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에서

2013. 11. 17. 오후 9:14:41

글자

 

길위에서

                 강 훈 정

 

그럴까

그래 그럴지도 몰라

손 뻗쳐도 뻗쳐도

와 닿는 것은 허전한 바람, 한 줌 바람

그래도 팔 벌리고 애끓어 서 있을 수밖에 없는

살 닿는 안타까움인지도 몰라

 

몰라 아무것도 아닌지도

돌아가 어둠 속

혼자 더듬어 마시는 찬물 한 모금인지도 몰라

깨지 못하는, 그러나 깰 수밖에 없는 한 자리 허망한 꿈인지도 몰라

무심히 떨어지는 갈잎 하나인지도 몰라

 

그러나 또 무엇일까

고개 돌려도 솟구쳐오르는 울음 같은 이것

끝내 몸부림으로 나를 달려가게 하는 이것

약속도 무엇도 아닌 허망한 기약에 기대어

칼바람 속에 나를 서게 하는 이것

무엇일까

 

이만하면 제법 속절없는 사랑 하나 안되겠는가

말이 되는지 모르겠으나.

 

 

20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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