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간 월요일 - 민병섭 신부님

2007. 4. 3. 오후 11: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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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간 월요일

 

오늘부터 성주간이 시작됩니다. 오늘의 제 1독서는 고난 받는 야훼의 종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나의 영’ 즉 성령을 받고, 유대 백성뿐만 아니라 ‘뭇 민족에게’ 바른 인생길을 펴주며, 갈대가 부러졌다고 잘라버리지 않고, 기가 꺾여 용기를 잃는 일 없이 끝까지 바른 인생길을 세상에 펴는 이. 이분은 의심할 여지없이 그리스도이신 예수께 대한 내용입니다. 이분은 만국의 빛이 되어 소경의 눈을 열어주고, 감옥에 묶여 있는 이들을 풀어주며, 캄캄한 영창 속에 갇혀있는 이들을 놓아주실 것입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마음 든든해지는 말씀입니다.

 

한편 오늘의 복음에서는 막달라 여자 마리아가 예수님의 발에 향유를 붓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발에 향유를 붓는 것까지는 어떻게든 이해가 되는데 자기의 머리털로 닦아 준다는 것은 우리로서는 너무나 생소한 이야기입니다. 더욱이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의 여성이 머리를 풀어 헤친다는 것은 빈축을 살만한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그랬다는 것은 예수님 앞에서의 자신은 가장 비천한 사람임을 고백하는 신앙고백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예수님으로부터 받은 은혜에 대하여 표현할 수 있는 최상의 감사행위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러한 마리아의 행동을 보고 가리웃 사람 유다는 “이 향유를 팔았더라면 삼백 데나리온은 받았을 것” 이라고 투덜거립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이것은 내 장례일을 위하여 하는 일이니 이 여자의 일에 참견하지 마라”고 말씀하십니다.

마리아가 부은 향유는 인도 북부지방에서 자라는 나르드 나무의 뿌리로 만든 비싼 향유입니다. 유다는 이것을 팔면 삼백 데나리온은 받았을 것이라고 했던 것으로 보아 상당히 비싼 향유임에 틀림없습니다. 1 데나리온은 노동자들이 하루에 받는 품삯입니다. 그러니 마리아가 예수님께 부어드린 향유는 노동자들의 1년 치 월급에 해당되는 상당한 고가의 향유인 셈입니다. 마리아의 집 형편이 어떤지 몰라도 그런 향유를 발라 드렸다는 것은 자기가 가진 것 중에서 최선을 다해서 예수님께 드렸다는 것입니다.

 

덥고 건조한 기후에 살았던 유대인들은 특히 목욕 후에 올리브기름을 발라서 피부가 건조해지지 않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부자들은 향수 전문 업자들이 만든 향기 나는 기름을 사용하였습니다. 그러나 발에다가 기름을 바르는 것은 죽은 사람들에게만 하는 것인데, 시체를 씻은 후에 온몸에다 기름을 발랐습니다. 향기 좋은 기름을 사용하는 것은 시체에서 풍기는 좋지 않은 냄새를 막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러기에 예수님께서는 유다에게 “이것은 내 장례를 위하여 하는 일이다”고 말씀하셨던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향유의 물질적 가치 이면에 있는 의미를 말씀해 주셨던 것입니다.

 

마리아가 예수님께 향유를 바른 이 날은 과월절을 엿새 앞둔 날이었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예수님께서는 과월절 어린양으로 죽임을 당하십니다. 마리아는 누구보다도 예수님의 말씀을 경청하는 신앙인이었기에 그분의 죽음을 준비하고서 자신이 바칠 수 있는 가장 귀한 것을 드린 것입니다.

 

2천년전 마리아는 죽음을 앞둔 예수님께 자신으로서는 바칠 수 있는 최선의 것을 바쳤습니다. 그리고 주님으로부터 받은 한없는 사랑에 비해서 자신이 얼마나 비참한 존재인지를 행동으로 고백했습니다. 이제는 우리의 차례입니다. 우리 역시 주님의 수난과 죽음을 준비하는 정점에 서 있습니다. 우리도 주님으로부터 무한한 사랑과 용서를 체험한 사람들입니다. 우리 역시 내가 바칠 수 있는 가장 소중한 것을 내어 놓을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주님 앞에서는 다른 사람의 시선보다도 그분 앞에 낮아지는 낮추인 마음이 필요할 때입니다.

 

 

주님,

막달라 여자 마리아를 생각하며

주님 앞에 무릎 꿇고 기도하옵니다.

 

 

값비싼 나르드 향유는 아니지만

제 눈물로 주님의 발을 씻어드리고,

아름다운 머리카락은 아니지만

조심스러운 손길로 닦아드리나이다.

 

 

주님,

저의 죄악을 되돌아 보건데,

너무나 크신 자비를 베푸셨기에

회개의 삶으로써만 갚을 수 있나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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