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4.05 /낮은 데로 임하소서 - 김유철 신부님

2007. 4. 7. 오후 6:15:21

글자

주님 만찬 성목요일, 식목일, 청명 2007.4.5.

 

요한 복음 13장 1-15절
 
파스카 축제가 시작되기 전, 예수님께서는 이 세상에서 아버지께로 건너가실 때가 온 것을
아셨다. 그분께서는 이 세상에서 사랑하신 당신의 사람들을 끝까지 사랑하셨다.
 
 
 
 낮은 데로 임하소서     김유철 신부
 
예수님께서는 최후의 만찬 식탁에서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십니다. 그리고
말씀하십니다. “내가 너희에게 한 것처럼 너희도 하라고, 내가 본을 보여준
것이다”(13,14). 예수님이 살던 이스라엘 땅은 먼지가 많았고, 특히
위생에 취약했습니다. 그래서 통풍이 잘되는 구멍 뚫린 슬리퍼 같은 신발을 주로
신고 생활하였습니다. 밖에 나갔다 돌아올 때에는 집안에 먼지나 비위생적인
것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꼭 손발을 씻을 것을 율법으로까지 정해 놓았습니다.
이중에서도 발은 가장 쉽게 더러워지는 것으로 수시로 관심을 가져야 했습니다.
종을 데리고 있던 사람들은 손은 본인이 씻고, 발은 종이 씻도록 하곤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발을 씻어준다는 것은 종이나 하는 일이었던 것입니다.
세상을 창조하시고 삼라만상을 관장하시는 하느님의 아들이자 구세주로
우리에게 오신 주님이 피조물인 우리에게 머리를 숙이고 발을 씻어주십니다.
지극한 사랑의 마음이 없다면 할 수 없는 행위인 것입니다. 낮은 곳으로 임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높은 자리에 있을 때 가능합니다. 세례를 통해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습니다. 따라서 자녀답게 머리 숙여 발을 닦아줄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된 것입니다. 예수님처럼 극진한 사랑을 나눌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우리가 곧 부자요, 아까움과 부족함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존재가 되었다는 것을 말합니다.
따라서 나누는 매 순간 순간이 감사할 뿐입니다.
 
 
 
 어머니의 발
 
정해진 면접 시간이 끝나고 청년이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하자, 사장이
이렇게 말했다. “내일 이 시간에 다시 오세요. 하지만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한 번도 부모님을 닦아드린 적이 없다고 했죠? 내일 여기 오기 전에,
꼭 한 번 닦아드렸으면 좋겠네요. 할 수 있겠어요?” 청년은 꼭 그러겠다고 대답다.
그는 반드시 취업을 해야 하는 형편이었다. 아버지는 그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돼
돌아가셨고, 어머니가 품을 팔아 그의 학비를 댔다. 어머니의 바람대로 그는 도쿄의 명문대학에 합격했다. 학비가 어마어마했지만, 어머니는 한 번도 힘들다는 말을
한 적이 없었다. 이제 그가 돈을 벌어 어머니 은혜에 보답할 차례였다. 청년이 집에 갔을 때, … 어머니는 한사코 발을 내밀지 않았다. 청년은 어쩔 수 없이 어머니를
닦아드려야 하는 이유를 말씀드렸다. 그러자 어머니의 태도가 금세 바뀌었다.
두말없이 문턱에 걸터앉아 세숫대야에 발을 담갔다. 청년은 조심스레 어머니의
발등을 잡았다. 태어나 처음으로 가까이서 살펴보는 어머니의 발이었다. 자신의
하얀 발과 다르게 느껴졌다. 앙상한 발등이 나무껍질처럼 보였다. 청년의 손길이
가늘게 떨렸다. 그리고 울음을 참으려고 이를 악물었다. 새나오려는 울음소리를
간신히 삼키고 또 삼켰다. 하지만 어깨가 들썩이는 것은 어찌 할 수 없었다. 한쪽
어깨에 어머니의 부드러운 손길이 느껴졌다. 청년은 어머니의 발을 끌어안고 목을 놓아 구슬피 울기 시작했다. 다음 날, 청년은 다시 만난 회사 사장에게 말했다.
“어머니가 저 때문에 얼마나 고생하셨는지 이제야 알았습니다. … 만약 사장님이
아니었다면, 저는 어머니의 발을 살펴보거나 만질 생각을 평생 하지 못했을 거예요. 저에게는 어머니 한 분밖에 안 계십니다. 이제 정말 어머니를 잘 모실 겁니다.”
사장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조용히 말했다. “인사부로 가서
입사 수속을 밟도록 하게.”
탄주잉 | 위즈덤하우스 | <살아 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에서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강론 묵상 모음집

목록 전체보기 →
주님의 만찬은 우리 삶의 이정표 - 김시영 신부님 /2007.04.0507.04.07조회 31사랑의 봉사인 세족례 - 장효강 신부님 /2007.04.0507.04.07조회 332007.04.05 /낮은 데로 임하소서 - 김유철 신부님07.04.07조회 32나의 배반 - 김경호 신부님 2007.04.0507.04.07조회 31주님 만찬 성목요일 2007년 4월 5일 제 발을 씻으시렵니까? - 노윤호07.04.07조회 314월 5일 주님 만찬 저녁 미사[성목요일]/베드러처럼 - 이홍일 신부님07.04.07조회 314월 5일 주님 만찬 저녁 미사[성목요일]/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07.04.07조회 312007년 4월 5일 목요일/[묵상] ♥‘개척 정신, 연대감, 지혜’의 발견...김홍언신부님07.04.07조회 312007.04.04 /[강론] 배신[손태성신부님]07.04.07조회 31[강론] [New]눈감아주시는 하느님 l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2007.04.0407.04.07조회 312007.04.04 /[묵상] 참다운 격려는 기적을 낳는다[전동기신부님]07.04.07조회 32[강론] 저는 아니겠지요?[곽명호신부님] 2007.04.0407.04.07조회 312007.04.04 /[강론] 이별준비[강영구신부님]07.04.07조회 31[강론] 유다의 때,수요일밤[양승국신부님] 2007.04.0407.04.07조회 312007.04.04 /[강론] 저는 아니겠지요?[유광수신부님]07.04.07조회 31[묵상] S O S[닐 기유메트 신부님] 2007.04.0407.04.07조회 322007.04.04 /[강론] 또하나의 화두는 유다[이수철신부님]07.04.07조회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