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숭아 꽃

2010. 8. 19. 오후 4:13:24

글자
 
 
 
 
     봉숭아 꽃
                                    강 훈 정
 
 
     기다림이 아니고서야
     어찌 이렇게 곱게 피울 수 있을까
 
     기다림인 줄을 까맣게 잊지나 말지
     속절 없는 사랑 한 번이면 되는 걸
     모진 비바람에 꽃잎 떨어지던 날
     입 안은 쓰고 텁텁했다
 
     비오시는 날이거나
     덧없다고 바람 불어대는 날에도
     내 눈에는 너무도 단정한 봉숭아꽃
 
     별들이 촘촘하던 초저녁
     숨소리도 부끄러워 몰래 들이마시고
     안 그런 척 몸 가까이 냄새만 설핏 맡아보고요
     안 그런 척 팔만 한 번씩 닿아보고요
     그때는 손도 한 번 못 잡아본 걸
 
     숫기 없었던 청춘
     그때나 이제나 같은 마음인데
     손등은 상채기 투성이로 변해졌고
     순진한 저가 아니란 건 아니지만
     굵어진 손마디 끝에서 피어나  물들여진 손톱
     올 사람도 없어서 갈 사람도 없어서
     그저 가만가만 만져봅니다
 
     수풀을 헤집지 않아도
     멀리서 들리던 벌레소리 풀냄새
     발목을 적시던 이슬방울이 그리워요
     그때 손목 한 번 못 잡아본 아쉬움처럼 말입니다.
 
 
 
 
      2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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