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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금 씨를 뿌리는 사람입니다.
아니 이미 오래 전부터 씨앗을 뿌려왔습니다.
그리고 지난 언젠가 뿌린 씨가 싹터서
지금 그 열매를 받아가지고 쩔쩔매고 있습니다.
저는 그때 (미처 알지 못했지만) 좋은 씨도 뿌리고
나쁜 씨도 뿌렸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 중에 좋은 씨보다는 나쁜 씨가 더 많이 싹튼 것 같습니다.
더구나 씨가 뿌려지고 그 위에 계속해서 물과 양분을 주고 있었습니다.
화를 내고 분내며 조급해하고
이기적인 야심과 육신의 안일을 좇는 물과 거름을 주고 있었습니다.
제가 준 물과 거름에 맞는 씨가 싹트고 열매를 맺었을 것입니다.
화의 열매, 조급증의 열매, 탐욕의 열매, 안일과 나태의 열매,
이기심과 집착의 열매가 맺혀서 나타났습니다.
전 지금 그 열매를 못마땅해 하며 당혹해하고 있습니다.
저는 매일 매순간 씨를 뿌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그 씨앗'에 물과 거름도 주고 있습니다.
제가 하고 있는 ‘생각과 말과 행동들'은
모두 씨앗이 되고 물이 되고 거름이 됩니다.
거기엔 하나도 예외가 없습니다.
제가 의식하지 못하고 거의 관성적으로 행하고 있는 모든 행위들이
하나도 없어지지 않고 고스란히 씨앗이 되고 물과 거름이 되어
서로 작용해서 열매를 맺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사실을 충분히 기억했다면
매순간 ‘생각과 말과 행동'을 좀더 신중하고 사려 깊게 했을 것입니다.
시간이 많이 지난 뒤에야 깨닫게 되는 것이지만
‘선한 씨앗'은 더딘 것 같지만 씨앗을 뿌린 농부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하느님의 은총으로 자라나서 향기롭고 아름다운 열매를 맺게 됩니다.
‘선한 씨앗'은 ‘저절로 자라는 씨앗의 비유(마르코 4:26-29)'에서처럼
하느님의 은총을 힘입어 자라서 열매를 맺습니다.
그러므로 의심을 버리고 굳건한 믿음으로 밭을 갈고 고르며
‘선한 씨앗'을 뿌리기에 주저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 마음은 실망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씨앗이 뿌려진 밭에는 ‘가라지(마태오 13:24-30)'도 싹틀 것입니다.
예상치도 못한 싹이 나고 자랄 것입니다.
호의로 대접한 사람에게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반응이 나타나기도 하고
마음에 안 드는 행동과 태도를 만나기도 할 것입니다.
농부는 좋은 씨앗을 뿌렸지만 가라지를 보게 되는 것입니다.
이때 우리는 가라지를 뽑아버리려고 하지 말고 주님의 말씀대로
“그 가라지를 가만 두고 ‘추수 때까지' 함께 살아야할 것”입니다.
자기 자신이나 다른 사람 안에 있는 가라지를 뽑아버리지 못하고
죽을 때까지 함께 동거하면서 살아야할지도 모르니
그냥 인정하고 담담하게 받아들여야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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