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 넘은 시각
지하철 입구 계단 밑
냉동장미 다발이 버려져 있는
현금인출기 옆모서리
라면박스를 깔고
아들 둘을 껴안은 채
편안히 잠들어 있는 여자
가랑잎도 나뒹굴지 않았던
지난 가을 내내 어디서 노숙을 한 것일까
온몸에 누더기를 걸치고
스스로 서울의 감옥이 된
창문도 없는 여자가
잠시 잠에서 깨어나 옷을 벗는다
겹겹이 껴입은 옷을 벗고 또 벗어
아들에게 입히다가 다시 잠이 든다
자정이 넘은 시각
첫눈이 내리는
지하철역 입구
댓글 2
임
😊2004년 7월 22일 오후 6:52
마음이 아프네요.
정
😊2004년 8월 5일 오후 4:45
누더기를 걸치고 창문도 없는 여인이라.... 그런데도 그 옷을 벗어 아들에게 입히는 모습! 예수님의 수난이 생각나구요... 이게 어쩜 순교의 맘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