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열며(05.06.15) - 연중 제11주간 수요일

2005. 6. 15. 오후 4:43:20

글자
2005년 6월 15일 연중 제11주간 수요일

제1독서 고린토 2서 9,6-11
형제 여러분, 적게 뿌리는 사람은 적게 거두고 많이 뿌리는 사람은 많이 거둡니다. 이 점을 기억하십시오. 각각 마음에서 우러나는 대로 내야지 아까워하면서 내거나 마지못해 내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기쁜 마음으로 내는 사람을 사랑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에게 모든 은총을 충분히 주실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계십니다. 그래서 여러분은 언제나 모든 것을 넉넉하게 가질 수 있고 온갖 좋은 일을 얼마든지 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성서에도, “그분은 가난한 이들에게 후히 뿌려 주시고, 그분의 자비는 영원히 계속되리라.”는 말씀이 있지 않습니까?
뿌릴 씨와 먹을 빵을 농부에게 마련해 주시는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에게도 뿌릴 씨를 마련해 주시고 그것을 몇 갑절로 늘려 주셔서 열매를 풍성히 맺게 해 주십니다. 그것은 여러분이 뿌린 자선의 열매입니다. 이리하여 여러분은 언제나 부요하게 되어 아낌없이 남을 도울 수 있게 될 것이며 우리를 통해서 그 선물이 전달될 때 많은 사람이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게 될 것입니다.


복음 마태오 6,1-6.16-18
그때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일부러 남들이 보는 앞에서 선행을 하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그렇지 않으면 하늘에 계신 아버지에게서 아무런 상도 받지 못한다.
자선을 베풀 때에는 위선자들이 칭찬을 받으려고 회당과 거리에서 하듯이 스스로 나팔을 불지 마라. 나는 분명히 말한다. 그들은 이미 받을 상을 다 받았다.
자선을 베풀 때에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 그 자선을 숨겨 두어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갚아 주실 것이다.
기도할 때에도 위선자들처럼 하지 마라. 그들은 남에게 보이려고 회당이나 한길 모퉁이에 서서 기도하기를 좋아한다. 나는 분명히 말한다. 그들은 이미 받을 상을 다 받았다.
너는 기도할 때에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보이지 않는 네 아버지께 기도하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아버지께서 다 들어주실 것이다.
너희는 단식할 때에 위선자들처럼 침통한 얼굴을 하지 마라. 그들은 단식한다는 것을 남에게 보이려고 얼굴에 그 기색을 하고 다닌다. 나는 분명히 말한다. 그들은 이미 받을 상을 다 받았다.
단식할 때에는 얼굴을 씻고 머리에 기름을 발라라. 그리하여 단식하는 것을 남에게 드러내지 말고 보이지 않는 네 아버지께 보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아버지께서 갚아 주실 것이다.”





지난 유럽 여행 중에서 가장 힘든 것을 꼽으라고 하면 아마 비행기 안에서의 생활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12시간의 비행은 너무나도 지루하고 온 몸이 꼬이는 듯한 괴로움을 주었습니다. 비행 좌석의 비좁음, 빨리 간다고는 하지만 12시간의 비행이란 결코 적은 시간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묵주기도를 하고 있어도, 책을 봐도, 또 잠을 신나게 자도 시간은 왜 이렇게 안 가는지……. 하지만 이 12시간의 비행이 있어야만 원하는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는 것이며, 그래서 비록 지루하고 힘들어도 포기해서는 안 되는 것이지요.

따라서 그 비행이 힘들다고 투정을 부려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니라, 바로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자신을 위해서 자신이 선택한 길인데도 불구하고 저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이 힘들다고 지친다고 하면서 투정을 부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런 마음이 드는 순간, 비행기 안에서 스튜어디스(stewardess)를 보게 됩니다. 너무나 친절하고, 항상 웃는 얼굴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분명히 그들 역시 힘들 것입니다. 아니 그들은 더 힘들 것입니다. 힘들다고 지친다고 투정을 부리고 있는 사람들의 고충까지도 듣고 있으니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그런데도 그들은 절대로 화를 내지 않으며, 항상 웃고 있습니다.

어떤 할머니가 말도 되지 않는 일을 가지고 화를 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그 스튜어디스는 웃으면서 할머니에게 친절함을 잃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 웃음과 친절함을 통해 할머니도 결국은 화를 푸시더군요.

무슨 일이 있어도 친절하고 웃음을 잃지 않는 그들의 직업의식을 보면서, 제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더군요. 사실 저는 성지에서 많은 화를 냈었던 것 같습니다. 어떻게 내게 그럴 수 있느냐라는 생각을 했었고, 그렇게 몰지각한 사람에게 따끔하게 혼을 내어야 한다는 생각도 가졌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나의 힘듬을 사람들이 알아주기를 바라면서 힘주어 말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결국 이런 생각들은 바로 나를 드러내고자 하는 이기심에서 나온 것이라는 깨달음을 갖게 되네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선행, 자선, 기도, 단식을 할 때 드러내서 하려고 하지 말라고 합니다. 즉, 남이 그 모습을 보고서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버리라는 것이지요. 대신 “숨일 일도 보시는 아버지께서 갚아 주실 것입니다.”라는 말씀을 기억하면서, 자신을 세상에 알리려는 노력보다는 겸손한 마음을 가지고 주님 앞에 나아가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간직해야 한다고 하십니다.

비행기 안의 스튜어디스가 항상 친절한 모습을 간직하고, 웃음을 잃지 않는 것. 바로 이 모습이 우리들의 일상적인 모습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기적인 모습들을 버리고, 사람들 앞에 겸손한 모습으로 나아가는 것……. 이 모습을 주님께서 가장 원하신다는 사실을 기억하면서 모든 것을 주님께 맡기는 우리들이 되었으면 합니다.


화를 내지 맙시다. 대신 친절한 모습, 웃는 모습을 간직합시다.



용기를 주는 사람

미국에 존경받는 대통령 가운데 한 사람인 루즈벨트를 생각할 때면 빠뜨릴 수 없는 한 여성이 있습니다. 그 여성은 루즈벨트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용기를 불러 일으켜 주었던 그의 아내 엘레나였습니가. 결혼을 하기 전에 루즈벨트는 커다란 꿈이 있고 장래가 촉망되는 청년이었습니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사고로 다리가 말라버리는 관절염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그는 다리를 쇠붙이에 고정시켜야 했고 휠체어에 몸을 맡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실의에 빠지 루즈벨트는 엘레나에게 물었습니다.

"내가 이런 불구자가 되었는데도 나를 사랑할 수 있겠소?"

슬픔을 가지고 던진 말이었습니다. 엘레나는 루즈벨트를 조용히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내가 당신의 멀쩡한 다리를 보고 사랑했다고 생각했나요? 내가 사랑하는 것은 당신의 삶입니다."

이 말 한 마디에 루즈벨트는 용기를 얻고 모든 열등 의식을 깨끗이 떨쳐버릴 수 있었습니다.

그후 그는 엘레나와 결혼하게 되었고 불구의 몸이 되었지만 미국에서 역사상 초유의 4선 대통령이 되는 인물이 되었습니다. 조용했지만 희망을 심어주고 용기를 주었던 사랑이 있었기에 불구로 인한 열등감을 깨뜨리고 위대한 승리자가 될 수 있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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