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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목요일 주님 만찬 미사
우리는 사순절의 마지막 시기인 ‘성삼일’을 지내고 있습니다. 사순절은 교회 생활 절기의 절정인 부활절을 준비하는 시기로, 하느님께서 우리들에게 내어주신 크고 깊으신 사랑을 묵상하는 시기인 것입니다. 특히 성목요일부터 부활 대축일 저녁 미사 때 까지를 교회에서는 성삼일이라고 부르며 일 년 중 가장 엄숙하게 이 날들을 지내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들은 이미 사순시기를 통하여 하느님의 사랑인 은총과 축복을 체험하지만, 이 성삼일 동안 그 사랑의 구체적인 모습을 경험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부활 성야를 앞둔 성금요일에는 ‘모든 것을 희생하신’ 그리스도의 십자가 희생 제사를 묵상한다면, 오늘 성목요일 주님 만찬 미사에서는 당신 자신을 무한히 낮추시어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신 예수님의 무한한 겸손과 봉사의 정신을 그리고 당신의 몸과 피를 우리 생명의 양식으로 내어주신 예수님의 사랑을 기억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하기에 오늘은 우리 신앙인들에게 참으로 소중하고 기쁨의 날이요, 감사의 날인 것입니다.
이처럼 오늘 미사의 주제는 ‘봉사와 사랑’이라고 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하느님이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들에게 보내주신 목적이요, 바로 하느님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주는 행위라고 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사람이 되신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살면서 우리들에게 보여주신 것은 항상 우리와 함께 계시며 우리들에게 당신의 사랑을 조건 없이 무한히 베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분은 우리들을 심판하기 위해서 이 세상에 오신 것이 아니라, 바로 당신이 얼마나 우리들을 사랑하고 있는지 그 사랑을 직접 보여주시기 위해 이 세상에 오셨던 것입니다. 이처럼 하느님은 본래 사랑 자체이시며, 사랑으로 우리들을 창조하셨고 사랑으로 우리들을 돌보고 우리들에게 자신을 다 내어놓는 헌신적인 사랑의 봉사를 하셨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기적인 욕심에 사로잡힌 인간들이 스스로 범죄 하면서 하느님의 사랑을 버렸으며 하느님을 바라보는 방법을 잊어버렸으며, 자신의 잣대로 하느님을 바라보고 판단하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인간들은 하느님을 사랑이 아닌 엄한 심판자로서 만들어 버렸고, 우리와 함께 계시는 분으로서가 아니라 저 멀리 하늘 높은 곳에서 호령만 하시는 하느님으로 바꾸어 버리고 말았던 것입니다.
바로 오늘 저녁 예수님께서는 제자들과 함께 이 지상에서의 최후의 만찬을 함께 하시며 당신 스스로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심으로써 하느님에 대한 인간들의 생각을 바꾸어 주시고 계신 것입니다. 당신 유대인들에게 있어서 다른 사람의 발을 씻어주는 것은 매우 깊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습니다. 유다인들은 높으신 어른이 먼 길을 왔을 때, 귀하신 손님을 맞았을 때 집주인은 그를 맞아 발을 씻어주는 전통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즉 귀중한 손님을 맞아들이는 것이며, 그분을 위해 ‘봉사할 자세’를 갖추었음을 행동으로 보이는 것이기도 하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최후의 만찬에서 예수님의 이 행위는 상황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제자들이 스승의 발을 씻어드린 것이 아니라, 스승이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셨던 것입니다. 그것은 예수님께서 제자들에 대한 당신의 사랑이 무한히 낮추신 겸손한 사랑이며, 온전히 당신 자신을 내어주시는 사랑이며, 봉사 받는 자기 중심이 아니라 상대편을 이해하고 봉사하는 사랑임을 행동으로 몸소 보여주신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이 행위에 대해 덧붙여 말씀하셨습니다. “스승이며 주인 내가 너희의 발을 씻어주었으니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주어야 한다. 