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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을 씻어주는 스승처럼...
-정호신부- 예전에 ‘만약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면 무엇을 하겠는가?’라는 질문이 유행했던 적이 있습니다.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등의 유명한 대답이 있는가 하면 각자 가장 하고 싶은 일들을 하겠노라고 대답하며 자신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선택하곤 했습니다. 오늘 우리 주님이 바로 그런 처지에 계십니다. 그런데 내일이 돌아가실 날인데, 멀쩡한 몸과 마음으로 생사람이 죽는데, 죽는 당사자는 너무나 태연합니다. 지금부터 하는 일은 모두가 죽기 위한 준비일텐데... 죽는다 해도 알아듣지 못하는 제자들과 마지막에 할 수 있었던 것은 저녁식사가 고작입니다. 돌아가시기 전날, 아니 당시로는 바로 그 하루가 시작되는 저녁에 예수님은 제자들과 식사를 하십니다. 눈물도 흐를 만 하지만 예수님만이 현실로 알고 계시기에 그 자리에서 예수님은 눈물을 흘리지 않으십니다. 복음에 적힌 대로라면 그분은 너무 태연하게 그 자리를 지키십니다. 그리고 그 식사의 자리에서 당신은 당신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신 일 하나를 하십니다. 그것은 손수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신 것입니다. 지금껏 열심히 당신을 따라나선 사람들, 그 중에 틈만 나면 서로의 높고 낮음을 말하며 다툰 못난 제자들, 사실 스승과 닮은 제자라곤 찾아 볼 수조차 없지만 그럼에도 스승은 그런 못난 사람들 앞에 무릎을 꿇고 그들의 발을 씻어주십니다. 발을 씻음은 종이 주인이 들어오는 길에 해야 할 일입니다. 남 앞에 무릎을 꿇는 것 자체가 수치스런 일인데, 이 스승은 제자들에게 무릎을 꿇습니다. 누구도 원하지 않는데 스스로 종의 처지가 되어 버리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저 상징적인 행동이라 말할 수 있지만 2천년 전 현실에선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입니다. 그리고 말씀하십니다. “내가 왜 지금 너희의 발을 씻어 주었는지 알겠느냐? 너희는 나를 스승 또는 주라고 부른다. 그것은 사실이니 그렇게 부르는 것이 옳다. 그런데 스승이며 주인 내가 너희의 발을 씻어 주었으니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어야 한다. 내가 너희에게 한 일을 너희도 그대로 하라고 본을 보여 준 것이다.” 이것이 스승이 마지막 가는 길에 제자들에게 준 마지막 가르침입니다. 그리고 지금껏 스승이 살아온 삶의 모습을 모두 나타내는 행동입니다. 예수님은 생애의 마지막에 유언으로 하신 말씀이요, 행동이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들이 예수님은 주님, 혹은 스승님이라고 한다면 그 주님은 말을 따라야 하는 주인을 말하고, 스승은 본받아야 할 가르침을 주는 사람을 말하니 그분을 주님, 스승님이라 부르는 사람은 스스로든, 아니면 복종하는 마음으로든 그 스승과 주님의 말을 들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것이 스승이며 주님이 제자들이며 종과 같은 이에게 발을 씻어주는 것이었으니 이제 제자들이 할 일은 분명한 것입니다. 우리가 이 날에 행하는 발을 씻는 예식은 주님이 우리에게 주신 당신 몸과 피의 성체성사를 다른 의미로 나타내는 행동이라고들 말합니다. 그렇다면 제자들의 더러운 발을 손수 씻어주는 스승의 마음이 그 성체와 성혈에 담겨 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성체를 영할 때마다 주님께서 내 발을 씻어 주시고 계심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사랑의 성체를 내 안에 모시고 주님의 목소리를 기억해야 합니다. “스승이며 주인 내가 너희의 발을 씻어 주었으니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어야 한다.” 목숨을 거는 스승. 그 뒤를 따름은 바로 내가 누군가의 발을 씻어주는 것임을 잊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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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05 /발을 씻어주는 스승처럼... [정호신부님]
2007. 4. 7. 오후 6:2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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