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수는 당신 생애의 클라이맥스로 들어서는 심문 장에서
쏟아지는 질문자들(대사제 가야파, 빌라도, 헤로데)의 온갖 질문에
"이 사람들이 그대에게 이렇게 불리한 증언을 하는데 할 말이 없는가?" 하고
예수를 고발하는 군중의 소리에 밀리어 대사제가 예수께 질문하지만,
예수께서는 묵묵부답.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다 (마태 26,62-63)
빌라도가 "사람들이 저렇게 여러 가지 죄목을 들어서 고발하고 있는데
그 말이 들리지 않느냐?" 하고 다시 물었지만
예수께서는 역시 총독이 매우 이상하게 여길 정도로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으셨다. (마태 27,13-14)
예수께서는 아무런 대답도 하시지 않았다.(루가 23,9)
이사야가 말한 것처럼 그분은 결코 입을 열지 않았다.
"그는 온갖 굴욕을 받으면서도 입 한번 열지 않고 참았다.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어린양처럼 가만히 서서 털을 깎이는 어미 양처럼
당신의 말씀이 저들에게 먹혀들지 않는다는 것을 아셨기 때문이었을까?(아모 5,13)
오히려 그분의 침묵은 스바니아 예언자의 말을 상기시킨다:
"야훼 앞에서 입을 다물어라. 야훼께서 오실 날이 왔다"(스바 1,7).
입을 닫을 때 하느님께서 오시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분의 침묵은 하느님께서 오시는 소리를 듣게 한다.
그분의 침묵은 할말이 없어서나 당신의 말씀이 먹혀들지 않을 것을
염려해서가 아니라 군중은 군중들대로, 대사제나 빌라도나 헤로데는
또 그들대로 할말이 있어 내지르는 소리를 잠재우는 소리이다.
이 소리들이 예수의 침묵에 빨려 들어가 숨을 죽일 때,
그 때 소리 없이 들려오는 하느님의 소리가 들려올 것이다.
세상을 창조하고 생명으로 부르시는 그분의 소리가 들려올 것이다.
침묵을 방해하는 인간들의 시끄러운 소리에 의해 죽어가고
인간의 소리를 집어삼키는 하느님의 침묵에 의해 살아난다.
예수께서 침묵 속에 들은 저 '들리지 않는 하느님의 음성'을
세상을 창조하시고 구원하는 소리를 언제 들을수 있을까?
군중들 앞에서, 헤로데 앞에서, 대사제 앞에서, 빌라도 앞에서,
우리를 보살피는 사랑임을 깨닫게 하여 주십시오.
이 재민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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