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그리스도의 왕직을 계승해야 한다.
-마산교구 유영봉 신부-
다니7,13-14 / 묵시1,5ㄱㄴㄹ-8 / 요한18,33ㄴ-37
묵상길잡이; 왕직(王職)은 다른 사람들과 세상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다스리는 직분이다. 그리스도는 세상을 크게 변화시킨 그분의 영향력은 어디서 나왔는가? 우선 진리 편에 서야 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사랑과 관용과 봉사를 할 때 진정한 리더십 즉 왕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1. 왕 중의 왕인 예수
오늘은 그리스도 왕 대 축일이다. 예수님께서 역사의 주인이심을,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되어야 할 분」이심을 선언하는 주일이다 '왕'이란 말은 민주화를 부르짖는 요즘엔 거부감을 주는 용어임이 틀림없다. 왕이란 '주군(主君)' 또는 '주인(主人}'이란 말과 같은 말이다. 모든 이가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받들어 모심으로, 세상 구석구석에 주님의 뜻이 스며들어 아버지의 나라가 이루어지는 것이 역사의 완성임을 교회는 고백한다.
예수님은 '왕 중의 왕' 이시다. 왜 이렇게 말 할 수 있는가? 일찍이 아놀드 토인비라는 영국의 역사학자는 세상 모든 민족의 흥망성쇠(興亡盛衰)를 담은 '역사의 한 연구' 라는 방대한 역사서를 집필하였다. 그는 인류 역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세 가지 사건을, 첫째는 기독교, 둘째는 기계문명, 셋째는 공산주의라고 하였다. 말하자면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믿는 그리스도교가 없었더라면 지금의 인류역사는 전혀 다른 역사가 되었을 것이라는 말이다. 그만큼 예수그리스도는 인류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 역사를 바꾼 분이라는 말이다. 아무도 토인비의 이 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예수님은 첨단무기로 무장한 군대도 없었고, 점령한 영토도 없었으며, 방대한 조직을 구축한 적도 없었다. 다만 어부와 인간적으로 볼 때 별 볼일 없는 사람으로 구성된 열 두 사도들을 모았을 뿐이었다. 그런 예수님은 어떻게 비할 데 없는 영향력으로 인류역사의 모습을 바꾼 '왕 중의 왕'이 될 수 있었는가?
2. 우선 진리 편에서야 한다.
남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위해서는 우선 진리 편에서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속담에 "( ) 묻은 개가, 재 묻은 개 나무란다."는 말이 있다. 자신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남의 잘못을 지적하거나 나무랄 때, 그 말은 먹혀 들어가지 않는다. 내 말이 힘이 있고, 영향을 미칠 수 있기 위해서는 우선 내 자신이 진리 편에 서야한다. 흠 잡힐 데 없이 당당해야 한다. 이것이 첫째 조건이다.
우리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고위층 실세들이 하나같이 비리에 연루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래서야 어떻게 곳곳에 만연한 부정과 비리와 부패를 척결할 수 있겠는가? 검찰로서도 임명권자의 눈치를 보면서 수사를 하는척하다가 그냥 덮어버릴 수밖에 없지 않았겠는가? 개혁은 말로 되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깨끗하지 못하고 당당하지 못할 때 거기에는 어떤 힘도 나올 수 없는 것이다. 왕권을 행사하기 위해서 진리 편에서야 한다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3. 진리 편에 서야함과 동시에 사랑과 봉사를 해야 한다.
진리 편에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자기 몫을 똑 부러지게 하고 반듯하게 살며 매사에 당당한 사람이라도, 부족하고 허물이 많은 사람들을 용납하지 못하고 면도날처럼 규탄하기만 한다면, 그는 두려운 존재는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존경을 받지는 못할 것이다. 어느 공동체에나 이런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야! 저 아줌마에게 한번 걸려 씹히면 죽는다. 가자, 가! "하며 슬슬 피할 것이다.
간음하다 현장에서 들킨 여자를 데리고 와서 예수님께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질문을 했다.(요한8,1-11)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를 돌을 던져라."(요한8,7)고 하시고, "나도 너를 단죄하지 않는다. .... 이제부터 다시는 죄짓지 마라."고 하시며 돌려 보내셨다. 돌로 칠 자격으로 말한다면 예수님보다 더 자격 있는 사람이 있겠는가? 예수님은 개인적인 허물에 대해서 무한히 관대하셨다. 수많은 죄인들을 관용으로 품으셨다. 또한 예수님은 "네가 자선을 베풀 때에는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왼 손이 모르게 하여라."(마태6,3-4)하시며 숨은 봉사를 강조하셨다.
이렇게 진리 편에서는 당당함과 떳떳함 위에 사랑과 관용과 봉사의 덕(德)을 지님으로써 예수님은 수많은 사람들이 생명을 바쳐 당신을 추종하게 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역사를 변화시키시는 '왕 중의 왕'이 되셨다. 이것이 진정한 리더쉽이며, 여기에 지도자의 길이 있다.
우리 신자들은 먼저 진리 편에서는 자세로 당당함을 지님과 동시에, 남을 이해하고 허물을 용서하는 사랑을 지녀야 한다. 그리고 어떤 대가도 바람이 없이 순수히 봉사하는 자세로 살아감으로 진정으로 이 세상에 왕직을 수행 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예비신자를 인도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의 이런 자세가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예수님을 우리의 주님으로 생활 속에 받아들여 「주님 중심의 삶」을 살아야 한다. 그리하여 예수님께서 내 안에 왕 노릇하시게 해야 한다. 그리스도께서 나의 삶의 중심(왕)이 될 때, 내 가정도 이 사회도 바로 서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