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꼼꼼하게 - 도반 신부님

2012. 2. 24. 오후 7:32:39

글자

성탄절은 암울한 인간 세상에 삶의 희망을 주시는 

구세주께서 오심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기도할 때마다

'예수 그리스도, 예수께서는 구세주이십니다’라고 신앙 고백을 합니다.

 

성탄절 그러면 생각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동방 박사들이지요.

구유 세트에 놓인 세 사람의 왕족이 바로 그들인데,

황금-왕, 몰약-인간, 유향-신 등의 선물을 가져왔다고 하지요.

아기 예수와 동방 박사라는 한 장의 드라마틱한 세트가

사실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사실 논란이 많습니다.

특히 베들레헴이 정말 아기 예수가 태어난 곳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더더욱 논란이 많지만,

성탄절의 이 장면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평안함과 위안을 주는 치료적 기능을 하고 있기에

굳이 부정할 이유는 없다고 하겠습니다.

 

동방 박사들이 베들레헴의 별을 보고 아기 예수를 찾아 경배한 사건은

여러 각도에서 해석되고 있습니다.

특히 영성심리학에서는 동방 박사들이 아기 예수를 찾아가는 여정이

신앙 생활의 여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합니다.

동방 박사 세 사람은 인간 마음의 세 요소,

초자아, 자아, 이드를 상징합니다.

이 세 가지 요소가 균형을 이루며 성장하면,

즉 복음 말씀을 상징하는 ‘베들레헴의 별’을 보고 사는 삶을 살아가면

내 안의 참 자아, 아기 예수를 닮은 참 자아를 만나게 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 아기 예수와 동방 박사들의 만남이라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동방 박사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었을까요?

이들이 천문학자였다, 지방 왕족이었다는 등 여러 가지 설들이 있습니다만,

이들의 성격이 어떠했는지에 대해서는 별 언급이 없습니다.

 

그러나 동방 박사들이 어떤 성격의 소유자들이었는가는 참으로 중요합니다.

아기 예수를 만나기 위해서는 어떤 성격을 가져야 하는지 답을 주기 때문입니다.

 

동방 박사들의 성격은 어떠했을까요?

① 아주 꼼꼼 ② 아주 계획적 ③ 아주 치밀 ④ 좀 부주의하고 덜렁거리는 성격

답은 ④번입니다.

 

우리는 흔히 아주 꼼꼼하고, 아주 철저하고, 아주 계획적인 사람들이

동방 박사들처럼 사업에 성공하고 인생에서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왜 그런가?

첫 번째 이유, 작은 일에 지기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패배가 자기열등감을 건드려서 괴로울까 봐 전전긍긍하며 삽니다.

그래서 늘 하는 말이 ‘나 자존심 상해서 안 할란다’하거나,

일찍 조기 은퇴해서 심리적 노인 대열에 합류해 버리고,

‘내가 옛날에 한 가락 했는데’하는 말로 자기위로를 하며

궁색하게 말년을 보냅니다.

 

만일 동방 박사들이 서로 자존심을 내세웠다면

중간에 찢어져서 세 사람이 함께 하는 여정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두 번째, 이렇게 사는 분들은 대개 조잔하기 때문에 성공을 못합니다.

대개 이런 성격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인가 대단한 일을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아주 조잔하기 이를 데 없어서 큰일을 치루지 못합니다.

 

왜 그런가?

대개 이분들은 인생이건 신앙생활이건 너무 높은 목표를 가지고 살아서입니다.

 

물론 이상을 가지고 사는 것은 좋지만,

완벽주의라는 비현실적 목표를 가지고 살 때

자기부정, 자기혹사의 굴레에 갇혀서

쓰잘데기 없이 작은 것에 몰두하고, 자기를 옭아매는

조잔한 인생을 살게 된다는 것입니다.

동방 박사들은 서로에 대해 관대하였기에 인생 여정에 성공한 것입니다.

 

세 번째 이유, 활력이 없고 골골하기 때문에 성공을 못합니다.

자기 인생에 너무 복잡하고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면,

중추 신경 부담이 커지고, 성과는 안 생기고, 몸만 지쳐서

골골하고 짜증만 내기 때문에 여간해서는 성공하거나 큰일을 할 수 없는 것입니다.

