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3.04 [묵상] 첫 수업의 추억 [ 이호자 마지아 수녀님]

2007. 3. 4. 오전 8:57:39

글자

 

                        첫  수업의  추억


  

   "수녀님은 커서  뭐가  될  거야?  할머니?"


   "수녀님  머리카락은  몇  개지?  백  개,  천  개?"


   "수녀님은  나이가  몇  살이지?  스무  살?"


   "하느님은  하늘에  있는데  왜  안  떨어져?"


   "예수님은  나이가  몇  살이지?  하느님하고  누가  나이가  더  많아?"


   "하느님은  이제  힘이  없잖아,  다  썼잖아.  그런데  어떻게  지금도  자꾸자꾸  만들  수 있어?"


"하느님은  누구  아들이야?"


   "나는  커서  아빠가  될  거야.  내가  어른이  되면  아빠가  넥타이  하나  준다고  했어 ?


   현정 이와  진호는  모두  다섯  살이다.  어느  날  내  곁에  와서  이런  얘기를  종알거렸다. 동화  속  천사들처럼  얼마나  순진무구한지.  어른들은  아이들의   말을  들으며  미소라는  걸  배우는가보다. 아이들의  눈동자를  보노라면  갑자기  세상이  티 없이  맑아지는  것  같다.


   그런데  청각장애아들은  이런  마음  속의  말들을  표현할   기회가  거의   없다. 그나마  서툰  발음으로  의사를  표현하기까지는  피나는  언어와의   투쟁을  겪어야  한다. 마음  속에  품은  갖가지  생각들을  자유자재로  표현할  수  없는  안타까움.  그래서  나는  가끔  이  난청아들이  노래를 맘껏  부르는  꿈을  꾸기도  한다.


    나는  농아들과  첫  수업을  하던  때의  장면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열  명의  아이들을  앞에  앉혀놓고서  시작기도를 하려고  먼저 눈을   감으라고  했다. 기도가  끝난  다음에도  아이들은  여전히  눈을  꼭  감고  있는  게  아닌가.


   "눈  떠,  눈  떠!"  하고  몇  번이나  소리쳐도  아무도  눈을  뜨지  않았다.


   '아뿔싸!'  아이들이  듣지  못한다는  사실을  깜빡한  것이다.  그러니  일일이  손가락으로 꼭  감은  눈을  떼어주어야  했다.  그  후로  눈을  감고  기도하는  일은  두  번  다시  하지  못하고  말았다.


   한  번은  수업 중에  '뿌웅'  하고  가죽피리(?)  소리를  크게  내며  가스를  내뿜고  말았다. 


   순간  당황했지만  아이들이  못  들으니  다행이다  싶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수업을  계속  진행했는데,


한  녀석이  코를  막으며  이리저리  두리번거렸다.  그러니까  곧이어  다른  아이들까지도  덩달아  따라하면서  모두   난리들이었다.  나는  시치미를  떼고  앉았는데,  그만  모두의   손가락이  나를  향하고  있지  않는가. 


   정말  후각만큼은  사냥개  못지않은  실력가들이었던  것이다.  그  때  당황했던  모습이란.


                      - 괴짜수녀 일기 중에서 / 이호자 마지아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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