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주님의 숨결을 느끼자 [ 이창덕 신부 ] 2007.04.03

2007. 4. 3. 오후 11: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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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님의 숨결을 느끼자

 

 

  좁은 공간에 어둠이 뿌려져 있었다.

인적이 끊어진 지 꽤 오랜 뒤라서 시간 마저 멈추어 버린 것 같았다.

제단 옆에 촛불 드리우고,

숨겨져 자라난 나의 마음을 속절 없는 기도로 헌납하고 있었다.

 

사제로 서품 되기 직전 피정의 마지막 밤이었다.

 

나에게 소중했던 모두를 필연적인 체념의 사고로 몰아내기 위해...

뜻 모를 아귀찬 아픔을 맞이해야 했고,

오르는 촛불은 숱한 난제를 딛고 서려는 나에게 애환을 돋구고 있었다.

 

값싼 감상이라도 간직하고 싶었고 망상과 굴욕이라도 뒤척이고 싶었다.

온전한 희생과 봉사의 길에 이제는 영원히 몸 담아야 한다는 생각에 두려워지고

초조해 지기 시작했다.

나의 전부를 그분께 드리기 전에 그분의 음성이라도 듣지 못한다면 너무 억울할 것

같아 하느님께 투정을 부리고 있었다.

 

"당신의 부르심에 어떤 징표가 없다면 난 당신의 뒤를 따르지 못하겠습니다."

이런기도를 드린 후에라야 야릇한 감상 속에 스스로를 묻어버릴 수 있었으나

이것도 곧 후회가 되었다.

하느님의 아무런 징표가 없었기 때문이며, 또한 있을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눈물같은 하소연도...

아버지의 채찍같은 재촉도 부질없이

"내가 사제의 길에 오르지 않기를 원하신다면..."

이런 기도를 살짝 덧붙여 놓았다.

 

"내가 사제의 길에 오르지 않기를 원하신다면

나의 한 쪽 눈만을 멀게 해 주소서.

왜냐하면..

남은 한 눈으로 동료들에게 윙크하며 떠나야겠고...

눈에 가시같던 아름다운 것(?)들을 쳐다봐야 되겠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싫으시다면 한 팔을 없이 하소서.

왜냐하면..

남은 한 팔로 동료들에게 악수를 청하고

소중했던 것들을 손에 쥐어야 되겠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원하지 않으신다면 한 다리를 없이 하소서.

왜냐하면..

한 다리로나마 튼튼한 대지 위에 곧게 서보고,

지척이며 이곳을 빠져나가

늘 나에게 손짓하던 곳들로 걸어가야 되겠기 때문입니다."

 

난 진짜 어떤 징표가 보이기 전에 얼른 성당을 빠져나가고 싶었다.

이 기도를 드리고 나서 10분도 안되어 성당에서 나왔다

"주님께서 나에게 사제의 길로 걸으라는 징표를 보여 주신 것에 틀림없다"면서

눈을 깜빡 거려보고,

팔 다리를 열심히 흔들어대고 있었다.

 

창공에 별무리가 하도 고와.. 별빛을 헤치며..

나의 미래 사제상을 펼쳐 놓고 이렇게 기도했다.

 

"당신은 늘 침묵을 지키셨으니 딱 한 번 이용했을 뿐입니다.  용서 하소서!"

 

주의 사랑을 채우다가 가슴 앓아오기 수년..

주님께 못다한 말들이 응어리져 목젖을 메울 때라도,

사랑을 찾아 날다가 지친 날개깃을 접어줄 사람이 없을 때라도,

난 다시는 이런 기도를 드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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