 

동방 박사들의 여정은 하루 이틀이 아닌 긴 여정이었다고 합니다.

긴 여행을 하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만일 동방 박사들이 활력이 없고 골골한 사람들이었다면

병치레하느라 베들레헴은커녕 병원 신세를 졌을 것입니다.

 

몸이 건강하려면 혈액 순환을 비롯한 순환계의 활동이 원활해야 합니다.

피가 온몸을 골고루 돌아야 건강하다고 하지요.

이 원리는 마음에도 적용됩니다.

사람의 정신에도 혈관과 같은 물길-水路가 있다고 하는데,

마음의 에너지가 이 수로를 따라 원활하게 순환될 때 건강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나치게 꼼꼼, 치밀, 계획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들은

이 수로가 막혀서 동맥 경화 현상 같은 것이 나타나고,

그래서 골골하고 활력 없이 살게 됩니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에서 동방 박사들은

아마도 약간 부주의하고 덜렁거리는 성격이었을 것이라고 여겨지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천당 국무위원들을 교체하기로 하셨습니다.

기존의 국무위원들이 덜렁거리는 데다 하도 마음들이 약해서

자꾸 퍼 주고, 봐 주고, 넘어가 주다 보니

그만 천당 재정이 바닥날 지경이 된 것입니다.

그래서 아주 치밀하고 꼼꼼하고 계획적인 사람들로 교체하였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천당 창고에 물건이 가득하고, 통장에 돈이 차기 시작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마음이 흡족해지셨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음이 언짢아지기 시작하셨습니다.

민원이 빗발치기 시작한 것입니다.

천당 시민들이 뭘 해달라고 하면, 이건 이래서 안되고, 저건 저래서 안되고,

국무위원들이 개콘 개그맨처럼 “안돼”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아서

천당 주민들의 불만이 극에 달한 것입니다.

또 잔소리는 얼마나 많은지 사사건건이 야단을 치다 못해

하느님이 입으신 옷, 행동에까지도 잔소리를 해 대서

하느님께서 화병이 나실 지경이 되었습니다.

 

그런 어느 날, 대노하신 하느님께서 국무위원들을 대거 교체할 것이라 하시자,

꼼꼼이와 치밀이들은 모여서 대책 회의를 열고,

생존 방법으로 덜렁거리고 살자고 합의하였습니다.

그날부터 하느님 앞에서 자기들이 덜렁거린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밥 먹다가 흘리고, 오줌 싸다 흘리고, 커피 먹다 하느님 바지에 흘리는 등

하지 않던 행동을 보였는데,

하느님께서 베드로 사도에게 “이 사람들이 아무래도 노망이 든 듯하니

따로 격리하거라.”하셔서 천당에 느닷없이 치매 노인 격리수용소가 생기고

이들이 일기생으로 입소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동방 박사들처럼 아기 예수를 만나는 행운을 얻으려면

지금부터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은가?

자기 목표 수준, 자기 요구 수준을 낮추어 사는 것이 좋습니다.

자기 에너지 양에 맞게 살아야 지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또 웬만한 일은 신경 끄고, 약간 부주의하게 사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신경 에너지 소모를 아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동방 박사들이 헤로데 왕을 찾아가서 눈치 없는 행동을 한 것을 보면

이들이 약간 부주의한 성격들임을 알 수 있습니다.

 

열두 사도들, 특히 베드로 사도는 덜렁거리는 성격이었고,

많은 성인성녀들이 덜렁이들이었다고 합니다.

 

그중 특히 토머스 머튼 수사는 덜렁거리기로 세계적으로 유명하신 분이셨습니다.

물이 가득찬 욕조 안에서 전기 도구를 쓰다가

심장마비로 돌아가실 정도로 덜렁이였는데,

이분이 쓰신 “명상의 씨”라는 책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많은 신앙인들에게 마음의 위로를 주는 책이 되었으니

가히 인생의 역설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성공과 행복을 얻기 위해서

약간은 느슨하게, 약간은 부주의하게,

약간은 덜렁거리며 사시길 바랍니다.

 

 

 

 

 

 

 

댓글 1

  • 2012년 2월 25일 오전 9:09

    정신분석학자인 프로이트와 견주어도딱~이실것 같은 말씀에서 답을 얻습니다..

│ 이 │이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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