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풍] 가족과 함께 떠나요: 연풍 성지

2000. 11. 5. 오후 2:41:57

글자

 

연풍 성지

 

 

관군에 발각되면 죽음을 면치 못했던 박해시대에 신자들은 차마 신앙을 버릴 수 없어 인적이 드문 산 속으로 숨어 들었다. 하지만 아무리 깊은 산골이라도 관군이 급습하면 몸을 피할 도주로가 있어야 했다.

 

구름도 쉬어 넘는다는 문경새재(해발 1017m)를 등지고 있는 연풍은 그런 면에서 하늘이 내린 피난처다.

 

연풍은 초기교회 때부터 신앙공동체가 형성돼 있던 뿌리깊은 교우촌이다. 아울러 성 황석두 루가의 고향이며 최양업 신부의 발자취가 서려있는 곳이다.

 

부유한 집안 출신인 성 황석두(1811-1866, 루가)는 과거를 보러 가던 중 한 객줏집에서 천주교인을 만나 천국의 진리를 접했다. 부귀영화를 향한 과거시험을 포기하고 '천국의 과거'에 급제하고 돌아온 성인은 3년 동안 벙어리 흉내를 낸 끝에 가족 모두를 입교시켰다. 다블뤼 주교는 학식과 신앙이 깊은 그를 회장으로 두고 성서번역과 사전 편찬사업에 종사토록 했다. 성인은 병인박해 때 다블뤼 주교, 위앵 신부 등과 함께 충남 보령의 갈매못에서 순교했다. 그의 유해는 현재 연풍성지 안에 모셔져 있다.

 

1849년부터 12년간 새재를 넘나들면서 이 지역에 신앙의 씨앗을 뿌린 최양업 신부는 새재 아랫마을의 한 주막에서 병을 얻어 선종했다고 전해진다.

 

연풍 읍내에서 성지를 찾아가는 길은 아주 쉽다. 어디서 봐도 금방 눈에 띄는 초대형 십자가를 찾아 가기만 하면 된다. 십자가를 중심으로 왼쪽에는 순교현양비가, 오른쪽에는 황석두 루가 성인의 동상이 세워져 있고 그 앞은 너른 잔디밭이다.

 

연풍성지가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은 1963년 예전의 포도청 건물을 사들여 공소로 개조하면서부터. 매입 당시만 해도 이곳이 순교터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지만 집터 정리 작업을 하던 중에 박해시대의 사형도구인 형구돌이 2개나 발견됐다. 지금도 성지에 보존되어 있는 이 형구돌은 박해 당시의 처절한 순간을 묵묵히 증언하고 있다.

문의 : (043) 833-5064

 

◇ 월악산

 

연풍에서 수안보 방향으로 10분쯤 가다가 푯말을 보고 10분쯤 더 들어가면 월악산 국립공원이 나온다. 수많은 산봉우리와 계곡의 절경은 '제2의 금강산', '동양의 알프스'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다. 특히 공원내 자연학습 탐방로는 150여종의 야생화 7만여그루를 자세한 설명과 함께 전시한 구간으로 온 가족이 함께 공부할 수 있는 자연학습장이다.

문의 : 월악산 관리사무소 (043) 653-3250.

 

이밖에도 연풍 인근의 유서 깊은 수안보 온천과 통나무 집 25동을 갖춘 조령산 자연휴양림이 관광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시간적 여유를 갖고 찬찬히 둘러보면 멋진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곳이 바로 연풍성지와 인근의 아름다운 산하다.

 

■ 찾아가는 길중부고속도로 음성 인터체인지에서 빠져 나와 충주를 거쳐 3번 국도를 1시간 남짓 달리면 수안보에 도착한다. 수안보에서 같은 국도를 타고 문경방향으로 계속 가다 보면 10분 간격으로 연풍성지와 문경새재 도립공원이 나온다. 서울에서 수안보까지 자가용으로 3시간 정도 소요된다. 남부지방에서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 김천 인터체인지에서 나와 3번 국도를 타면 상주와 문경을 거쳐 문경새재와 연풍, 수안보에 차례대로 닿을 수 있다.

 

<평화신문, 2000년 7월 30일 연중 제17주일 제588호, 남정률 기자>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한국 성인 성지

목록 전체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