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종]그리스도 왕 대축일(성서주간)/성경은 연애편지다-안 향 신부님

2006. 12. 2. 오전 10:2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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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난 그렇다. 성경이라는 책이 분량이 많다보니 읽는 것도 쉽지 않고, 또 딱딱하게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하느님에 대해서 가장 확실하게, 명확하게 나온 것이 성경이기에 읽긴 읽어야할 것이다. 내가 따라가는 하느님이 어떤 분인지도 모르면서 따라가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도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린아이들에게 '밖에서 놀 때 모르는 사람이 먹을 것을 주면서 따라오라고 해도 절대로! 따라가지 말아라.'라고 말한다. 많은 병사들이 초코파이를 주면 알지도 못하는 하느님을 따라간다. 뭔지도 모르면서 따라가는 것은 위험할 뿐 아니라 어리석다.

그래서, 하느님을 알기 위해서 또 제대로 따라가기 위해서 성경을 읽어야한다. 난 잘 모르지만, 애인에게 연애편지를 받는다면 그 뛰는 가슴을 달래기 어려울 것이다.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고 몰래 화장실에서 볼 것이다. 연애편지는 두고두고 봐도 질리지 않을 것이고, 그러기에 편지지가 닳도록 보고 또 볼 것이다. 하지만 다른 이들에게 그 편지는 그저 별 의미 없는, 무수히 많은 다른 이들의 연애편지 중 하나일 것이다. 나에게 의미가 있는 것은 나를 위해 쓴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 편지는 더 이상 예쁜 글씨가 빼곡히 써진 종이가 아니라 내 애인 자체가 된다. 그 두꺼운 성경도 그렇다고 생각하면 조금은 친근해진다. 하느님이 나에게 쓴 연애편지. 꼭꼭 숨겨두고 아무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다. 나만 몰래 화장실에서 보고 싶은 편지다. 나를 위해 써진 것이기에 분량이 많은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많을수록 좋다. 편지지가 닳도록 두고두고 볼 것이다. 이제부터 성경은 단지 빼곡히 글씨가 써진 두꺼운 책이 아니라 하느님 그 자체가 된다. 글이 어려우면 공부를 할 것이다. 애인이 보낸 연애편지가 전부 영어로 써졌는데, 내가 영어를 모른다고 다른 친구에게 해석해달라는 사람은 몇 안 될 것이다. 그때부터 영어 사전을 펴거나 문법책을 들고 공부를 시작하면 시작했지 남에게 보여주진 않는다. 성경도 그렇다. 성경에 대해 전혀 못 알아듣겠다면 이제부터라도 공부하기 시작할 것이다. 성경은 나에게, 오직 나를 위해 쓴 연애편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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