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기도의 여인

2005. 9. 18. 오전 8:36:34

글자
윤석인 보나수녀/향기마을

마리아, 기도의 여인

'새 창조' 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모든 피조물의 갈망을 하느님께 올려 드리는 성령의 바람으로 울려 퍼지는 우주의 찬양에서 이미 참으로 순수하고 깨끗한 선율, '온전히 새로운' 선율이 울려 나온다. 그가 곧 마리아이다. 하느님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는 긴 역사를, 수많은 이름과 익명의 숱한 얼굴을 갖고 있다. 그것은 하느님의 구원계획에 협력하도록 유일무이한 방식으로 불림을 받은 '여인'의 역사이다. '생명을 돌보는 데' 협력하도록 불림을 받은 여인의 역사이다. 마리아는 이 역사의 모든 면에서 아무도 대신할 수 없는 주인공으로 존재한다. 마리아는 기도의 주인공이다. 사실 마리아는 어떤 여인보다 훨씬 더 기도하는 여인이다. 마리아의 삶 전체가 기도로 이루어졌고, 그분은 하느님께만 봉헌된 여인이다. 구두 전승과 외경들은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유년시절과 어린 시절에 지녔던 '사랑'에 관해 많이 전한다. 그렇지만 마리아의 은총의 직무를 어느 정도 알기 위해서는 복음서가 마리아에 관해 요약적으로 전하는 것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여기서 우리는 마리아가 사랑에 흠뻑 젖어 있을 때인 젊었을 때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하느님 나라에 미리 참여함 천사가 찾아와 예수님의 탄생을 예고한 나자렛에서 마리아는 은총에 매료된다. 그러기에 불안한 마음으로 천사의 인사를 받은 마리아는 곧바로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 바랍니다"( Fiat mihi secundum verbum tuum ; 루가 1,38)라고 응답하며 모든 것을 하느님께 맡겨드리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마리아의 대답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마리아의 응답은 하느님의 창조 업적에 속하는 기도이며 인류와 우주 앞에 새로운 지평을 여는 기도이다. 인간의 모든 바람을 집약하는 마리아의 응답은 불신과 불순종의 죄 때문에 조화를 잃은 우주의 노래를 다시 아름다운 선율로 만들고 있다. 천사의 방문을 받은 마리아는 신앙생활이란 하느님께 '예' 하고 응답하는 것임을 말해준다. 이것이 곧 기도이며 가장 완전한 예배이다. 친척 엘리사벳을 방문한(루가 1,39-55 참조) 마리아는 은총을 전달하는 분(bonum effusivum). 기도로 봉사하는 분이다. 관상적 침묵을 깨고 피곤한 여행을 한 뒤에 마리아가 즈가리야의 집에 도착하여 항상 당신 백성을 방문하시는 분을 인지하는 노래를 부른다. "내 영혼이 주님을 기리나이다." (루가 1,39 이하 참조). 마리아의 노래는 구원 역사에서 펼쳐진 노래이며 여기서 이스라엘 영혼 전체가 표현된다. 그 순간 마리아는 구원된 '시온의 딸', 하느님께서 당신 구원의 옷을 입히신 신부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마리아는 이미 '기쁜 소식', 사람들 가운데 있는 하느님 나라의 예고이다. 아직 어머니의 태중에 있던 요한은 이 사실을 두고 기쁨으로 뛰놀았다. 하지만 '마니피캇' (Magnificat)의 시간은 흘러 넘치는 은총의 강이 완전히 범람하는 시간이다. 이어서 그 은총의 강은 복되신 동정 마리아가 갈릴래아 나자렛으로 인도하는 겸허하고 침묵하는 강가로 모여든다. 성서와 교회의 마리아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에서 안나 마리아카노피 지음 / 박요한 영식 신부 옮김/ 가톨릭출판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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