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 - 일치의 영!

2010. 5. 21. 오후 11: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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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 그레코  성령강림 1600-5  275x127  마드리드 프라도미술관 >

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5월의 말씀

성령 - 일치의 영!

사도행전의 성령강림 장면을 담은 엘 그레코의 그림입니다.
 ‘사도행전’이라는 말 그대로 사도들의 행적들을 담은 이 성서에서 사도들은
성령강림 전까지 부활에 대한 확신이 점점 깊어감에도
불구하고 아직 다락방에 숨어 지냈습니다.
부인들과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와 다른 이들과 함께 한 마음으로 기도에 전념하고
배신자 유다 대신 마티아를 사도로 뽑습니다.
그 이유는 부활의 증인으로 12명이라는 상징적인 숫자는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그들은 자신들이 부활의 증인이며, 예수를 통해 드러난
하느님 사랑을 체험함으로써 죽음을 이긴 생명이 자신들을 이미
한마음으로 묶어주고 있음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그들 마음 안의 두려움이 예수를 잡아 죽인 유다인들을
피하게 하였습니다.   그러나 성령 강림 이후 이러한 사도들의 태도는 180도로 바뀝니다.
베드로는 열한 사도와 함께 일어나 유대인들에게 그 유명한 오순절 설교를 합니다.
그의 말을 듣고 그 날 세례받은 사람만 삼천명이 된다고 사도행전은 전해줍니다.
이보다 더 놀라운 사실은 신도들이 모두 함께 지내며 가진 것을 내어놓고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하며,
한마음 한 뜻이 되었다고 전해줍니다.
또한 사도들은 확신에 차서 예수께서 생전에 행하시던 일들을 똑같이 행합니다.
앉은뱅이를 낫게 하고 죽은 이를 살립니다. 그러면서도 자신들이 대단한 일을 하고 있다는 의식없이
아이마냥 단순하게 “나자렛 사람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병이 나았다”
고 최고의회에서 선포합니다.  

잘난 척하기 좋아하던 베드로, 나서기 좋아하고 겁많던 베드로 그리고 그와 별반 다름없는 다른 11명의
제자들과 믿는 이들의 무리를 이토록 달라지게 한 것은 대체 무엇입니까?
예수를 빌라도에게 넘겨 십자가형에 처한 이들의 가슴을 그때보다 더 철렁하게 만든 이들의 확신에 찬 말과 행동,
기적은 어디서 온 것입니까?
종교심 강한 유다인들을 경탄케 하고 예수께 대한 믿음에로 이끈 이들의 믿음,
공동소유, 가족애보다 더 끈끈한 형제적 사랑은 대체 어디서 온 것입니까?
사도행전은 그것이 성령강림의 체험이라고 합니다.  
사도행전은 이 때 모두 한 곳에 모여 있었다고 합니다.  
한 곳에 ‘모여 있다’는 것은 참 중요합니다.
자신의 죽음을 예고하는 예수님 앞에서,
심지어 한 제자의 배신을 알리는 때에도 제자들은 누가 더 높은지 다투었습니다.
한 자리에 있지만 각자의 자리에 있는 것이지요.
예수님을 두고 서로 논쟁을 하던 유다지도자들은 각자 제 집으로 돌아갔다고 성서는 말해줍니다.
예수님과 함께 하면서도 각자 자신의 자리에 있던 이들이 예수의 처절한 죽음과 함께
자신의 모든 것이 사라지는 그 시점에 뿔뿔이 흩어지지만 예수의 부활을 체험하면서
한 자리에 모이기 시작합니다. 복음사가 요한이 말하는 대로
예수님은 흩어진 백성들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십자가 위에 돌아가셨습니다.
성령의 불혀를 받은 이들은 한 자리에 모여 있지만
또한 각자의 고유한 모습을 잃지 않습니다. 이들을 한 자리에 모은 것은 인간적 이상이나
서로 성격이 맞다거나 하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이들이 모두 자신을 잊고 성령에 취해 있습니다.
그림은 이것을 아주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성령은 우리로 하여금 자신을 잊을 수 있게 해줍니다.
역설적으로 인간은 자신을 잊을 수 있을 때 가장 자기다워집니다.
왜냐하면 자신을 잊고 타자에게로 향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성령은 일치의 영인 것입니다.
한 자리에 있는 모든 이를 사로잡는 제2의 성령강림이 곳곳에서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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