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제2주일> 그의 말을 들어라! - 이기양 신부님

2007. 3. 5. 오전 9:0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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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2주일>  그의 말을 들어라!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세상이 추구하는 대로 재산이 많은 재벌 총수일까요? 권력이 가장 높은 대통령일까요? 소유와 권력으로 행복해질 수 없음은 설명하지 않아도 이미 잘 아실 것입니다. 제 생각으로는 부모가 자식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 목숨을 바쳐도 아깝지 않듯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는 모든 재산을 바쳐도 아깝지 않고 심지어 목숨을 내주어도 후회하지 않을 사랑을 가진 사람이 가장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합니다.

   이렇게 인간 욕망의 경지를 넘어서까지 사랑할 수 있음은 깊은 사랑의 경험이 바탕이 될 때 가능합니다. 인간관계 속에서의 좋은 체험들은 어떤 난관이 닥쳐도 무너지지 않지요. 오히려 이런 사람에게 시련은 더 깊은 사랑을 확인하는 은총의 시기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인간관계 속에서 아픈 기억만이 남아 있는 사람에게는 시련이 후회와 체념의 시간이 되고, 간신히 이어온 관계는 결별로 끝나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행복한 인생을 위해서는 사람들과의 좋은 체험들이 많아야합니다. 이러한 상황은 예수님과 제자들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오늘 복음에서 만나게 되는 타볼산의 황홀한 변모사건이 이런 사랑 체험 교육의 하나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만을 데리고 기도하러 산에 올라가셨는데 기도하시는 동안 그 얼굴 모습이 달라지고 의복이 하얗게 번쩍였습니다. 그리고 난데없이 모세와 엘리야가 나타나 예수님과 이야기를 나눕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구름이 그들을 덮더니 “이는 내가 선택한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루카9,35)는 소리가 들려온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구약에 예언된 구원자요 하느님의 아들이라는 놀라운 사실을 알려주고 그곳에서 영원히 머물자는 제자들을 달래 생로병사의 기쁨과 고통이 있는 산 아래 마을로 내려오십니다.

   타볼산에서의 놀라운 체험은 이제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의 뒤를 따르는 제자들에게 주님을 따르는 길이 고통의 길만이 아니라 그 뒤에는 부활의 영광이 있음을 미리 가르쳐준 교훈적인 사건입니다. 이렇게 수난에 앞서 희망을 보여주는 이유는 예수님께서 산에 오르시기 전에 당신이 많은 고난과 배척을 받고 죽었다가 사흘 만에 되살아난다는 첫 번째 예고를 하셨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교육의 의도대로 베드로는 처음에는 십자가 없는 예수를 따르고 십자가 없는 부활을 꿈꾸었지만 순교를 당할 때는 용감하게도 어찌 스승님과 같은 자세로 죽을 수 있느냐며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아 달라고 청했다고 합니다. 베드로가 고통 속에서도 그 길을 계속 갈 수 있었던 것은 타볼산에서의 체험이 바탕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그 거룩한 산에 그분과 함께 있으면서, 하늘에서 들려온 그 소리를 들었습니다.”(2베드1,18) 타볼산에서의 황홀했던 체험이 깊이 각인되어 있던 베드로였기에 예수님이 떠나신 후에도 주어진 사명에 최선을 다 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신자들 역시 세상의 빛과 소금의 삶을 살기 위해서는 예수님께서 지셨고 제자들이 따랐던 십자가의 삶을 살아야만 합니다. 그 길이 많은 시련과 고통을 가져와도 부활의 영광이 있음을 믿기에 인내하며 걸어갈 수 있는 것입니다.


   화가인 디즈니는 매우 가난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저녁 식사도 못한 디즈니가 추운 방에서 자고 있었는데 무너진 벽의 구멍에서 생쥐 한 마리가 배고픈 듯이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디즈니는 이 생쥐를 보는 순간 벌떡 일어나 외쳤습니다. “이 세상에는 우리처럼 가난하여 고통 받는 이도 많을 것이다. 그들에게 이 생쥐의 순진한 얼굴을 보여 준다면 가난하면서도 우리처럼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그는 곧 생쥐를 그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커다란 귀, 까만 눈동자, 장난기 가득한 입술 등등. 이렇게 해서 전 세계 어린이들의 친구 ‘미키 마우스가’ 탄생되었습니다.


   부자이든 가난한 사람이든 인생을 살면서 각자 적지 않은 시련과 고통의 십자가를 지고 살아갑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희망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는 암흑의 터널 그 시작과 중간에 있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 사건은 우리에게 희망을 잃지 말고 그 길을 계속 가라고 용기를 줍니다. 은총의 사순시기입니다. 인내와 기도로써 영광스러운 부활에 참여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칼 블로흐(Carl Bloch, 1834-1890), <영광스러운 변모>, 1872년, 유화, 프레드릭스보르그 국립미술관, 덴마크


▶성화 해설

칼 블로흐는 사실적이면서도 연극적인 느낌을 주는 성화들을 즐겨 제작하였다. 예수님을 비롯한 모세와 엘리야가 가득히 빛을 받으며 서 있다. 아래에는 세 명의 제자들이 손으로 강한 빛을 가리면서 이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영광스러운 변모는 예수님이 하느님의 아들이시라는 것을 미리 보여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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