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정말 눈이 올 것 같은 날씨였는데 눈은 오지 않고 오후에 비가 조금 내렸네요.
갈수록 기온은 더 내려가겠지요.누군가 저에게 여름과 겨울 중에 어느 계절이 좋으냐고 물으면 생각해 볼 여지도 없이 여름이라고 말합니다.물론 찜통 더위나 장맛비나 태풍의 불편함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인 의미에서 없이 사는 분들의 경우를 생각하면 추위보다는 더위가 견뎌내는데 수월하기 때문입니다.더위를 넘기기가 추위를 견디는 것 보다 비용이 덜 들기 때문입니다.갈수록 여름의 수은주는 더 올라가고 겨울의 수은주는 더 내려간다는데 그 이유는 바로 우리가 파괴한 자연 환경 때문이라니 우리의 부주의가 부른 결과라 할 수 있지요.무엇이든지 파괴하기는 쉬워도 복구하기는 무척 어렵습니다.자연뿐만 아니라
우리의 심성도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어렵사리 만들어 놓은 좋은 습관이나 생활 태도가 한번의 실수로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을
경험하기 때문입니다.
어제 저녁에는 교구내 다른 본당에서 부탁을 받고 특강을 했습니다.
술 때문에 무척이나 어려움을 겪은 그 본당의 후배 신부님이 중독자를 위한 프로그램을 마치고 스스로 담금질하며 노력하는 모습은 가히 눈물겨웠습니다.미사때 축성된 성혈도 다른 사람이 마시게 하고........술을 입에 대지 않고 지낸지가 겨우 석달 밖에 되지는 않았지만 저렇게만 한다면 아주 끊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습니다.꼭 그렇게 되어야 하구요.한번 알콜 중독자는 십년을 끊었으도 한번 마시게 되면 지금까지의 노력이 모두 허사가 되어 버린다고 합니다.그 후배 신부는 술을 터부시 하지 않고 일부러 술자리를 마련하여 신자들과 어울리면서 자기는 물이나 음료수로 즐기고 있었습니다.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함께
노력하고 조심해야 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술만 아니면 정말 똑똑하고 경우 바른 친구인데. ㅋㅋㅋ 너나 조심하라구요????
올 가을의 단풍은 가을 가뭄으로 말미암아 여느 해보다 훨씬 못하다고들 한다.하지만 내 눈에 보여지는 단풍의 색깔이 다른 해보다 더 붉게 더 노랗게 보이는 것은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다.그러면서 나무는 참 많은 것으로 우리를 가르치는 스승과 같다는 생각을 했다. 봄엔 연초록 생명의 빛으로 얼어 붙었던 대지를 깨어나게 하고 계곡물의 노래를 이끌어 내며 여름의 짙은 녹음으로 따가운 햇살과 비바람의 아픔도 견디어 낼 수 있게 하더니 가을 잘 영글은 열매들은 물론 잎들은 그동안의 세월이 아파서인지 속 울음을 토해내듯 형형색색의 아름다움을 선사한다.그리고 겨울엔 모두 다 떠나 보내고 벗어버린 빈 마음의 겸손으로
새로운 생명을 잉태할 채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우리 눈에는 예쁜 단풍이지만 나무에게는 마지막 안간힘일 것이고 우리에게는
낭만의 낙엽이지만 나무에게는 내어줌의 고통일 것이다. 어쩜 마지막이 아름다와야 한다는 더 큰 교훈이 숨어 있는듯 하다.
태양도 서산으로 기울어질 때의 노을이 가장 곱듯 우리 인생도 마자막 순간의 아름다움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최후에 웃는 자가 승리자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태어남과 죽음에 대해 누군가가 이렇게 말했다. " 태어날 때는 내가 울고 남은
웃고, 죽을 때는 남은 울고 내가 웃는다." 웃으며 죽을 수 있다면 분명 그 생은 성공한 생 일 것이다.죽기 위해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텐데 잘 죽기 위해서는 잘 사는 수 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오늘 복음의 마지막날에 대한 주님의 말씀은 공포스럽기까지 하지만 희망도 함께 가지게 한다. 그 때에 " 사람의 아들이 큰 권능과 영광을 떨치며 구름을 타고 오는 것 " 을 볼 수 있을 것이며 " 그때에 사람의 아들은 천사들을 보내어 자기가 선택한 이들을 땅 끝에서 하늘 끝까지 사방에서 모을 것 " (마르코 13,26-27)이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는 주님께 선택받은 사람들이기에 당신의 큰 권능과 영광에 함께 하도록 부르시는 때이기 때문이다.그때가 언제인지는 아무도 모르고 또 알 필요도 없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그때 주님을 마주 뵈올 수 있도록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이것이 평소에 우리가 잘 살아야 하는 이유인데 잘 사는 방법은 <열처녀의 비유>에서 처럼 우리가 있는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일이고 깨어 기다리며 준비하는 일이다. <등과 기름>을 함께 준비하는 일이다.자기를 버리고 십자가를 끌어 안고 주님을 따르는 일이다.굳건한 믿음을 바탕으로 주님이 우리 생의 주인이심을 알고 영원한 생명을 희망하며 온전히 맡겨 드리는 일이다.
오늘은 <평신도 주일>이다.
세상 구원 공동체인 교회의 주역이 평신도라는 것을 재 인식하는 날이다.
평신도인 우리가 세상의 복음이 되어 살아 가야함을 결심하는 날이다.
세상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행복해 하고 희망을 가질 수 있게 하여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도록 스스로 다짐하는 날이다.
가정에서든 직장에서든 교회에서든 내가 있는 그 자리가 최선을 다 해 맡겨진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자리임을 깨닫고 오늘이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날인양 있는 힘을 다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