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해 주님 수난 성지 주일/십자가에 못박으시오! - 조성호 신부님

2007. 4. 3. 오후 11:11:10

글자

다해 주님 수난 성지 주일

2007. 4. 1.

토평동.

 

 

이사 50, 4-7.

필리 2, 6-11.

루카 22, 14-23, 56.

 

 

오늘부터 우리는 우리 신앙 표현의 절정이요, 교회 전례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거룩한 주간을 보내게 됩니다. 그 시작의 자리에는 사람들의 환호요 또 환호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수난과 죽음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우리가 참된 스승, 구원자 그리스도를 만나게 되는 것은 사람들의 환호가 아니라 그분의 비참한 죽음이라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동안 많은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삶으로 당신께서 오신 목적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순간을 맞이했습니다. 숱한 말씀의 진위를 가리는 순간,. 과연 “옳은 일을 하다가 박해를 받는 이는 행복한가?” 과연 “원수를 사랑하라”(마태 6, 44)는 가르침을 살 수 있는가? 과연 “끝까지 참는 사람은 구원을 받을 것”인가?(마태 10, 22) 그 숱한 가르침이 검증을 받는 순간입니다. 그렇기 때문일까요? 그 검증의 삶을 사시는 주님께서는 수난과 십자가의 길에 극도의 절제됨을 보여 주십니다. 그동안 당신을 따르는 이들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셨고, 당신의 반대편에 선 사람들에게는 독설을 퍼부어대셨던 주님께서는 철저하게 침묵으로 일관하고 계십니다. 이른바 말이 필요없다는 것이겠지요.

 

 

당신께서는 당신 구원을 완성하기 위하여, 당신 말씀이 참이라는 것을 보여주시기 위하여 수난과 죽음의 길을 묵묵히 가십니다.

 

 

“나를 매질하는 이들에게 내 등을, 수염을 잡아 뜯는 이들에게 내 뺨을 맡겼고, 모욕과 수모를 받지 않으려고 내 얼굴을 가리지도 않았다.”(이사 50, 6)

 

 

이사야서의 이 말씀이 그대로 실현됩니다. 그리스도로서의 위엄도 없으며, 스승으로서의 권위도 없습니다. 그저 당신에게 맡겨진 길을 묵묵히 걸어갈 뿐입니다. 그러나 망가진 그 몰골 속에서도 당당함이 있습니다. 사람이 맞는 가운데서도 조금 비굴함을 보이면 정도가 덜할텐데 그분은 그러지 않습니다. 시종일관 두 눈을 감지 않고서 자신에게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들을 주시하면서 그 모든 일에 당당하고 그 모든 일들을 감내 하는 가운데 잔혹한 우리의 마음들을 씻어주십니다.

 

 

철저한 폭력과 철저한 무력. 외쳐대는 함성과 굳게 다문 입술. 그 대립 가운데에서 예수는 당당하게 그 모든 것을 감내합니다. 우리는 그 속에서 예수를 십자가에 매달아야 합니다. 무슨 말이냐구요? 수난과 죽음을 몸과 마음으로 이해한다면, 우리를 위해 이렇게 고통을 당하신 것이 마지못함이 아니라 그분의 기꺼운 마음임을 안다면 그분을 십자가에 매달아야 합니다. ‘그래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베드로가 사탄이라는 꾸지람을 들었듯이 그래서는 안 된다고 외치는 것이 아니라, ‘십자가에 못박으라’고 크게 외쳐야 합니다.

 

 

“십자가에 못박으시오!”(루카 23, 21)

 

 

이 얼마나 가슴 아픈 외침입니까? 우리는 이 외침을 좀더 크게 해야 합니다. 절규하듯이! 삶을 통해 내가 그분을 십자가에 못박은 적이 많았던 만큼 우리는 이 커다란 외침을 통해 우리가 주님께 지었던 죄를 토해 내야 합니다. 눈물로 십자가에 못박으라고 외치면서 우리 자신도 그분과 함께 십자가에 박혀야 합니다. 그럼으로써 그분과 함께 무덤에 묻히고 그분과 함께 부활해야 합니다.

 

 

성주간. 제발 이 한 주만이라도 그분을 묵상하고 그분과 함께 사는 시간이길 바랍니다. (성주간은 예수께서 비천한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입성하심을 시작으로 자신의 죽음을 예고하시는 월요일, 유다와 베드로의 배반을 예고하시는 화요일, 유다의 실제적인 배반과 최후의 만찬을 준비시켜 그 만찬에 임하시는 수요일, 제자들과의 마지막 만찬을 통해 성체성사를 제정하시고, 친히 제자의 발을 씻겨 사랑의 본보기를 주시며, 게쎄마니 동산에서 피땀 섞인 마지막 기도를 아버지께 바치신 성목요일, 날이 채 밝기도 전에 체포되어 이리저리 끌려 다니며 결국에는 사형선고를 받고 갖은 수모와 조롱의 십자가를 지고 죽음에 이르는 성금요일, 살아 계실 적에 한 번도 누리지 못했던 안식의 무덤에 묻히시는 성토요일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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