同 居 人

2009. 10. 21. 오전 5:39:0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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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同 居 人

        걸 풍(김형풍 암브로시오)

 

세상 끝날 그때 까지
함께 할 그는
사사건건 내게 시비를 겁니다.

예를 들면,

붉은 신호등인데
주위를 살피다가
차가 없고 누가 안보면
가끔 그냥 횡단로를 건느기도 하는데

그는,
영낙없이 시비를 걸어 오는 것입니다.
- 누가 보든 안보든간에
  절대로 건느지 말라고 따끔한 충고를 합니다.

그럴때 마다 나는 변명을 하곤 합니다.
이런건 그냥 "어드벤테이지"로 넘길 수 있는 것이라고,


심지어는 목욕탕애서,
물이 넘치도록 틀어놓고 딴짓을 하는 사람을 보고도
왜 쫓아가서 그러지 말라고 하지 않느냐고
내게 몰아 부치기도 하는데
이런때 나는 심한 갈등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그렇게 하면 되지 뭘 그러느냐구요?
천만에요,
요즘 사람들 그랬다가는 오히려
당신이 뭔데 간섭이냐고 되려 큰소리 치는
그런 세상입니다.
괜스리 큰일 나요.

어디 그뿐인가요.
지나가다가 어떤이들이 싸우고 있을 때
왜 멍청히 구경만 하고 있느냐고
그는 내게 따지는 것입니다.
약자편에 서서 싸움을 말리라는 것인데
그게 어디 그렇게 쉬운 일인가요

그러니까 그는 내게
정의롭게, 아주 당당하게
그리고 양심적으로 진실되게 살라는 것인데
아, 그걸 누가 몰라서 못 하나요
그러다가는 내명대로 못 살것 같아서
그냥 외면하고 사는 것이지요.

그는 사사건건 시비를 안하는게 없습니다.
그냥 넘어가주는 일이 하나도 없다니까요.
때로는 그러는 그가 미워 죽을 지경입니다.

허나 그는 죽을 때 까지 함께 해야만 하니
어쩌는 도리가 없지 않습니까.
물론 그가 말하는 것이 틀렸다는게 아니고
제말은 인간사 매사를
어떻게 그렇게 옳게만 살아갈 수 있느냐는 것이지요.

그는 내게
스승 같은 존재 이기도 합니다.
절대로 남의 흉을 보지 말라
내 잘못을 남의 탓으로 돌리지 말고
모든것을 내 탓으로 돌려라.

그리고
잘 알지도 못 하면서
절대로 아는척 나서지도 말고
지뿔도 없으면서 있는척 하지도 말고

내말만 앞세우지 말고
남의 말을 경청해 들어 주고

아내가 힘들어 하면 어루만져 따뜻하게 풀어 주기도 하고
설거지도 거들어 주고 쓰래기 분리수거도 도맡아 해 주고
그리 하면 늙으막에 대접 받고 살아갈 수 있다고
그는 내게 귀가 따갑게 얘기 해 주기도 합니다.


옛날에 어쨌느니 하면서 그 잘난 과거에 억매어
헐일 없이 집구석에 처박혀 있지만 말고
복지관 같은데도 찾아가서 남들하고도 어울리고
붓글씨도 배우고 컴퓨터도 배우고 장구나 민요 같은것도 배우고
그렇게 얼굴에 철판을 깔고 바쁘게 시간을 보내다 보면
나도 모르게 좀 뻔뻔 스러워지고
활달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되는 것이라고,

그는 내게 힘주어 얘기 해 주기도 합니다.
듣고 보면 하나 틀리는 말이 없다니까요
그래서 그를 미워 하면서도
쓸모 있는 구석이 많아
평생을 내맘에 또 다른 나를 두고
싸우면서
그냥 그렇게 살아 가고 있답니다.

오늘도 나는 거울 안에 나를 보면서
자문자답을 해 봅니다.

도대체 너는 누구냐?
무엇을 하고 살아 왔느냐?
이 세상에 무엇을 남기고 갈 것이냐?

왜 그 모양으로 못나게 살아 왔느냐?
허지만 지난날을 후회만 하고 있지 말고
지금도 아직 건강하니 감사한 마음으로
병상에 누워 죽을날만 기다리고 있는
그런 어려움에서 헤메고 있는 이들을 위해
기도도 해 주고,..../
봉사 하면서 열심히 살아가 달라고
그는
지금 이시간도 내게 얘기 해 주고 있는 것입니다.

그가 내게 얘기 해 주고 있는것
하나만 더 얘기 하고 끝을 낼까 합니다.

그는 내게 꾸준히 얘기 해 줍니다.
어째서 詩를 못쓰냐고.
그래서 난
이렇게 얘기 하곤 하지요.

詩는 거짓말 하면서 살아가면
詩 한 줄도 쓸 수 없다고,
그러니까
진실되게 살아가는 사람만이
詩를 쓸 수 있는 것이라고

나는 그것을 늘 강조 합니다.
그러다 보니 詩를 잘 못 쓰고 있는 것입니다.
어쩌다 가끔은 詩를 건질 때가 있기는 합니다.
그런 때는
늘 나를 간섭하는 나의 동거인 입장에서
詩를 쓰고 있는 것이지요.
늘 그의 입장은 정의롭고 진실 되고
불의와는 절대로 타협할줄 모르니까
그런 때는 詩가 술술 마구 쏟아 지기도 하는데
그런 때 가끔 詩를 건지는 것이지요.

詩는 나의 친구 정대구 같이 착하디 착한 사람이
쓰는 것이지요.
그는 참된 효자이고
그의 삶 자체가 진실이기 때문에
그가 말하고 한줄 한줄 써 내려가는 것이
모두가 詩가 되는 것입니다.

詩는 아름다운 낱말을 골라서 나열하는
그런 꾸밈이 아니고, 그냥 울어 나오는 그대로
꾸밈 없이 생활인으로서의 아름다운 표현이어야 된다고
감히 말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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