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하고 사랑스런 존재
- 백광현 신부 -
제가 사는 곳은 숲이 우거져서 새들이 많이 날아듭니다. 다람쥐도 살고 있는데
저희와 친숙해져서 겁 없이 다가오곤 합니다. 등산로가 옆에 있어 사람들의 소리, 열심한 개신교 신자가 아침마다 외쳐대는 ‘야훼’소리도 이곳 환경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고민거리가 생겼습니다. 반갑지 않은 불청객이 날아
와서 아침의 단잠을 깨우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어떤 사람이 수도원 가까이에서 새벽부터 망치질을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동이 트기가 무섭게 시작되는 망치질이 2주째나 되어 그동안 아침잠을 설친 저는 이젠 이야기를 해야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대충 옷을 걸쳐 입고 나가는데 인기척이 있어 고개를 돌렸더니
제 방 옆에 딱따구리 한 마리가 붙어서 처마에 구멍을 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딱따구리는 인기척을 듣자 곧바로 달아났습니다. 그 뒤에도 딱따구리와의
실랑이는 계속되었습니다. 어느 날 돌을 하나 집어 들고 벽에 붙어 있는
딱따구리에게 던지려고 했는데 딱따구리의 색이 너무 아름다운 것이었습니다.
슬그머니 다시 돌을 내려놓고 말았습니다. 아무리 귀찮게 구는 놈이라도 좋아하고 사랑한다면 용서 못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은 하느님께 이보다 훨씬 더 귀한 존재라는 생각이 저에게 큰 위안이 됩니다.
아름다운 로즈마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