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의 병폐 2 (펌글)

2009. 3. 4. 오후 5:02:41

글자
 
마라톤의 병폐 (내용이 꽤 길죠?) 앞글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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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보다 멋있게 보아 주지 않는다. 미국 영화에서 조깅하는 사람들은 모두들 멋있다고 하는데 여러분이 뛰면 별로라고 한다. 엄청난 농약으로 환경을 오염시키는 잔디에서 클럽을 휘두르는 골퍼는 멋있게 보아주는데 기껏 땀방울이나 길에 뿌리는 환경친화적인 달리기는 이상하게 본다. 극성 맞은 사람들로 본다. 맛이 간 사람들로 본다. 좀 징그럽게도 본다. 괴팍한 성격의 보유자로 본다. 숨통 막히는 사람들로 본다. 한마디로 별종 취급을 받는다.

반포에서 비 오는 날 뛴 적이 있는데, 축구를 하던 사람들이 측은하다는 눈초리로 날 보았다. 유일한 위안은 머리끝까지 진흙에 뒤범벅이 된 그들을 더 측은하다는 듯 보는 것 뿐이다. 폭우를 맞으며 달리다가 허리에 찬 생수를 마시며 달릴 땐, 남들은 결코 이해할 수도 없고, 이해시킬 수도 없는 혼자만의 환희를 맛보기도 하겠지만 한심스럽기도 할 것이다.  

와이프도 처음엔 건강을 위해 달리기를 시작한 날 좋아하다가 점점 중독 증세가 심해지니, 날 의심하기조차 하더라.  저렇게 힘들고 재미없는 달리기를 한다고 두시간 세시간을 땡볕에서 뛴다는 건 뭔가 가정생활에 재미를 못 붙이기 때문....오잉?

그러나 분명한 것은 50대 이상의 노년층으로 부터는 선망의 대상이 된다. 중풍 걸린 노인네는 여러분을 슈왈츠네거 보듯 할 것이다. 이건 100% 믿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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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약점을 쉽게 간파당할 수 있다. 여러분을 접하는 모든 사람들은 곧 여러분이 쉽게 무너지는 주제를 파악할 수 있다. 그 이야기만 나오면 흥분하고, 신이 나고, 열광하고, 그래서 협상에서 패하기 일수다.  

우리 딸애는 원타임 공연엘 가겠다고 조를 때, 자기도 내일부터 아빠와 함께 뛰겠다고 약속함으로써, 내 승낙을 받아냈다. 처음엔 불같이 화를 내던 아빠를 어떻게 공략할 수 있는가를 조그만 계집애도 쉽게 알 수가 있는데, 하물며......( 그애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나도 그럴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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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걸 희생해야 하고,
절제해야 하고,
포기해야 하고,
설득해야 하고,
고집을 부려야 하고,
노력해야 하고,
준비해야 하고,
각오를 해야 하고, 아주아주 단단히,
아무나 따라 잡으려 해서 안되고,
그러면서도 따라 잡으려 해야 하고,
어제의 성공에 과신말고
어제의 실패에 좌절말고
겸손해야 하고,
자신을 알아야 하고,
자신을 믿어야 하고,
자신을 격려해야 하고,
자신을 채찍질해야 하고,
자신을 사랑해야 하고
고독을 감내해야 하고,
침묵을 즐겨야 하고,
경외심을 가져야 하고,
기도해야 하고,
그리고 감사해야 하는데,

말은 그럴 듯 할지 모르지만 쉽지가 아니하다. 이상 충분히 경고는 했으니, 나머지는 각자 알아서 할 일이다.  혹시 내 뜻이 잘 못 전달되어 그래도 한번 마라톤에 입문해 보겠다고 결심하는 분들이 있을 지 모르겠다.  그 분들께 행운이....아마도 행운이 필요할 것이다.  

마라톤 입문 후, 3-4개월 후 쯤, 달리기가 주는 오묘하고도 감미로운 유혹, 즉, 여러분의 신체에 오는 신비로운 변화, 여러분의 정신 셰계에 오는 이상한 변화를 맛보고 나면, 그땐 여러분은 끝장이기 때문이다.  

일주일쯤 후, 우리회사 연구소에 달리기 붐이 일어 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글 : 조영관(종근당 해외영업 이사)

댓글 2

  • 2009년 3월 5일 오후 2:57

    아주 잘 읽었습니다. 공감되는 부분이 아주 많네요~~

  • 2009년 3월 5일 오후 5:39

    5번. 6번도 은근히.... 7번을 보니 괜히 입문했나 싶네. 저걸 지키려면 인간이 아니제...지금이라도 늦지않았다. 한시라도 빨리그만 두두두두두..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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