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은 먹는 것을 중단하는 것이다.
먹지 않으면 사람은 죽는다.
그런데 왜 단식하려고 하는가?
먹는 것을 중단하려는 이유가 무엇인가?
죽도록 먹었기 때문이다.
새로 먹기 위해서이다.
밥은 생명이다.
밥을 대하는 인간의 마음은
생명을 대하는 마음 그대로이다.
그런데 밥을 생명으로 보지 않고
서로 많이 먹으려고 싸움질할 때
밥은 밥의 구실을 하지 못한다.
단식은 밥을 밥 구실 못하게 한 데 대해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밥에게 용서를 빌기 위해
밥을 새로 먹기 위해
배와 마음을 비우는 것이다.
밥을 마음대로 대하고,
밥 먹으며
밥 지은 사람,
같이 밥 먹는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고,
밥으로 말미암아 자연에 피해를 끼친 마음을
고쳐먹기 위하여
마음을 비우는 것이다.
죄 없는 겉옷만 찢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찢고 하느님께 돌아서기 위해(요엘 2,12-13)
단식한다.
예수의 단식은 단순히 밥 몇 끼 먹지 않는 것이 아니다.
예수의 단식은
새로 먹기 위하여 마음을 비우는 것이다.
남에게 보이기 위하여 살아온 삶을 비우고,
명예와 권력과 성공을 비우고,
맛있니 없니
높으니 낮니 따지는
욕심을 비우는 것이다.
예수 식으로 단식할 때
밥을 밥으로 보며
밥을 제대로 먹게 된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게 된다.
새 사람으로 태어나게 된다.
새 부대가 된다.
새로운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된다.
새 부대에만 새 포도주를 담을 수 있다.
- 이제민 신부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