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소서 주 예수여! - 장재봉 신부님

2006. 12. 1. 오후 11:48:50

글자

연중 제33주일, 평신도 주일 2006.11.19.

 

마르코 복음 13장 24-32절
“하늘과 땅이 사라질지라도 내 말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오소서 주 예수여!     장재봉 신부
먼저 오늘 제2독서의 말씀인 히브리서 10장을 읽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가끔 강론을 준비하다보면 전혀 덧붙일 말이 필요가 없다고 생각될 만큼,
은혜 깊은 성경 본문을 대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오늘의 경우도 그렇습니다.
오늘 히브리 서간은 말세의 징조를 기다리는 우리에게 귀한 하느님의 사랑을
깨닫게 해줍니다. 하느님께서 예정하신 일이 기록된 두루마리를 읽으시면서
바치는 아들 예수님의 고백을 들으셨지요? “당신께서는 제물과 예물을 원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저에게 몸을 마련해주셨습니다”(10,5). 하느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서 아들 예수님이 인간의 몸으로 세상에 오시는 그 이별의 현장이 눈앞에
그려지지 않으십니까? “주님께서는 그 옛날 모든 일을 하시기 전에 당신의
첫 작품으로 나를 지으셨다”(잠언 8,22), “나는 그분 곁에서 사랑받는 아이였다”
(잠언 8,30)고 고백하는 사랑스러운 아들에게 온 인류의 죄를 대속하라는 사명을
내리시는 아버지 하느님의 심정을 느끼셨는지요? 이렇게 큰 사랑의 계획을
실행하신 예수님 덕분에 우리는 이제 “마음 안에 하느님의 법을 넣고 생각에
하느님의 법을 새기며”(히브 10,16) 살아갈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오로지 예수님의 은혜로 “죄와 불의를 더 이상 기억하지 않는” 은총의 사람이
된 것입니다. 때문에 오늘 예수님의 말씀은 우리 믿는 자에게는 환란의 소식이
아니라 은혜의 때이며 감사의 시간입니다. 성령께서 들려주시는 이 좋은 약속에
찬미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도와주십시오
언젠가 성당에서 연극대본을 쓰고 연출부터 조명 모든 것을 다 내 손으로
준비했던 적이 있다. 참 많은 우여곡절 끝에 연극은 무대에 올려졌고
도무지 말을 듣지 않는 아이들을 보면서 잘 될까 하는 걱정과 미심쩍은 마음만이
가득했다.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기도드렸다. “주님, 저는 이만큼 준비했습니다.
나머지는 주님께서 도와주십시오.” 그리고 나의 간절함과 함께 연극은 시작되었다.
제목은 잃었던 아들. 그런대로 진행이 되어가고 있는데, 이게 웬일인가? 극중에서
작은 아들이 잠이 든 사이 친구들이 돈 가방을 챙겨서 도망가는데 갑자기 유치부 아이가
무대로 뛰어가서는 잠든 아들을 깨우는 게 아닌가. “형, 나쁜 놈들이
돈 가방을 훔쳐가요!” 거기에 모인 모든 이들이 박장대소 했다. 자리배치를 할 때 유치부를
맨 앞자리에 앉게 한 것이 잘못이었다. 그 아이를 빨리 내려오게 했지만 또다시 유치부
아이들 때문에 연극은 멈췄다 시작했다를 반복해야 했고 그 주변의
선생님들에게 부탁하여 겨우 안정을 시키고 연극은 계속되었다. 마지막 잔칫상이 들어오고
아버지가 아들을 포옹하는 부분에서 신나는 음악이 나오자 유치부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상 주위에 몰려 앉아 음식을 먹으면서 형들을 바라보고
박수도 치고, 춤추는 아버지와 작은 아들과 함께 춤도 추면서 자연스럽게 잔칫집분위기를
내주는 것을 보면서 나는 그날 많은 것을 깨달았다. 그날 그 자리에 있던 우리 모두가
연극에 온 마음으로 참여한 덕분에 연극이 잘 마무리 되었음을.
그렇게 기분 좋게 마무리를 하면서 ‘주님, 저는 이만큼 준비했습니다. 나머지는
주님께서 도와주십시오’ 하고 기도했던 내 기도가 들어졌다는 것을 체험하는
기쁜 날이었다. 처음에는 부족함을 드러내는 것 같아 두려웠으나 자연스러움
안에서 주님을 만나는 기쁨을 맛본 후 난 어려움이 생길 때는 하느님께 나머지를 부탁드려본다.

이현숙 | 서울시 서초구 방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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