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계신 주 - 장재봉 신부님

2006. 12. 2. 오전 1:5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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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25.토

 

루카 복음 20장 27-40절
“그분은 죽은 이들의 하느님이 아니라 산 이들의 하느님이시다. 사실 하느님께는 모든 사람이
살아 있는 것이다.”
 살아 계신 주     장재봉 신부
오늘 그리운 아버지의 얘기를 들려주시는 예수님의 얼굴을 눈앞에 그려봅니다.
말도 안 되는 물음에도 아버지 나라의 소식을 전하시는 예수님의 어투는 따뜻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아무튼 저는 오늘 “하느님께는 모든 사람이 살아 있다”는
말씀에 주목해봅니다. 우리는 흔히 모세가 누린 영광이나 엘리야가 가졌던 엄청난
기적의 힘을 부러워합니다. 그렇지만 모세가 그 영광을 얻기 위해 쏟은 세월과
행적은 생각해보셨는지요? 모세가 엄마젖을 먹으면서도 이집트 공주의 양아들로
키워져야 했던 일이 얼마나 기막힌 일입니까? 도망자가 되어서 장인 집에 얹혀
살았던 40년을 헤아려보신 적은 있으십니까? 엘리야가 하느님의 말씀을 전한
후에 이세벨이 무서워 숨었던 심정을 느껴보신 적은 있습니까? 까마귀가 물어다
주는 빵으로 연명한 그 날들을 기억해보셨는지요? 그럼에도 모세와 엘리야는
희망을 잃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우리와 그들의 차이이며 다른 점일 것입니다.
우리는 살아 계신 하느님을 알고 있습니다. 그분을 알 뿐만이 아니라, 그분께서
나의 속 깊은 사정을 헤아리심을 믿습니다. 그런데 기다림의 시간에
조급해합니다. 살아 계신 그분께서 알고 계시고, 살아가는 나를 보고 계신 것을
안다면 조급해할 까닭이 없습니다. 지금 이 시간이 나에게는 꼭 필요해서
허락하시는 그분의 섭리임을 믿으십시오. 기다림이 아름다운 이유는 끝까지
사랑하시는 그분께 희망을 품은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그분의 눈에
내 모습은 어떻습니까?
 어디에나
제가 고독하기 때문에 아마도 고독한 당신에게 이야기하고 싶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한심한 얘기입니다만 전 고독합니다. 수도원 앞에
펼쳐진 갈릴래아 호수, 가야금 호수라고도 불리는, 카파르나움 동네에 살던
어부이자 예수의 제자인 베드로가 고기를 낚던 이 호수는 오늘 밤 달빛에 빛나고
있습니다. 그분…. 아니, 나루세 씨는 일본 사람이기 때문에 예수라는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도망가고 싶겠지요. 가능하면 예수라는 이름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이해해주십시오. 사랑이라는 말이 낡아빠진 느낌이 든다면 ‘생명의
따스함’ 그렇게 불러주세요. 그것도 싫으면 저처럼 양파라고 불러도 좋습니다.
이 갈릴래아 호수에는 유대교도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만 기독교도도
이슬람교도도 있습니다. 이방인인 나는 그들에게 흥미를 느껴서 가끔 유대교도의
집단 농장인 키부츠에 가기도 하고 이슬람교도의 가정에 초대된 적도 있습니다.
그들 속에서 나는 양파를 봅니다. 나는 양파의 존재를 유대교도들에게도
이슬람교도들에게도 느낍니다. 양파는 어디에도 있는 것입니다.

엔도 슈사쿠 | 고려원 | <깊은 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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