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수업의 추억
"수녀님은 커서 뭐가 될 거야? 할머니?"
"수녀님 머리카락은 몇 개지? 백 개, 천 개?"
"수녀님은 나이가 몇 살이지? 스무 살?"
"하느님은 하늘에 있는데 왜 안 떨어져?"
"예수님은 나이가 몇 살이지? 하느님하고 누가 나이가 더 많아?"
"하느님은 이제 힘이 없잖아, 다 썼잖아. 그런데 어떻게 지금도 자꾸자꾸 만들 수 있어?"
"하느님은 누구 아들이야?"
"나는 커서 아빠가 될 거야. 내가 어른이 되면 아빠가 넥타이 하나 준다고 했어 ?
현정 이와 진호는 모두 다섯 살이다. 어느 날 내 곁에 와서 이런 얘기를 종알거렸다. 동화 속 천사들처럼 얼마나 순진무구한지. 어른들은 아이들의 말을 들으며 미소라는 걸 배우는가보다. 아이들의 눈동자를 보노라면 갑자기 세상이 티 없이 맑아지는 것 같다.
그런데 청각장애아들은 이런 마음 속의 말들을 표현할 기회가 거의 없다. 그나마 서툰 발음으로 의사를 표현하기까지는 피나는 언어와의 투쟁을 겪어야 한다. 마음 속에 품은 갖가지 생각들을 자유자재로 표현할 수 없는 안타까움. 그래서 나는 가끔 이 난청아들이 노래를 맘껏 부르는 꿈을 꾸기도 한다.
나는 농아들과 첫 수업을 하던 때의 장면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열 명의 아이들을 앞에 앉혀놓고서 시작기도를 하려고 먼저 눈을 감으라고 했다. 기도가 끝난 다음에도 아이들은 여전히 눈을 꼭 감고 있는 게 아닌가.
"눈 떠, 눈 떠!" 하고 몇 번이나 소리쳐도 아무도 눈을 뜨지 않았다.
'아뿔싸!' 아이들이 듣지 못한다는 사실을 깜빡한 것이다. 그러니 일일이 손가락으로 꼭 감은 눈을 떼어주어야 했다. 그 후로 눈을 감고 기도하는 일은 두 번 다시 하지 못하고 말았다.
한 번은 수업 중에 '뿌웅' 하고 가죽피리(?) 소리를 크게 내며 가스를 내뿜고 말았다.
순간 당황했지만 아이들이 못 들으니 다행이다 싶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수업을 계속 진행했는데,
한 녀석이 코를 막으며 이리저리 두리번거렸다. 그러니까 곧이어 다른 아이들까지도 덩달아 따라하면서 모두 난리들이었다. 나는 시치미를 떼고 앉았는데, 그만 모두의 손가락이 나를 향하고 있지 않는가.
정말 후각만큼은 사냥개 못지않은 실력가들이었던 것이다. 그 때 당황했던 모습이란.
- 괴짜수녀 일기 중에서 / 이호자 마지아 수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