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 갑곶돈대 순교성지
◎ 외세침략 이겨낸 민족의 성지요, 박해 칼날 피로 지킨 믿음의 땅
강화도는 고려시대부터 외세의 침략에 항거해온 역사와 문화의 땅이면서 혹독한 박해를 이겨낸 신앙 선조들의 믿음의 땅이기도 하다.
서울에서 자가용으로 1시간 30분 거리에 위치한 강화도는 가족 단위의 성지순례를 떠나기에는 더없이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 마니산, 첨성단, 동막 해수욕장 등 강화도는 섬 전체가 하나의 관광지이기 때문에 순례 틈틈이 자연 속에서 휴식의 즐거움도 맛볼 수 있다.
중부지방에서는 하루 코스로 다녀올 수 있지만 아랫녘에서 올라와 강화도를 둘러 보려면 최소한 이틀은 잡아야 한다.
강화도가 교회사의 무대에 등장한 것은 1866년 프랑스 극동함대가 '천주교 신앙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요구하며 강화도를 침범하면서부터다. 프랑스의 침범은 조선의 천주교 박해를 멈추게 하려는 의도였으나 오히려 더 큰 박해를 불러오는 원인이 됐다. 프랑스 함대를 물리친 조정은 이후 피비린내 나는 병인박해의 칼날을 더욱 세차게 휘둘렀다.
순교자들이 흘린 피의 흔적은 강화도 초입부터 느낄 수 있다. 강화도의 관문인 강화대교를 건너자 마자 바로 왼쪽편에 자리한 갑곶돈대(墩臺) 순교성지는 수많은 순교자들이 피를 흘린 '신앙의 돈대'다. 갑곶은 물이 들어오는 강화 앞바다의 지명을 말하며, 돈대는 높은 평지를 의미한다.
이곳은 과거에 조선 수군 진영이 있었던 곳으로 1871년 신미양요때 박상손, 우윤집, 최순복 등이 순교한 장소다. 갑곶돈대에서 바라보는 강화 앞바다의 수려한 경관에서 순교자들의 숭고한 신앙혼을 느낄 수 있다. 갑곶돈대 순교성지에는 현재 14처와 대형 십자가, 제대가 마련돼 있어 단체 순례객은 미사도 봉헌할 수 있다.
갑곶돈대 순교성지 순례를 마친 후에는 성지 바로 옆에 위치한 강화역사관을 들러 볼 것을 권한다. 강화도의 역사와 문화를 담고 있는 강화역사관은 강화도의 모든 것을 한눈에 볼 수 있어 자녀들의 역사교육에 큰 도움이 된다.
갑곶돈대 순교성지에서 이름 없이 쓰러져간 순교자들의 신앙을 묵상했다면 이제는 초기 한국교회의 큰 인물, 황사영을 만나러 갈 차례다.
갑곶돈대와 강화역사관에서 1㎞거리에 위치한 강화읍 시가지에서 3㎞ 정도 시골길을 따라 더 들어가다 보면 순교자 황사영의 생가터가 나온다. 현재 이곳은 창원 황씨 문중의 땅으로 아직 성지개발이 안돼 잡초만 무성하다.
황사영은 1791년 16세의 어린 나이에 진사에 합격할 정도로 어릴 때부터 학문적인 천재성을 보였다. 황사영은 이후 정약용 일가를 만나 정약전의 사위가 되면서 천주교 신앙을 접했으며 중국인 주문모 신부로부터 세례를 받았다. 그는 천주교 신자가 된 후 관직을 버리고 주문모 신부와 함께 전국을 다니며 전교에 힘썼다.
그는 이후 신유박해(1801년)때 제천 배론의 토굴에서 북경교회에 도움을 청하는 '황사영 백서'를 썼다가 이 백서가 관헌에 발각돼 순교하게 된다. 잡초만 무성한 황사영 생가터는 출세의 길을 버리고 희생과 고통의 길을 걸은 그의 참신앙을 묵상하게 해준다.
시간이 남으면 순교자들이 끌려와 심문을 받고 또 처형당한 관청리 형방을 둘러봐도 좋을 것이다. 관청리 형방은 강화읍 시가지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성지순례를 마치면 강화읍에서 버스로 20여분 거리에 위치한 마니산을 찾아가 볼 것을 권한다. 강화도 인근에 석모도(보문산)가 있지만 당일 코스로는 좀 무리다. 여름 바다에서 더위를 씻어내고 싶다면 자가용으로 30여분 거리에 위치한 동막해수욕장이 제격이다. 해안에서 100m까지 걸어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수심이 얕아 초등학생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나들이에 적합하다. 또 갯벌이 있어 생태 교육장으로도 좋다.
강화도 성지에 대한 안내는 인천교구 강화본당(032·933-2282)에 문의하면 된다.
갑곶돈대 성지에서 미사봉헌을 원할 경우, 강화 아우구스띠노수도원(032-932-8819)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 성지 찾아가는 길
자가용 : 88올림픽도로를 타고 가다가 김포 분기점에서 48번 국도로 올라서 1시간 정도 달리면 강화대교가 나온다. 강화대교를 건너자 마자 왼쪽편에 갑곶돈대 순교성지가 위치해 있다. 서울 명동에서 갑곶돈대까지는 1시간 20분 가량 소요된다. 갑곶돈대에서 강화읍 방향으로 1㎞정도 가다 보면 황사영 생가터라는 큰 안내 표지판이 나타나고 표지판을 따라 3㎞ 정도 시골길을 따라 들어가면 창원 황씨 문중의 사당을 만날 수 있다. 사당 바로 옆이 황사영 생가터로 현재 창원 황씨 문중의 사당 단장 공사가 한창이다.
대중교통 : 서울 신촌에서 15분 간격으로 운행되는 강화도행 직행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영등포에서도 20∼30분 간격으로 버스가 다니는데 완행이어서 시간이 꽤 걸린다. 갑곶돈대와 황사영 생가터, 관청리 형방 모두 강화터미널에서 걸어서 20분, 40분, 10분 거리에 위치해 있으므로 도보로 순례할 수도 있다.
<평화신문, 2000년 8월 13일 연중 제19주일 제590호, 우광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