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에 양덕 주임신부님으로 부터 오늘 토요일 저녁미사를 좀 드려 달라는 전화를 받았는데 그 이유는 지금
보좌신부가 휴가중인데 깜빡하고 다른 모임을 약속했다는 것입니다.그것도 보통 약속이 아닌 마산 지구의 각 본당
사목회장 모임이라는 것입니다.지구장님이시니까 당연히 부탁을 들어 드려야지 하고 승락을 하고 조금 전에 다녀
왔습니다. 학생들과 함께 하는 특전 미사였는데 학생 20 여명에 어른 50 여명. 가만히 따져 보니까 벌써 제가 양덕
에서 보좌신부로 있었던 때가 25년 전이었습니다.안면이 있는 신자가 고작 다섯명 정도였습니다. 세월의 무상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강론을 시작하며 이런 농담을 했습니다.
< 둘 다 시각 장애자인 부부가 있었는데 금슬은 그렇게도 좋았습니다.그러다가 어느 고마우신 분의 도움으로 개안
수술을 받고 서로 보게 되었을 때 한 첫마디는 " 그동안 말씀은 많이 들었지만 처음 뵙겠습니다." 여러분도 그러
하시지요? 저도 그렇습니다. " 말씀은 많이 들었지만 처음 뵙겠습니다.">
오늘은 연중 마지막 주일이며 그리스도 왕 대축일이다.
그리스도께서 왕이심을 고백하고 우리는 그 왕국의 백성으로써 책임과 의무를 다 해야함을 다짐하며 결심하는 날이다.
우리의 이러한 결심과 다짐을 위해서는 그리스도께서 어떤 이유로 왕이 되시며 그 왕의 의미가 무엇이며 그 왕국은
어떤 것인지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오늘 미사중에 봉독되는 <감사송 - 만민의 임금이신 그리스도>에서 이렇게 요약 정리하고 있다.
" 아버지께서 독생 성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 기쁨의 기름을 바르시어 영원한 사제와 만민의 임금으로 세우셨으며
그리스도께서는 몸소 십자가 제단 위에서 티 없는 평화의 제물로 자신을 봉헌하시어 인류 구원을 이룩하시고 만물을
아버지 친히 다스리게 하시어 그 영원하고 보편된 나라를 지존하신 성부께 바치셨나이다. 그 나라는 진리와 생명의
나라요 거룩함과 은총의 나라이며 정의와 사랑과 평화의 나라로 소이다."
- 그리스도께서 왕이신 이유는 하느님 아버지께서 친히 기쁨의 기름을 바르시고 영원한 사제와 만민의 임금으로 세워
주셨기 때문이며 임금이 되신 주님께서는 몸소 십자가 제단 위에서 티없는 평화의 제물로 자신을 봉헌하시어 인류
구원을 이룩하셨을 뿐 아니라 그 영광을 아버지께 돌려드려 만물을 아버지 친히 다스리게 하시어 영원하고 보편된
나라를 지존하신 성부께 바치셨기 때문이다.
- 그리스도께서 다스리시는 그 왕국은 진리와 생명의 나라요 거룩함과 은총의 나라며 정의와 사랑과 평화의 나라이다.
한자의 임금 왕(王)은 ㅡ ; 하늘 ㅡ ; 땅 ㅡ ; 사람을 꿰뚫어( ㅣ; 뚫을 곤)보고 다스리는 사람이라는 뜻 글자이다.
하늘의 뜻을 알고 땅의 소리를 듣고 사람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분이 주님이신 그리스도 말고 누가 있겠는가?
그리스도 왕이라는 말은 곧 그리스도께서 천상 천하의 모든 권한을 가지신 분이시며 그 권한은 아버지께로 부터
오는 것이며 몸소 십자가의 희생 제물이 되심으로써 자신을 봉헌하시어 진정한 의미의 왕이시라는 것이다.
왕의 의미는 우리가 알고 겪어 온 모습대로 다스리고 누르고 거느리는 직분이 아니라 철저하게 희생하고 봉사하는
직분이다.주님께서는 하느님으로서 사람이 되시어 어린 아이가 되시고 가난하게 되시고 악령를 내치시고 병자를
고치시고 죽은자를 살리시고 대자연을 호령하심으로 하늘나라가 이미 우리 사이에 와 있음을 알리는 복음을 전하셨을
뿐 아니라 십자가에서 자신을 희생 제물로 온전히 봉헌함으로써 우리의 구세주가 되셨으니 그에게 주어지는 칭호가
왕이라 한들 어찌 합당하다 하지 않겠는가? 이 시대 우리의 왕들도 이러했으면 좀 좋을까!
그리스도께서 다스리시는 왕국의 특징은 "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 " (요한 14,6)이라 하신 것처럼 진리를 믿음으로
얻을 수 있는 영원한 생명의 나라다.곧 죄로 말미암아 잃어버린 하느님의 나라를 되찾은 것이다.이 나라는 거룩하신
하느님의 은총 충만함으로써만 가능한 나라이며 그 나라는 올바른 정의가 실현되며 아름다운 사랑이 꽃피고 진정한
평화가 이룩되는 나라이다.우리가 갈망하는 바로 그 나라이다.하지만 우리가 이 나라의 백성이 되기 위해서는 필요한
조건이 있다. 그것은 바로 생명을 주시는 진리의 말씀에 대한 굳은 믿음과 온갖 잘못과 죄를 지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용서하시고 당신 나라로 불러 함께 하시기를 원하시는 아버지의 자비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음이며 이 땅에서 아버지의
정의와 사랑과 평화를 이룩해 내는 일이다. 우리가 있는 그 자리에 하느님의 나라를 건설해 내는 일이다.
- 아버지께서 마련하시고 그리스도께서 다스리실 나라와 우리가 이룩해 내어야 할 나라가 같은 것임을 잊지 말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