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제2주간 월요일 2007.3.5./얼굴에 부끄러움만 가득합니다 - 하성호 신부님

2007. 3. 5. 오전 9:16:11

글자

사순 제2주간 월요일 2007.3.5.(다니엘 9,4-10/ 루카 6,36-38)

 

1983년 삼덕성당에서 보좌신부생활을 하고 있을 때 하루는 일흔을 훌쩍 넘긴 할아버지 한 분께서 면담 고해성사를 원하셨습니다. 그 할아버지께서는 그저 27년 동안 주님을 멀리하고 살았다고만 하시곤 처참하게 통곡을 하셨습니다. 저의 나이 겨우 서른이었기에 그 분의 모습을 더 많이 기억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그 어른께 무슨 말을 하였는지는 전혀 기억에 나지 않습니다. 단지 뼈 속까지 뉘우치시던 그 한 인간의 아름다운 모습만 기억에 남습니다. 그 분은 천국에서 뉘우침은 아름답고 통회는 하느님께로 다가가게 하는 인간만이 가지는 특권이라고 말씀하시고 계실 것입니다.

인간은 자존심과 자기체면 때문에 자기 죄를 솔직히 고백하거나 통회하기보다는 자기를 합리화시키고 자기를 포장하기에 더 많은 시간과 힘을 쏟습니다. 그렇게 살다보면 죄에 대한 내성(耐性)이 길러져 그 어떤 죄에도 무감각하게 되고 맙니다. 이미 반세기 전에 비오 12세 교황께서 “현대인의 죄는 죄에 대한 무감각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도 예외는 아닌 듯합니다. 자꾸만 양심이 무디어져가고 죄를 지으면서도 “다들 그렇게 사는데 이쯤이야 죄도 아니지!”하면서 우리의 죄를 상대화시키면서 우리 자신을 스스로 용서하고 합리화시킵니다.

파스칼이 말하였습니다. “우리에게는 두 부류의 인간만이 있을 뿐이다. 한 편은 자기가 의인이라 생각하는 죄인이고, 다른 한 편은 자기가 죄인이라고 생각하는 의인이다.” 우리는 과연 어느 부류에 속합니까? 혹시 지금 나는 의인이라 생각하는 죄인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27년간 냉담하셨다고 하시며 깊이 통곡하시던 그 가련한 한 사람은 어느 부류에 속했습니까? 인간은 자꾸만 자기만 바라보려고 합니다. 자기만 바라보고 있을 때는 자기를 너무나 쉽게 합리화시키고 용서하기 때문에 죄를 느끼지 못하고 살기가 쉽습니다. 하지만 하느님을 바라보고 사는 사람은 자신의 모습을 너무나 투명하게 바라봅니다. 이런 사람들은 자기 나약함으로 죄를 지어도 그 죄를 솔직히 시인하고 뉘우치고, 자신이 하느님을 배신하였음을 마음 아파합니다.

오늘 독서에서 다니엘 예언자가 어떻게 참회하는지를 묵상해보십시오. 죄를 지어 “얼굴에 부끄러움만 가득합니다.”라고 체읍(涕泣)하는 그를 보십시오. 하느님의 자비와 용서는 자동판매기가 아니라, 죄에 대한 아픔으로 마음을 찢는 이들에게 주어지는 치유의 은총입니다. 우리의 깊은 통회와 참회만이 자비와 용서를 베푸시는 하느님께로 우리를 이끌어줍니다. 인간만이 죄를 범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인간만이 죄를 뉘우칠 수 있음도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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