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숭아 꽃
강 훈 정
기다림이 아니고서야
어찌 이렇게 곱게 피울 수 있을까
기다림인 줄을 까맣게 잊지나 말지
속절 없는 사랑 한 번이면 되는 걸
모진 비바람에 꽃잎 떨어지던 날
입 안은 쓰고 텁텁했다
비오시는 날이거나
덧없다고 바람 불어대는 날에도
내 눈에는 너무도 단정한 봉숭아꽃
별들이 촘촘하던 초저녁
숨소리도 부끄러워 몰래 들이마시고
안 그런 척 몸 가까이 냄새만 설핏 맡아보고요
안 그런 척 팔만 한 번씩 닿아보고요
그때는 손도 한 번 못 잡아본 걸
숫기 없었던 청춘
그때나 이제나 같은 마음인데
손등은 상채기 투성이로 변해졌고
순진한 저가 아니란 건 아니지만
굵어진 손마디 끝에서 피어나 물들여진 손톱
올 사람도 없어서 갈 사람도 없어서
그저 가만가만 만져봅니다
수풀을 헤집지 않아도
멀리서 들리던 벌레소리 풀냄새
발목을 적시던 이슬방울이 그리워요
그때 손목 한 번 못 잡아본 아쉬움처럼 말입니다.
201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