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팍한 할망구

2010. 1. 8. 오전 1:3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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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팍한 할망구
 
 
            당신들 눈에는 누가 보이나요.
 
            간호사 아가씨들
            제가 어떤 모습으로 보이는지를 묻고 있답니다.
            당신들은 저를 보면서 대체 무슨 생각을 하나요
 
            저는 그다지 현명하지 않고
            성질머리 괴팍하고 눈초리마저 흐리멍텅한 할망구 일 테지요
            먹을 때 칠칠맞게 음식을 흘리기나 하고
            당신들이 큰 소리로 나에게 " 한 번 노력이라도 해봐욧 !" 소리 질러도
            아무런 대꾸도 못하는 노인네
 
            당신들의 보살핌에
            감사할 줄도 모르는 것 같고
            늘 양말 한짝과 신발 한짝을 잃어버리기만 하는 답답한 노인네
            목욕을 하라면 하고 밥을 먹으라면 먹고..
            좋든 싫든 당신들이 시키는 대로 하릴 없이 나날만 보내는 무능한 노인네
 
            그게 바로 당신들이 생각하는 " 나 " 인가요
            그게 바로 당신들 눈에 비쳐지는 " 나 " 인가요
            그렇다면 눈을 떠 보세요
            그리고 제발 나를 한 번 만 제대로 바라봐 주세요
 
            이렇게 여기 가만히 앉아서
            분부대로 고분고분 음식을 씹어 넘기는 제가 과연
            누구인가를 말해 줄께요
 
            저는 열살짜리 어린 소녀였답니다.
            사랑하는 엄마와 아빠 그리고 오빠, 언니, 동생들도 있었지요
 
            저는 방년 열 여섯의 처녀였답니다.
            두 팔에 날개를 달고 이제나 저제나 사랑하는 이를 만나기 위해 밤마다
            꿈 속을 날아다녔던..
 
            저는 스무살의 꽃다운 신부였네요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면서 콩닥콩닥 가슴이 뛰고 있던 아름다운 신부였답니다.
            그러던 제가 어느새 스물 다섯이 되었을 때 아이를 품에 안고
            보살핌을 주는 엄마가 되어있었답니다.
 
            어느새 서른이 되었을 때 보니 아이들은
            훌쩍 커버렸고 제 품에만 안겨있지 않았답니다.
            마흔살이 되니 아이들은 다 자라 집을 떠났어요
            하지만 남편이 곁에 있었기에 아이들의 그리움으로 눈물로 지새우지만은 않았답니다.
 
            쉰살이 되자 다시금 제 무릎위에 아가들이 앉아있네요
            사랑스런 손주들과 나, 난 행복한 할머니엿답니다,
 
            암울한 날이 다가오고 있었어요
            남편이 죽었거든요 홀로 살아가는 미래가
            두려움에 저를 떨게 하고 있었네요
            제 아이들은 자신들의 아이들을 키우느라 정신들이 없답니다.
            난 젊은 시절 내 자식들에게 퍼부었던 그 사랑을 또렷이 기억하지요
 
            어느새 노파가 되어 버렸네요
            세월은 참으로 잔인하네요
            노인을 바보로 만드니까요
            몸은 쇠약해져 가고 우아했던 기품과 정열은 저를 떠나 바렸어요
            한 때 힘차게 박동하던 내 심장 자리에 이젠 돌덩이가 자리 잡았네요
 
            하지만 아세요?
            제 늙어버린 몸뚱이 안에
            아직도 16 세의 처녀가 살고 있음을
            그리고 이따금은 쪼그라든 제 심장이 콩콩대기도 한다는 것을 요
 
            젊은 날들의 기쁨을 기억해요
            젊은 날들의 아픔도 기억하고요 그리고 이젠 사랑도 삶도
            다시 즐겨보고 싶어요
 
            지난 세월을 되돌아 보니 너무나 짧았고 너무나도 빨리 가버렸네요
            내가 꿈꾸며 맹세했던 영원한 것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무서운 진리를 이젠 받아들여야 할 때가 온 것같아요
 
            모두들 눈을 크게 떠 보세요
            그리고 날 바라봐 주세요
            제가 과팍한 할망구라뇨
 
            제발  제대로 한 번 만 바라보아 주어요
            " 나 " 의 참 모습을 말이예요.
 
 
 
 
            * 북 아일랜드의 한 정신의학 잡지에 실린 어느 할머니의 시, 라 하여 소개합니다.     2010.1.8.
          

댓글 3

  • 2010년 1월 8일 오전 2:07

    우리들의 어머니 그리고 얼마간의 시간뒤에 올 모두의 모습이 유리창에 낀 하얀 성애처럼 설핏설핏 서려 보이네요 , 이 할머니 웬지 귀엽고 이쁠것 같지요 ? 친구 같기도 하구~

  • 2010년 1월 8일 오후 12:46

    가슴이 뭉클! 마음이 짜~안, 그렇지만 그 모든 것 예수님의 십자가에 묻고 믿음 안에 감사와 사랑으로 오는 세월 받아들이며 하늘문을 향해서 영벌을 면할 작은 준비나마 해야겠다는 마음을 다져보게 되는군요.

  • 2010년 1월 8일 오후 10:26

    ~ 영벌을 면할 준비를 하셔야겠다는 자매님의 말씀이야말로 진정 아름답고 고상한 믿음의 본보기라 생각합니다. 멋지십니다.! 한 세상 살면서 불평 없이 십자가를 짊어진 사람이 하나라도 있겟습니까, 아무도 피해갈 수 없는 길, 늙고 병들고 죽는 거. 하지만 우리의 최종목적지는 하늘에 가는 일이니 자매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가족 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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