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홍지 알로이시오 신부 │ 옥천동 성당 주임
우리들의 왕이신 그리스도
그리스도의 왕도는 바로 '십자가의 길'입니다.
지금 예수님은 손을 묶인 채 로마 제국의 총독 빌라도 앞에 죄수의 몸으로 서 계십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의연하고 당당한 모습은 빌라도를 압도하고 있습니다. 빌라도가 오히려 당황해서 묻습니다. "당신이 유다인들의 임금이오?"
예수님은 한 때 군중들이 당신을 왕으로 모시려고 했을 때 이를 거절하시고 피해가셨습니다. 종교와 정치를 혼동한 유다인들이 로마 군정으로부터 자기들을 해방시켜줄 지도자로 예수님을 내세우려고 했기에 예수님은 그 자리를 떠나신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 예수님은 로마의 총독 앞에서 죄수의 신분으로 서 계시는 상황에서 당당하게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요한 18,36). "나는 진리를 증언하려고 태어났으며, 진리를 증언하려고 세상에 왔다. 진리에 속한 사람은 누구나 내 목소리를 듣는다"(요한 18.37).라고 엄숙히 선언하십니다.
빌라도는 더욱 당황해집니다. 그가 생각하는 왕은 충성된 신하들이 절대적으로 복종하는 강력하고 지배적인 인물이며,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고 금력과 정치적 영향력을 원하는 대로 동원하고 행사하는 절대적 통치자입니다.
그러나 그리스도는 전혀 다른 의미의 왕이십니다. 그리스도는 봉사를 받으려 오시지 않았고 섬기려 오셨으며, 남을 지배하려 오시지 않고 인류를 위해 당신 자신을 바쳐 생명을 주시려 오셨습니다. 이 세상의 구너력이나 금력이 아니고 하느님의 영, 즉 자비와 사랑으로 우리를 품어주시고 다스리시는 평화의 임금이십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왕권이 세상의 왕권같이 군사력이나 경제력에 의해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진리에 의해 유지되고 이 진리를 밝히기 위해 세상에 오셨음을 선포하시며, "진리에 속한 사람은 누구나 내 목소리를 듣는다"고 하십니다.
그러면 예수님을 구세주로 믿는 우리는 과연 '진리에 속한 사람들'입니까? 우리는 세속의 정신에 따라 살도록 끊임없이 유혹을 받고 있습니다. 자신이나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서 지위나 돈, 정치 권력 등에 의존하려는 유혹이 늘 우리를 맴돌고 있습니다. 교회의 방대한 조직과 재산, 권력, 권위 등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이것들이 교회를 위대하게 만드는 요소라고 보는 왜곡된 시각을 가진 신앙인들도 있습니다.
세상의 권력자들은 자기들의 세력을 유지하기 위하여 반대 세력들을 힘으로 내리누르고 온갖 권모술수를 동원하여 자기 합리화를 꾀하지만, 그리스도인인 우리는 우리의 왕이신 그리스도를 따라 자신을 내어주는 희생과 옳은 일을 위하여 투신하는 '진리에 속한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힘없고 가난한 이들을 품어 안으시고 세상의 온갖 악의 세력에 대적하여 십자가를 지고 앞장서 가시는 우리의 임금님. 우리도 자신에게 주어진 십자가를 악의 유혹을 쳐부수는 무기로 삼아 우리의 임금님을 따라 나서야겠습니다. 그리스도인의 왕도는 바로 '십자가의 길'입니다. |
[춘천]연중 제34주일2006.11.26.우리들의 왕이신 그리스도 - 임홍지 신부님
2006. 12. 2. 오전 1:5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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