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보내면서 올리는 기도

2008. 12. 29. 오전 11:40:07

글자
- 한 해를 보내면서 올리는 기도 -
 
 
마지막이라고 말하기엔 너무나 아쉬운 시간
저 멀리 지나가 버린 기억 차곡차곡 쌓아
튼튼한 나이테를 만들게 하십시오.
 
한 해를 보내며 후회가 더 많이 있을 테지만
우리는 다가올 시간이 희망으로 있기에
감사한 마음을 갖게 하십시오.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감사 안부를 띄우는 기도를 하게 하십시오.
 
욕심을 채우려 발버둥쳤던 지나온 시간을
반성하며 잘못을 아는 시간이
너무 늦어 아픔이지만 아직 늦지 않았음을
기억하게 하십시오.
 
작은 것에 행복할 줄 아는 우리 가슴마다
웃음 가득하게 하시고 허황된 꿈을 접어
겸허한 우리가 되게 하십시오.
 
맑은 눈을 가지고 새해에 세운 계획을
헛되게 보내지 않게 하시고 우리 모두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주십시오.
 
모두가 원하는 그런 복을 가슴마다
가득 차게 하시고 빛나는 눈으로
밝은 세상으로 걷게 하십시오.
 
먹지 않으려고
입을 꼭 다물고 손을 내저어도 얼굴을 돌려도
어느새 내 입속으로 기어들어와
목구멍으로 스르르 넘어가 버리는 시간.
오늘도 나는 누에가 뽕잎을 먹듯
사각사각 시간을 갉아먹고 있다.
쭉쭉 뻗어나간 열두 가지에
너울너울 매달린 삼백예순 이파리 다 먹어치우고
이제 다섯 잎이 남아 있다.
퍼렇게 얼어붙은 하늘가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 전순영의《시간을 갉아먹는 누에》중에서 -

댓글 3

  • 2008년 12월 29일 오후 1:10

    감사합니다 잊혀진 것을 생각나게 해주셔서....

  • 2008년 12월 29일 오후 3:41

    사각 사각 뽕잎을 갉아먹는 누에처럼 올 한해도 다 씹어버렸다. 감동있는 좋은글! 너무나 감사 합니다. 새해에도 더욱 건승 하세요!

  • 2008년 12월 30일 오후 12:39

    저 같은 경우 지난 2년여동안 회사일로 무겁게 진누른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을 올라가 현재 십자가에 매달려 있습니다. 그런 와 중에 교장선생께서 올려 놓으신 글귀에 한편으론 전율이 한편으론 마음에 양식을 갖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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