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열며(04,09,25) - 연중 제25주간 토요일

2004. 9. 25. 오전 9:4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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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9월 25일 연중 제25주간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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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독서 전도서 11,9-12,8
젊은이들아, 청춘을 즐겨라. 네 청춘이 가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즐겨라. 가고 싶은 데 가고, 보고 싶은 것을 보아라. 그러나 하느님께서 네가 하는 모든 일을 재판에 부치시리라는 것만은 명심하여라. 젊음도 검은 머리도 물거품 같은 것, 네 마음에서 걱정을 떨쳐 버리고 네 몸에서 고통스러운 일을 흘려 버려라.
그러니 좋은 날이 다 지나고 "사는 재미가 하나도 없군!" 하는 탄식 소리가 입에서 새어 나오기 전, 아직 젊었을 때에 너를 지으신 이를 기억하여라.
해와 달과 별이 빛을 잃기 전, 비가 온 다음에 다시 구름이 몰려오기 전에 그를 기억하여라.
그날이 오면 두 팔은 다리가 후들거리는 수문장같이 되고, 두 다리는 허리가 굽은 군인같이 되고, 이는 맷돌 가는 여인처럼 빠지고, 눈은 일손을 멈추고 창 밖을 내다보는 여인들같이 흐려지리라. 거리 쪽으로 난 문이 닫히듯 귀는 먹어 방아 소리 멀어져 가고 새소리는 들리지 않고 모든 노랫소리도 들리지 않게 되리라.
그래서 언덕으로 오르는 일이 두려워지고 길에 나서는 일조차 겁이 나리라. 머리는 파뿌리가 되고 양기가 떨어져 보약도 소용없이 되리라. 그러다가 영원한 집에 돌아가면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애곡하리라.
은사슬이 끊어지면 금그릇이 떨어져 부서진다. 두레박 끈이 끊어지면 물동이가 깨진다. 그렇게 되면 티끌로 된 몸은 땅에서 왔으니 땅으로 돌아가고 숨은 하느님께 받은 것이니 하느님께로 돌아가리라.
설교자는 말한다. "헛되고 또 헛되다. 모든 것이 헛되다."


복음 루가 9,43ㄴ-45
사람들이 모두 예수께서 하신 일들을 보고 놀라서 감탄하고 있을 때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너희는 지금 내가 하는 말을 명심해 두어라. 사람의 아들은 머지않아 사람들의 손에 넘어가게 될 것이다." 하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제자들은 그 말씀을 깨닫지 못하였다. 그 말씀의 뜻이 감추어져 있어서 제자들은 알아들을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또 감히 물어 볼 생각도 못 하였던 것이다.





어제 밤, 저는 잠들기 전에 씻으면서 문득 욕실에 있는 거울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주 유심히 저의 얼굴을 구석구석 쳐다보았습니다. 정말로 이렇게 제 얼굴을 오랫동안 쳐다본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눈, 코, 입, 귀, 이마, 양 볼……. 그런데 아무리 쳐다봐도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글쎄, 이 얼굴이 그렇게 늙어 보이나요? 어제 저를 무너지게 하는 이야기를 들었답니다.

신학생들과 함께 어제 낮에 쇼핑을 갔습니다. 평소와 같이 저녁에 가면 명절 때문에 사람들이 너무 많을 것 같아서 사람들이 없는 시간인 낮에 갔지요. 사람도 없고요, 더불어 환해서 물건도 더 잘 볼 수 있고 좋았습니다. 더구나 선물용으로 등산 재킷을 하나 사야했기에, 물건이 잘 보이는 이런 낮에 오는 것이 더 낫겠다 싶었습니다.

아무튼 저희는 등산용품 가게에 들어가서 이것저것 좋아 보이는 등산 재킷을 입어보기도, 만져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일하시는 아주머니께서 제게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아저씨~ 아저씨 아드님이세요?”

그러자 신학생이 이렇게 말합니다.

“아줌마~ 저 군대도 다녀왔어요.”

이 말에 아주머니, 옆에 계시는 어떤 늙어 보이는 아저씨를 가리키면서…….

“저 아저씨도 군대 간 아들이 있는데요 뭐…….”

