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설적 진리

2005. 5. 10. 오후 5:08:20

글자

 

 

새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추기경 시절인 2000년에 독일의 저널리스트 페테 제발트와 엮은 대화집이 2004년 우리말로 번역되어 출간되었습니다. 인상 깊은 대목이 있어 소개합니다.

"중세 때 교황청에 여행을 왔다가 가톨릭 신자가 되고 만 유다인 이야기를 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가 돌아오자 교황청을 잘 알고 있던 어떤 신자가 그에게 이렇게 물었다지요. ''거기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제대로 알고는 있는 건가?'' 그러자 그 유다인은 ''그래, 물론 스캔들과 같은 일들을 모두 알고 있다네. 그 모든 것을 직접 보았으니까.''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런데도 가톨릭 신자가 되었다는 말인가? 그야말로 그건 완전히 정신 나간 짓일세!''라는 식자의 말에 그 사람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가톨릭 신자가 된 것이네. 그런 상황에서도 교회가 계속해서 존속해 왔다면 그야말로 다른 누군가가 교회를 지탱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으니까 말일세.''...

제가 보기로 이러한 역설 속에서 무언가 매우 중요한 것이 드러난다고 하겠습니다. 사실 가톨릭 교회 안에 인간적 무능함과 약점이 없던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가톨릭 교회는 물론 한숨과 신음 소리가 없지는 않지만 아직까지 존속하고 있으며, 끊임없이 위대한 순교자를 배출해 냈고, 위대한 신앙인, 선교사, 또 간호사, 교축자가 되어 교회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사람들을 배출해 냈습니다. 그런 점이 이 교회를 지탱하는 다른 어떤 존재가 정말로 있음을 말해 주지요."

- <하느님과 세상>, 성바오로출판사, 82-83쪽.


교황님은 가톨릭 교회 구성원이 저지르는 온갖 과오와 죄를 감추기 않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도, 교회를 인도하시는 하느님의 놀라운 손길을 고백합니다. 물론 교회 안에서 발견되는 죄와 잘못을 청산하려는 노력, 교회를 좀더 주님께서 원하시는 모습으로 만들어가려는 몸부림이 분명히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교회는 항상 정화(淨化)되어야 한다''(교회헌장 8항)고 고백을 했지요.

하지만 교회의 정화와 쇄신을 위한 노력과 몸부림 속에서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근본적으로 교회는 인간이 아닌 ''다른 어떤 존재'', 바로 하느님에 의해 움직여진다는 사실입니다. 그렇지 않고 마치 우리의 노력과 몸부림으로만 교회가 정화되고 개선된다고 생각한다면, 궁극적으로 인간 소유의 교회지 주님의 교회는 아닙니다. 인간의 노력과 몸부림이 없어서는 안되지만, 그것에만 의지하게에는 인간이 너무 보잘 것 없습니다. 인간의 정성과 노력 못지않게 필요한 것은 악과 어두움에서 더 큰 선과 빛을 이끌어내시는 하느님에 대한 신앙입니다. 새 교황님은 바로 그 신앙을 우리에게 강조하게 계십니다. 그리고 기쁜 마음으로 그 신앙을 갖고자 합니다.

 

 

- 출처: 손희송 신부님 홈페이지

댓글 3

  • 2005년 5월 10일 오후 5:08

    하느님의 사랑으로.. 그분 손길로.. 그분 말씀으로..

  • 2005년 5월 11일 오전 10:39

    왜 죄를 짓냐고 묻는다면? 죄가있어야 사함도 받고 주님의 사랑을 느낄수있으니까..라고 답할까요? 죄를 지을수밖에 없는 우리의 나약함을돌아봅니다. 역설적으로...

  • 2005년 5월 11일 오후 3:42

    하느님께 대한 신앙만이 우리의 살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