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직한 기도의 자세 - 한창현 신부님

2006. 12. 1. 오후 11:13:10

글자
연중 제 32주간 토요일

2006-11-18   

한 요셉 신부님  

   루카 18,1-8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낙심하지 말고 끊임없이 기도해야 한다는 뜻으로 제자들에게 비유를 말씀하셨다. “어떤 고을에 하느님도 두려워하지 않고 사람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한 재판관이 있었다. 또 그 고을에는 과부가 한 사람 있었는데 그는 줄곧 그 재판관에게 가서, ‘저와 저의 적대자 사이에 올바른 판결을 내려주십시오’ 하고 졸랐다. 재판관은 한동안 들어주려고 하지 않다가 마침내 속으로 말하였다. ‘나는 하느님도 두려워하지 않고 사람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만 저 과부가 나를 이토록 귀찮게 하니 그에게는 올바른 판결을 내려주어야겠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끝까지 찾아와서 나를 괴롭힐 것이다.’” 주님께서 다시 이르셨다. “이 불의한 재판관이 하는 말을 새겨들어라. 하느님께서 당신께 선택된 이들이 밤낮으로 부르짖는데 그들에게 올바른 판결을 내려주지 않으신 채 그들을 두고 미적거리시겠느냐?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하느님께서는 그들에게 지체 없이 올바른 판결을 내려주실 것이다. 그러나 사람의 아들이 올 때에 이 세상에서 믿음을 찾아볼 수 있겠느냐?” 
  

지난 화요일 저녁 TV프로 PD수첩에 이런 내용이 방영되었습니다.
달마도 그림을 가지고 있으면 수맥이 차단되고 사업을 하는 사람은 번성한다는 내용으로 그림이 판매되고 있는 것을 보도하면서 직접 실험을 통해 그것이 사실이 아님을 세상에 알리는 프로였습니다.
달마도는 불교에서 수행의 한 방법으로 그리는 것이었는데 부적처럼 사람들이 알게 되면서 이런 사태가 오게 된 것입니다. 즉 무슨 근거에서인지 알 수 없지만 달마도는 강한 ‘기(氣, 에너지)’를 방출함으로써 그림을 소장한 사람에게 행운을 주고 액운은 쫓는다고 알려져 왔고 최근에는 이 달마도가 건강에 나쁜 기운이 나오는 수맥파를 차단해 병을 막고 치료까지 한다고 해서 이른바 부적(符籍) 노릇까지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TV 홈쇼핑과 인터넷 쇼핑몰에선 연일 ‘달마도를 걸어놓거나 달마도가 새겨진 물건을 소장하면 병이 낫고 행운이 오며 부자가 되고 마음도 편안해진다’고 선전하고 있고 ‘귀신이 놀라 도망가고, 땅속에 흐르던 수맥이 저절로 끊어진다’고도 하며 또 달마도를 그려 먹고사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서로 자기가 그린 달마도의 ‘기(氣) 효험’이 더 크다고 다투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습니다.
아무튼 과학적 근거도 없는 달마도의 효험과 또 이런 얕은 상술에 놀아나고 또 혹세무민한 매스컴의 역기능과 또 기복신앙적인 사람들의 모습은 결국 ‘달마를 홈쇼핑으로 가게 만든 장본인’이 아니겠습니까?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기도할 때에 기도를 안 들어주신다고 중단할 것이 아니라 들어주실 때까지 꾸준히 기도해야 한다는 것을, 가련한 과부와 불의한 재판관의 비유 이야기를 통해서 전해주고 있습니다.
인내와 침묵 없이 한방에 이루어지는 축복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렇지만 세상적으로 똑똑하다는 사람들이 그러한 사실을 오히려 모르고 있기에, 또 단번에 무엇인가를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모습을 보면서 참으로 아쉬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습니다.

바람직한 기도의 자세는 말을 적게 하고 오랫동안 침묵하는 기도입니다. 인내와 침묵인 것입니다.
왜냐하면 하느님은 우리의 머리카락 숫자도 알고 계시기에 우리가 기도하기 전에 무엇이 필요한지 이미 알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바램과 간청은 짤막하게 아뢰고 침묵과 인내를 통해 그분의 말씀을 듣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하느님께 일방적으로 쏘아대듯이 말씀드리고 그분의 말씀이나 응답을 듣지 않고서는 기도를 끝내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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