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최후의 만찬을 거행하신 날입니다. 오늘 우리는 주님 만찬 미사를 봉헌하면서 예수님께서 남기신 두 가지 말씀을 함께 묵상해 보고자 합니다.
하나는 최후의 만찬을 거행하시면서 남기신 "나를 기억하라"(1고린 11, 24-25)는 말씀이고 다른 하나는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시면서 "내가 너희의 발을 씻어 준 것처럼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어라"(요한 13, 14)는 말씀입니다.
첫째, 예수님께서 최후의 만찬 석상에서 빵과 포도주를 들고 감사를 드리신 다음 제자들에게 나눠주시며 "나를 기억하라"고 말씀하신 뜻은 무엇입니까?
예수님의 이 말씀은 간단 명료한 말씀이지만 당신을 따르는 모든 사람에게 하신 유언과 같은 말씀입니다. 예수님께서 최후의 만찬을 거행하시면서 누구나 기억하도록 말씀 하신 것은 다름이 아니라 몸이 갈기갈기 찢긴 당신의 희생과 정신을 기억하라는 것입니다. 우리도 이런 희생과 정신에 참여할 것을 기억하라는 것이고 우리 자신의 희생과 봉헌도 다짐하라는 것입니다.
또한 예수님께서 최후의 만찬 석상에서 기억하라고 말씀 하신 것은 당신의 몸과 피를 모두 나눠준 것처럼 우리 또한 아낌없이 나누면서 살라는 것입니다. 나눈다는 것은 내 모든 것을 심지어 내 몸과 피까지 송두리째 내어주는 것임을 몸으로 보여 주시기 위해서입니다. 본보기로 내가 나눔의 방법을 보여 줬으니 너희도 그렇게 하라는 것입니다. 남에게 잡아 먹히는 삶을 살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나를 기억하라"는 말씀을 통해 예수님과 우리, 이웃과 우리의 새로운 관계를 요구하시는 예수님의 말씀을 올바로 알아들고 희생과 나눔의 삶을 살아야 할 것입니다.
둘째, 예수님께서 "내가 너희의 발을 씻어 준 것처럼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어라"고 말씀하신 까닭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모든 사람들이 섬김의 삶을 살도록 하시기 위해서입니다. 냄새나고 지저분한 제자들의 발을 직접 당신 손으로 씻어 주시면서 종노릇을 하신 것은 종이 주인에게 하듯이 그렇게 이웃을 섬기는 삶을 살도록 하시기 위해서입니다. 오만한 주인처럼 '내 발을 씻어봐라' 했으면 예수님은 더 이상 하느님의 아들도 스승도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아들이시며 스승이신 예수님은 당신 친히 냄새나는 제자들의 발을 무릎을 꿇은 채로 하나하나 정성껏 씻어 주셨습니다. 이것이 섬김의 표본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신체 부위 중에서 가장 고약한 냄새가 나는 발을 직접 씻어 준다는 것이 말처럼 그렇게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친히 씻어 주시면서 섬김의 삶을 보여 주셨고 우리 또한 남의 발을 씻으면서 섬김의 삶을 살도록 당부하셨습니다.
최후의 만찬 석상에서 당신의 몸과 피를 우리에게 나눠주시고,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신 것은 한마디로 '사랑하려면 이렇게 해야 하는 것'임을 몸으로 보여주신 사건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예수님의 그 마음을 바로 이해하고 예수님이 우리를 사랑한 것처럼 그렇게 이웃을 열심히 사랑해야 하겠습니다. 밀 알이 으깨져서 빵이 되듯이 내 자신이 그렇게 빠개져서 남에게 빵이 되는 사랑을 해야 하겠습니다. 냄새나는 발을 씻어주면서 한없이 섬기는 모습으로 사랑을 할 때 언젠가는 벗을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도 바칠 수 있으며, 원수마저도 사랑하기를 원하신 예수님의 말씀 또한 실천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참으로 위대한 사람은 학식이 뛰어나거나 돈이 많거나 지위가 높은 사람이 결코 아니지요? 진정 위대한 사람의 척도는 내가 어디에 있든지 무엇을 하든지 자신이 선 자리에서 얼마나 많이 다른 사람의 빵이 되고 음료가 되었느냐에 있습니다. 얼마나 많이 남의 발을 씻어주며 종노릇을 했느냐에 있습니다.
오늘 저녁 우리는 주님의 만찬 미사를 거행하면서 "나를 기억하라"는 예수님의 말씀과 "내가 너희의 발을 씻어 준 것처럼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어라"는 말씀을 다시 한번 더 기억하도록 합시다. 나아가 이 말씀이 매일의 삶에 이정표가 되도록 다함께 노력합시다.
-사목국 차장 김시영 베드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