아주머니가 가리키는 아저씨. 딱 봐도 50대로 보입니다. 따라서 군대 간 아들이 있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저는 30대입니다. 또한 신학생과 저의 나이 차이는 10살 정도밖에 나지 않습니다. 따라서 신학생이 제 아들 같아 보인다면……, 제가 10살에 장가가서 아들을 낳았다는 것인지……. 아니면 제가 50대로 보인다는 것인지……. 더군다나 어제는 잘 안 보이는 밤이 아닌, 벌건 대낮이라 사람을 잘못 보지도 않았을 텐데요.

아무튼 그 아주머니의 말씀 이후 처음에 좋아보였던 물건도 그렇게 좋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또한 그 아주머니와 그곳에 계신 아저씨가 아무리 상품에 대한 설명을 그럴싸하게 해도 다 거짓말처럼 들렸습니다. 아무것도 모른다고 제게 바가지 씌우는 것 같은 생각도 들더군요.

이렇게 그 아주머니의 말 한마디로, 아주머니와 관계되는 모든 것들이 부정적으로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그 집에서 저희는 아무 것도 구입하지 않고 나왔습니다. 또한 앞으로 그 집에 들를 일이 거의 없을 것 같다는 이야기도 신학생들과 나누었지요.

‘말 한마디로 천 냥 빚도 갚는다.’는 속담도 있습니다. 이렇게 말의 위력은 대단한 것이지요. 그런데 우리들은 이 말을 너무나 아무렇게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수난을 예고하시는 주님의 말씀을 보게 됩니다.

“사람의 아들은 머지않아 사람들의 손에 넘어가게 될 것이다.”

이 말씀을 통해서 우리들은 주님의 사랑을 발견하게 됩니다. 즉, 당신의 수난을 체험하면서 제자들이 당황스러워할 것을 걱정하시는 마음에 미리 말씀을 해주시는 것이지요. 평소의 우리들 모습처럼 나 편하자고 하는 말씀이 아닙니다. 또한 아무 생각 없이 무심코 내뱉어서 남에게 상처를 입히는 말씀도 아니었습니다. 정말로 우리들에 대한 사랑 때문에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들의 말은 과연 어떤 마음에서 나온 말일까요? 내 말을 점검하게 됩니다. 주님의 말씀처럼 사랑에서 나온 말인가를…….


남에게 힘이 되어 주는 말을 합시다.



나는 가을을 좋아합니다(정용철)

나는 가을을 좋아합니다.
가을 속에는 햇살과 그늘이 함께 있기에,
투명한 햇살을 받아 빛나는 나뭇잎과 그 아래에서 숨을 죽인 채
나뭇잎의 밝음을 받쳐 주는 그늘이 함께 있는 가을처럼,
나는 나를 밝히면서도 남을 빛나게 하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나는 가을을 좋아합니다.
가을 속에는 자랑과 겸손이 함께 있기 때문입니다.
봄부터 정성을 다하여 얻은 열매의 자랑과 익을수록 고개 숙이고
자신을 낮추는 겸손이 함께 있는 가을처럼,
나는 나의 노력으로 당당해질 때도
늘 겸손으로 나를 낮추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나는 가을을 좋아합니다.
가을 속에는 감사와 아쉬움이 함께 있기 때문입니다.
하늘이 내려 준 은혜에 감사하면서도
부족했던 노력을 아쉬워하는 가을처럼,
나는 은혜에 감사하면 서도
나의 부족함을 성실로 채우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나는 가을을 좋아합니다.
가을 속에는 낙엽과 열매가 함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주인의 사랑을 받는 열매와 다시 땅으로 떨어져
내일을 기약하는 낙엽이 함께 있는 가을처럼,
나는 오늘 이루지 못한 일에 실망하지 않고
다음을 기약하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나는 가을을 좋아합니다.
가을 속에는 풍요로움과 가난이 함께 있기 때문입니다.
곳간을 채운 풍요로움 속에서도
가난한 이웃을 향해 마음을 비우는 가을처럼,
나는 생활의 풍요 속에서도 가난한 마음으로
남의 아픔을 헤아리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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