고 시비를 거는데,

갑자기 성모상이 움직이더니 자기 싸대기를 때리면서

“그래, 처녀가 애 낳았다. 어쩔래. 싸가지 없는 놈.”하시더랍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요셉 성인이 갑자기 오시더니,

“그동안 쌓인 것 많았어도 풀 데가 없었는데 너 잘 걸렸다. 띠발놈아.”

하고는 냅다 발길질을 하더랍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기 예수께서 벌떡 일어나시더니

“마구간에서 자느라 춥고 힘들어 죽을 지경인데 너 잘 걸렸다.”하고는

옷을 홀랑 벗겨서는 덮고 주무시더랍니다.

그래 “아니, 옷을 주셔야지요.”했더니

이번에는 동방 박사 셋이 황금으로 머리통을 때리고,

몰약과 유향을 던지는 바람에 한겨울에 알몸으로 쫓겨나는 일을 당했습니다.

 

그 이야기가 소문이 퍼져서 나중에는 가정의 온갖 사고뭉치들이

한밤중에 구유 세트 앞에 끌려와 치도곤을 당하고

철이 드는 기적이 줄이어 일어났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성당 이름이 ‘구타 성당’ 혹은 ‘조폭 가족 성당’으로 불린다고 합니다.

 

만약 여러분 안의 사고뭉치가 속을 썩이면

구유 세트 앞에서 혼구멍을 내주십사 기도하시기 바랍니다.

 

댓글 1

  • 2012년 2월 25일 오전 9:01

    도반 신부님은 분석학의 대가이십니다..지금도 가끔 헛갈려하는 철없음의 이치가 이해되는듯합니다.

│ 이 │이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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