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재형 가브리엘 신부님
지난 수요일에 14년 전 처음으로 혼배 주례를 했던 부부를 만났습니다. 시간이 흘러 부부는 아이를 3명 낳고 아름다운 가정을 꾸미고 있었습니다. 살다보면 이렇게 만날 인연이 있나 봅니다. 제가 아는 분의 성가 책에 제 이름이 있었고 성가대를 하던 마리아 자매는 그 자매님의 성가 책에 있는 제 이름을 보고 연락을 하셨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잊지 않고 지냈던 부부가 고마웠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아름다운 가정을 이루는 것도 감사했습니다. 무엇보다 신앙 안에서 하느님께 대한 믿음으로 살아가는 부부를 보니 기뻤습니다. 집에 초대해서 함께 저녁을 먹으며 혼배 때 사진을 보았습니다. 그때는 저도 지금보다 날씬하더군요. 이야기를 나누는데 함께 오셨던 다른 부부가 제게 이런 말을 하십니다. “참 선해 보이십니다.” 하긴 달리 내세울 것도 없는데 그런 이야기라도 들으니 고마웠습니다.
어제는 13년 전 함께 교육을 받았던 형제님을 만났습니다. 대기업에서 명예퇴직을 하시고 어느 본당에 사무장으로 가셨습니다. 처음에는 힘들어 하셨는데 지금은 잘 지내고 있다 말씀하십니다. 제게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신부님이 변하신 줄 알았는데 예전이나 지금이나 그대로 이십니다.”
변하기 위해서 특별히 노력하는 것도 아니기에 별로 변화를 생각하지 않았는데 예전과 그대로라는 말씀이 무슨 뜻인가 생각해 봅니다. 적성 성당에 있다가 명동 교구청으로 오니 주변 환경은 많은 차이가 있었지만 우리들 사는 것은 어디에서나 변할 것이 별로 없는 삶이기에 변하지 않았다는 그 말씀도 맞겠다 싶습니다.
우연히 하루 사이로 오래 전에 알았던 분들을 만나고 보니 저를 잠시 돌아보게 됩니다.
나는 처음 사제 서품을 받은 뒤로 14년이 지난 지금까지 어떤 모습으로 살아왔을까!
사람들은 그런 나를 보고 어떤 느낌을 가질까!
내 양심에 비추어, 하느님 앞에 난 얼마나 솔직했을까!
겉으로 드러난 모습은 그대로 일지라도 속을 들여다보면 참 부끄럽고 부족한 삶입니다.
지난 금요일 새로이 많은 분들이 사제 서품을 받았습니다.
사제 서품을 받으면서 새 사제들은 ‘서품 성구’를 정했을 것입니다.
그렇게 정한 서품 성구의 말씀을 늘 마음에 세기며 사제의 삶을 사시기를 바랍니다.
높은 이상을 가지되 앞에 있는 현실을 바라보는 사제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아무리 말해도 부족함이 없는 겸손한 사제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고객이 감동할 때까지라는 말처럼 교우들이 감동할 때까지 직무에 충실한 사제가 되시기 랍니다. 늘 동료들과 함께 하는 사제가 되시기 바랍니다.
“눈물로 씨 뿌리는 사람이 기쁨으로 곡식을 거두리라!” 제가 정했던 서품 성구입니다. 지금 돌아보면 뿌리지 않고 거두려는 욕심이 많았습니다.
사제 서품을 받는 서울 대교구의 부제님들께 진심으로 축하의 인사를 드립니다. 하느님의 사랑 안에 주 예수 그리스도를 충실히 따르는 사제의 삶이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복음화 학교 가족 여러분!
새 사제들을 위해 기도 중에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