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4.06 /십자가의 고통과 수난의 의미 - 장효강 신부님

2007. 4. 7. 오후 6:47:37

글자

복  음 : 요한 18, 1-19, 42
 
  형제 자매 여러분, 오늘은 주님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고 그 수난의 원인인 우리 죄를 반성하고 회개의 마음을 굳게 하는 날입니다. 교회는 1년 중에 오늘만 미사 성제를 거행하지 않습니다. 또한 우리는 이 예식 중에 예수님의 십자가를 경배하면서,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의 옆구리에서 시작된 교회의 탄생을 기념하고 온 세상의 구원을 위해 간청하는 기도를 바치게 됩니다. 오늘 세상의 모든 교회는 단식과 금육을 통하여 예수님의 십자가에 우리 자신을 일치시키려 합니다.


  우리는 오늘 이런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 그는 과연 누구이며 또 나에게 그 사람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리고 왜 나는 이 사람의 죽음에 대해 죄책감을 가져야 하며 그의 십자가의 죽음을 슬퍼하고 있는가? 나아가 이런 질문도 던져 볼 수 있습니다. 그가 선택한 십자가의 고통과 수난과 그리고 비참한 죽음만이 그의 유일한 선택이었을까? 또다른 길과 선택이 있을 수 있지는 않았을까? 이를테면 하느님의 아들이요 세상의 주인으로서 메시아라면 좀 더 근사하게 그의 권능을 드러내고 신적인 영광스러움으로 사람들에게 기억될 수는 없었을까?


  그가 십자가의 죽음을 선택했기에 지금의 나 역시 십자가를 질 수밖에 없다는 것은 '나에게 여간 힘겹고 불편하지 않는가? 정말 나를 사랑하신다면 나에게 좀 더 나은 것, 편안하고 즐거운 것 만을 주실 수도 있으실 텐데' 라고 말입니다. 사실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라는 한 젊은이의 생애와 그의 지상적 삶의 마지막인 죽음을 목격하면서 그의 삶을 전체적으로 이해하기란 무척이나 힘듭니다. 그 중에서도 오늘 우리가 목격한 십자가의 선택과 죽음의 부분에서는 "과연 그럴 수밖에 없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하지만 예수님에게 있어서 십자가는 단순히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강요된 최후의 선택이 아니라, 필연적인 선택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예수님께서 이 지상에 우리와 똑 같은 인간의 모습으로 우리네 삶 속에 뛰어든 가장 근본적인 이유가 바로 단순히 군림하는 하느님으로서의 모습이 아니라, 당신의 자녀들을 지극한 사랑의 대상으로 우리의 죄의 고통으로부터 해방시키고자 하셨기 때문입니다.


  하느님 대전에 "나는 죄를 지은 적이 없소. 그렇기에 나는 이 사람의 죽음에 아무런 관련이 없고. 왜냐하면 나는 깨끗하니까!"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습니까? 우리 모두는 죄의 흔적으로 얼룩진 사람들입니다. 우린 우리 자신의 능력으로 구원을 성취할 수 없으며, 절대자인 예수님의 도우심에 의해 구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죄를 지은 사람에게는 그에 따르는 보속의 제물이 필요합니다. 자신이 지은 죄를 그 제물을 통하여 사함을 받고 깨끗해 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구약에서는 흠 없는 어린양을 제물로 바침으로써 죄를 용서받았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보속행위는 그동안 인류가 하느님 대전에 지었던 그 모든 죄악을 대신하는 제물로서 흠도 티도 없는 당신 자신을 바침으로써 우리 모두에게 죽지 않고 영원히 살 수 있도록 오늘 자신을 하느님께 봉헌하신 것입니다. 그렇기에 십자가의 선택은 그 사랑하시는 당신의 자녀들의 죄를 보속하고 나아가 구원의 길로 이끄심에 필연적으로 따라야 하는 것이었기에 예수님은 그 고난의 잔을 마셨던 것입니다. 당신의 죄 때문에가 아닌 바로 우리 자신의 죄 때문에 말입니다.


  예수님의 봉헌으로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된 우리가 이제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분명해졌습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 자신의 삶을 예수님의 십자가에 일치시키는 것입니다. 고난의 잔을 마신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예수님의 번민과 고통을 묵상하면서 그 십자가의 길을 따라 갑시다. 나 자신만을 위한 삶의 종점은 죽음뿐이지만, 예수님의 십자가를 따라 자신을 내어놓은 삶의 종점은 영원한 생명, 바로 하느님 나라임을 잊지 맙시다. 예수님께서는 지금 이 순간에 목말라 하십니다. 우리의 십자가로 그분의 타는 입술을 조금이나마 적셔드리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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