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10월초 고향이자 성지인 천호성지에 들렀을때의 일입니다.
성지에 출발 하려고 하는데 3학년과1학년인 두 딸아이와 함께 시골에 사는 조카들 셋이 따라 나섰다.
걸어서 20분, 차로 5분정도의 거리로 전에는 다들 걸어 다녔지만 지금은 성지 바로앞까지 차로 다니고 있다.
그런데 성지앞까지 번지르름한 승용차로 간다는게 개인적으로는 마음이 좀처럼 편치 않았다.
차에서 내린 초등학교 어린이들은 마치 야산 놀이터에라도 온것처럼 큰소리로 떠들며 뛰어 다녔다.
나는 그 모습을 보다가 문득 스치는 생각이 있어 아이들을 다 모아놓고 진지하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얘들아! 이곳은 놀이터가 아니란다. 하느님을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이 모셔진 성스럽고 거룩한 땅 이란다.
옛날 할아버지 할머니들께서는 이곳에 오실때마다 신발과양말을 벗고 맨발로 기어서 오르곤 하셨다. 순교자들
을 생각하며 말이야... 그런데 우리는 고급 승용차에 그것도 모자라 웃고 떠들며 성지에 오르다니....
좀더 진지하게 순교자에 대해 생각하며 올라야 되지 않겠니?" 그러자 갑자기 분위기가 숙연해 지더니
한아이가 무릎을 꿇기 시작했다. 이어서 한명두명....모두 무릎을 꿇고 기기 시작했다.
난 좀 당황스러웠다. 얘들이 장난을 하나.... 그래서 " 이제 그만 일어나거라 "하고 말했지만 이들의 표정은
너무도 진지했으며 끝까지 기어서 올라가겠다고 말했다.
몇 안되는 그들의 모습은 장엄해 보이기 까지 했다. 난 이곳 성지에 모셔진 분들에 대해 죽어 모셔지기까지
사연들을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아이들은 침묵속에 100개가 훨씬 넘는 계단을 모두 기어서 올라가 순교자의
묘소앞에 섰다. 순교자 한분한분을 소개하며 순교자를 통한 기도가 얼마나 힘이 있는지를 깨닫게하고
각자 자신만의 주보성인도 만들었다. 순교자 찬가를 부르고 각자 돌아가며 기도도 했다. 나는 지금껏
이렇게 진지한 아이들에 모습을 본적이 없었다. 정말이지 좀전에 천방지축 뛰어놀던 그들이 아니었다.
뜻하지않은 이들의 모습에 당황했던 나는 주님께 감사 할 수 밖에 없었다. 그건 분명 성령의 움직임이셨던
것이다. 기도가 모두 끝나고 내려 가려 하는데 아이들은 다시 무릎을 꿇고 기기 시작했다.
" 얘들아! 이젠 됐어. 걸어가도돼." 라고 말하니까 아이들은 " 아니예요.우린 끝까지 기어서 내려 갈거예요."
라며 한사코 말을 듣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아이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기어서 순례를 마쳤다.
모두 내려와 성지를 배경으로 핸드폰 카메라로 사진도 찍었다. 성지순례를 마치고 아이들에게 느낌을 물었다.
마음이 어떠냐고?... 가장 어린 아이가 말했다. " 마음이 좋아졌어요" 다른 아이도 말했다." 제가 뭔가 큰일을
한것처럼 마음이 뿌뜻하고 기뻐요" ....그렇게 말하는 그들은 진정 하느님의 아들 딸들 이었다.
이날 이 어린이들의 바지와 신발은 찢어지고 글켜졌는데 대부분 새구두와 멋을 내기 위해 입었던 새 옷들
이었다. 아이들은 옷이 찢기고 구두가 망가진것에 대해 어떠한 불평도 하지 않았다.
지금도 그때 그 아이들의 모습을 생각하면 벅찬 가슴과함께 감동의 눈물이 흐르곤 한다.
한가지 미안하고 아쉬운점은 정작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한 나 자신은 꼿꼿이 서서 걸어 갔다는 것이다.
이런.... 난 정말 위선자인가?.... 아이들에게서 많은 감동과 함께 하느님을 느꼈다.
내려와 어린이들의 손을 잡고 걸으며 이야기 했다.
" 얘들아! 결코 오늘을 잊어서는 안돼. 그리고 하늘을 봐. 지금 너희들이 보는 이 하늘은 결코 다시볼수 있는
하늘이 아니란다. 지금 느끼는 소중한 감정! 바람소리 산새소리 순수한 마음! 이 모든 아름다운 것들을 꽁꽁
묶어 달아나지 않도록 마음에 잘 간직해야돼. 마음속에 너희들만에 하느님의 숲을 만들어 힘들고 어려울때
꺼내보렴. 이 아름다운 소중한 기억들은 너희들 영혼을 맑게 해줄거야....." 이하 생략
주하느님~ 지으신 모든세계 ~ 내마음속에 그리어볼때~~~~ 아이들과 함께 이 성가를 부르며 성지를 떠났다.
**** 기어서 성지순례하는 모습을 갑작스럽게 핸드폰 카메라에 담았는데 핸드폰이 제것이 아니어서 사진을
싣지 못했습니다. 차후에라도 사진을 올려 놓도록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