내가 너희에게 한 일을 너희도 그대로 하라고 본을 보여준 것이다”(요한 13,14-15). 아마도 주님은 오늘도 우리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을 하실 것입니다. “사람들은 모이면 서열을 정하게 되어 있다. 근데, 너희는 그러지 말고, 서로 발을 닦아주어라. 발을 씻어주려면 낮은 위치로 내려가야 한다. 주인을 섬기듯이 그렇게 존경하여야 발을 씻어줄 수 있는 것이다. 너희는 서열을 정하지 말고, 낮은 위치에서 서로 섬겨라. 이것이 바로 참 사랑이다. 이제는 나의 사랑을 잊지 말고, 열심히 내가 보여준 사랑의 의무를 너의 이웃들에게 행하라. 그때 너희 역시 나처럼 하늘나라를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이웃의 모습, 또는 그 밖에 내가 만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얼마만큼의 사랑을 보여주며 살아 왔는지도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제자들의 발을 다 씻어주신 예수님은 다시 식탁으로 가셔서 영원히 기억할 만찬을 계속 하셨습니다. 그리고 이 만찬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여 주셨던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빵을 들고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사도들에게 주시며 말씀하셨습니다. “이는 너희를 위하여 내어 주는 내 몸이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그리고 또 만찬을 드신 뒤에 같은 방식으로 잔을 들어 말씀하셨습니다. “이 잔은 너희를 위하여 흘리는 내 피로 맺는 새 계약이다.”(루가 22, 19-20)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라는 주님의 말씀에 따라 우리는 함께 모여 성만찬을 거행하면서 예수님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빵을 나누고 포도주를 마시면서 예수님의 죽음을 기억하고, 예수님의 일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성만찬을 거행하면서 예수님의 일을 계속할 것을 다짐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과연 예수님의 일이란 어떤 것을 말하는 것이겠습니까? 바로 예수님의 생애를 통하여 우리들에게 보여주신 그 모든 것, 오늘 저녁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시며 보여주신 그 무한하고 겸손한 모습, 그리고 당신의 살과 피를 우리를 위해 내어놓으시며 보여주시는 그 무한한 사랑을 받아들여 우리도 주님처럼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오늘 이 시간, 우리는 사랑 자체이신 주님께로부터 사랑의 초대를 받습니다. 당신의 사랑을 기쁘게 받아 안으라는 초대를 받습니다. 우리는 오늘 이 시간, 허물 가득한 부족하고 나약한 죄인이기에 주님의 사랑을 차마 받아들이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는 우리에게 당신의 사랑을 받아 안을 용기를 주시는 주님을 만납니다. 주님께서는 우리가 당신의 사랑을 받아들임으로써 당신과 하나 되기를 간절히 원하고 계십니다. 주님께서는 우리가 당신의 사랑을 받아들임으로써, 우리도 당신처럼, 메마른 이 세상에 사랑이 넘쳐흐르게 하는 사랑의 샘이 되기를 간절히 원하고 계십니다.
이제 주저하지 말고 주님의 사랑으로 우리 자신을 채워야 합니다. 자신의 처지를 내세워 주님의 사랑을 거절하는 것은 참된 겸손함이 아니라 교만의 또 다른 모습일 뿐입니다. 이제 주저하지 말고 우리가 받은 주님의 사랑을, 아니 주님의 사랑으로 채워짐으로써 변화된 우리 자신을, 다른 이들에게 온전히 내어놓아야 합니다. 참으로 소중한 것을 곱게 간직한다는 이유로 자신이 받은 주님의 사랑을 자신 안에만 담아 놓으려 한다면, 이는 주님께 대한 참된 감사와 찬미가 아니라 이기심과 탐욕의 또 다른 모습일 뿐입니다. 더 이상 무엇을 망설이십니까? 더 이상 두려울 것이 뭐가 있겠습니까? 무엇이 우리가 주님의 사랑을 받아들이는데, 우리가 받은 주님의 사랑을 형제자매에게 나누어 주는데 걸림돌이 되겠습니까?
오늘은 아낌없이 주님의 사랑을 받은 감격스러운 날입니다. 오늘은 나를 온전히 주님과 이웃에게 봉헌하기로 다짐하는 가슴 벅찬 날입니다. 이 기쁨, 이 감격에 우리 모두 흠뻑 취해 수난 감실에 모셔질 주님의 성체 앞에서 이 밤을 보낼 수 있기를 주님께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합시다. |
성 목요일 주님만찬 미사 2- 민병섭 신부님
2007. 4. 7. 오후 6:5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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