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것이 없어도

2005. 7. 21. 오전 6:23:02

글자

  
      *가진 것 없어도* 당신으로 인해 얻은 생명인지라 가진 것 없음이 내겐 축복입니다. 드린 것은 허무하게 무너져 내릴 인간사 허황한 사랑뿐이었습니다. 당신을 얻음보단 당장 기대고 비빌 언덕이 끊어버릴 수 없는 생의 유혹이었습니다. 모두 다 지나가도 그래도 남을 사랑은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당신이라고 부질없는 나는 당신을 묻고야 말았습니다. 언젠가 놓을 수 밖에 없는 어쩔 수 없음 그 끝간 자리까지 내 몰리고 나서야 정신을 차리는 어리석음이 나.. 당신의 사람이었습니다. 벌겨벗겨질 때까지 생채기 난 살집을 온전히 드러낼 때까지 모르는 척 견디는 게 그게 사는 거라 등돌리고 싶었습니다. 당신이 허락하신 일이 아니라 가슴 한켠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어쩔 수 없었지만.. 나 혼자 숨죽이면 흘러가겠지... 나만 아프고 힘겨운 것 마냥 그랬습니다. 당신이 우시는 줄은 모르고.. 당신 가슴이 시퍼렇게 타는 건 모르고 싶은 현실이었습니다. 보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게 하시는 당신이기에 감은 눈으로도 등돌린 귀로도 보고 듣게 하시는 내 생의 혼란 가진 것 하나 없이 다 부려 놓고 얻었다 생각했던 것들의 허망함까지 다 포기하게 하시는 당신 앞에 이제 두 손 두 발 다 들었습니다. 내가 드릴 향유 옥합은 깨어진 나 하나뿐입니다. 당신이 받으실 예물이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나 하나뿐입니다. 당신이 원하셨던 바로 그대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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