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의 계절

2008. 12. 23. 오전 12:34:50

글자
용서의 계절 / 이해인   

새롭게 주어지는 시간 시간을 알뜰하고
성실하게 사용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며 쓸데없이 허비한
당신을 용서해 드립니다.

나도 그렇게 했으니까요.

함께 사는 이들에게 바쁜 것을 핑계 삼아
따뜻한 눈길 한 번 주지 못하고
듣는 일에 소홀하며 건성으로 지나친
당신을 용서해 드립니다.

나도 그렇게 했으니까요.

내가 어쩌다 도움을 청했을 때
냉정하게 거절한
당신을 용서해 드립니다.

나도 그렇게 했으니까요.

다른 사람에게 남의 흉을 보고
때로는 부풀려서 말하고
사실이 아닌 것을 전달하고
그것도 부족해 계속 못마땅한 눈길을 보낸
당신을 용서해 드립니다.

나도 그렇게 했으니까요.

감사보다는 불평을 더 많이 하고
나의 탓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말을
교묘하게 되풀이한
당신을 용서해 드립니다.

나도 그렇게 했으니까요.

사소한 일로 한숨 쉬고 실망하며
밝음 웃음보다는 우울을 전염시킨
당신을 용서해 드립니다.

나도 그렇게 했으니까요.

....................

어느새 우리는 한 해의 끝 자락에 와 있습니다.
용서와 화해를 서둘러야 할 때 입니다.
'난 절대로 용서 못해'
'죽어도 화해 못해'
'한 번 아닌 것은 절대로 아니라니까
두고 보라지'
어떤 경우에라도 이렇게 말하지 마십시오.

우리의 모든 날들은 용서하기 위해
주어진 시간이고 선물입니다.
죽을 만큼 힘들더라도
우리가 누군가를 진심으로 넓게
시원하게 용서하는 그 순간에
우리는 날개가 없어도 천사가 되는 것입니다.

올해는 어떤 선물보다도
'용서하는 마음을' 들고 주변분들에게 다가가는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크리스마스 카드나 연하장에 저도 올해는
고운 덕담과 함께
'저의 잘못으로 마음을 상한 점들을
진심으로 용서 청합니다!'라고 쓸 것입니다. 

누군가를 아직도 용서하지 못하고
남아 있는 미움은 쓸어버리고,
 
누군가에게서 사랑받고 은혜 입은
감사의 기억은 작은 것이라도
소중하게 쓸어 담아야겠습니다.

댓글 4

  • 2008년 12월 23일 오후 2:34

    너무나 감동적인 글 잘 읽었습니다. 훈부님의 아름다운 마음이 세상을 녹이고 있습니다.새해에도 더욱 건승하기를 빕니다.

  • 2008년 12월 25일 오전 12:14

    사랑은 끊임없이 남을 용서하는 것이랍니다.그래야 내마음도 편하고 그것이 자신도 사랑하는 것입니다.항상 행복하세요.

  • 2008년 12월 31일 오후 5:32

    용서하기위하여 새해에는 용서를 받을랍니다

  • 2009년 1월 2일 오후 8:43

    많이 행복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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