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동기 여러분께.
남편의 요양을 위해 파주 심학산 기슭에 주거를 옮긴 지 이제 꼭 1년하고도 열흘이 지나고 있습니다.
서울보다 3-4도 낮은 이곳에서 지내며 모든 생물이 왜 그토록 봄을 기다리는지 절실히 느끼게 됩니다.
이제 곧 봄이 오고 훈풍이 불겠지요.
다행히 저희 형제의 병세는 많이 좋아져 하루 하루 감사의 나날을 지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암이란 병은 만만치 않아 아직 갈길이 먼 상황이기도 합니다.
이런 와중에도 지난 해 8월 막내 딸이 시집 가고, 지난 2월11일에는 장남 나힘찬 대철베드로가 장가들어 시부모가 되는기쁨을 맛보게 되었습니다. 품안의 자식이라고 서운함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지만 부모로서의 의무를 마쳤다는 안도감이랄까 뭐 그러네요.
동기 여러분이 그때마다 걸음해주시고 기도해주신 덕에 아름다운 마무리를 할 수 있었고 적적한 이곳에서의 생활에도 큰 위로가 됩니다.
정말 감사드려요
본당에서의 활력있는 봉사활동을 뒤로 하고, 이곳에서는 겨우 주일만 지키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초대 교부들이 빈 몸으로 광야를 찾아 주님을 갈구하던 모습과, 소화데레사의 주님을 향한 무조건적인 사랑을 자주 묵상하게 되는 이즈음입니다.
우리는 어떤 신앙의 길에서 또다시 신학원에서처럼 만나게 될까요?
수업 시간은 물론 화장실 청소와 칠판을 지우면서도 행복했던 그 순간들 ...
최근에는 토마스 머튼의 <칠층산>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행복했습니다. 필자는 이 책에서 <준주성범>과 아우구스 티누스의 <고백록>을 읽도록 권유하고 있어 보려고 합니다. 두 권 다 귀에 익숙하나 정작 아직 자세히 읽지는 못한 터라 기대가 됩니다.
아들 혼사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한다는 것이 중언 부언 길어졌네요.
거듭 감사드리며 파주의 신선한 바람과 찬란한 햇살을 마음으로 보냅니다.
감사드립니다.
2012. 2. 16. 오전 7:3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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